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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시네필 다이어리,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조셉 캠벨[너를 찾으러 가는 길 끝에서 ‘나’를 발견하다] - 13. 전혀 다른 내가 되어 있다 본문

책/철학(哲學)

시네필 다이어리,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조셉 캠벨[너를 찾으러 가는 길 끝에서 ‘나’를 발견하다] - 13. 전혀 다른 내가 되어 있다

건방진방랑자 2021. 7. 25.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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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전혀 다른 내가 되어 있다

 

 

하쿠와 센은 부푼 가슴을 안고 유바바 온천으로 돌아온다. 유바바는 도끼눈을 뜨고 벼르고 있는 중이다. “아기는 데려왔겠지?” 유바바는 늘 아기방에서 데굴데굴 굴러다니기만 하던 수퍼베이비가 어느새 씩씩하게 걸어 다니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다. “혼자 서다니? 언제부터?” 하쿠는 아기를 무사히 데려왔으니 센을 인간 세계로 보내달라고 부탁한다. “간단하게는 안돼. 세상엔 룰이 있는 법!” 유바바는 엄한 표정을 지어 보이지만 수퍼베이비가 엄마를 제지한다. “엄마! 치사한 짓 그만해! 난 무지무지 재미있었어!” 유바바는 자신에게 저항하는 아들의 모습을 처음 보는지라 당혹스럽다. “규칙은 규칙인데……. 안 그러면 저주가 안 풀려!” 수퍼베이비는 단호한 표정으로 엄마를 협박한다. “센을 울리면 엄마를 싫어할 거야!” 유바바는 휘청거린다. “그런 심한 말을!” 그러나 센은 이제 유바바를 겁내지 않는다. 수퍼베이비 연줄에 호소하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임무를 끝까지 수행하겠다는 표정으로 오히려 아기를 달랜다. “괜찮을 거야. 걱정 마.”

 

 

 

 

유바바는 센의 계약서를 돌려주며 미리 소집해 놓은 수많은 돼지들을 가리킨다. “이 안에서 네 부모를 찾아! 기회는 딱 한 번! 맞히면 너희는 자유야!” 센은 아무리 봐도 똑같이 생긴 돼지들을 유심히 바라보며 엄마, 아빠를 찾아본다. “여기에는…… 엄마, 아빠가 없는 걸요?” 유바바는 흠칫 놀란다. “없어? 그게 대답이냐?” 센은 다시 한 번 결연하게 대답한다. “!” 유바바는 하는 수 없이 인정한다. “딩동댕! 정답! 성공이야! 정답이야!” 센은 이제 누구의 조언 없이도 주어진 미션을 성공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모두들 고마워요.” 유바바 온천 식구들이 모두 모여 센의 해방을 뛸 듯이 기뻐해준다.

 

 

 

 

마녀 유바바의 지휘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굴러가던 군대식 분위기는 어느새 사라지고 유바바 온천에는 전에 없이 신명나고 활기찬 축제 분위기가 감돈다. 머쓱해진 유바바는 센에게 새침하게 말한다. “네가 이겼어! 빨리 가버려!” 센은 아무런 원망도 남아 있지 않은 얼굴로 오히려 유바바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남긴다. “고맙습니다. 신세 많이 졌어요.”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센의 깊이와 넓이 앞에 유바바의 얼굴에도 어느새 사악한 기운이 사라졌다. 신화적 내러티브의 궁극에서는 결국 적들의 존재조차 사라지거나 무의미해진다. 적들이야말로 장애물과 싸우는 주인공의 내공 지수를 높이는 최고의 스승이기 때문이다. 원수는 우리의 운명을 조각하는 가장 예리한 칼날이다.

 

 

 

 

모두들 안녕! 고마워요!” 어느새 정든 유바바 온천 사람들과 작별한 센은 하쿠와 함께 엄마, 아빠를 찾으러 간다. 어느덧 하쿠와 헤어질 시간. “난 더 이상 못 가. 온 길로만 쭉 따라가면 돼. 터널을 나갈 때까지 뒤를 돌아보면 안 돼.” 하쿠는 센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말한다. “난 유바바의 제자를 그만 둘 거야. 진짜 이름도 되찾았으니까. 나도 원래 세계로 돌아갈 거야.” 둘은 이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자마자 헤어져야 하는 아픔을 견뎌야 한다. “또 만날 수 있지?” “그럼!” “꼭이야!” “뒤돌아보지 말고 얼른 가!” 센은 하쿠와 헤어질 순간이 되자 그토록 탈출하고 싶었던 이곳이 벌써부터 그리워지기 시작한다. 꼭 저 세상으로 돌아가야 할까. 이제야 이곳에 익숙해졌는데, 이제야 내 영혼의 짝을 만났는데. 하지만 뒤돌아보지 않고 떠나라는 메시지를 거절하면, 오르페우스처럼 간신히 구한 아내 에우리디케를 잃게 될 것이고, 소돔을 탈출하던 롯의 아내처럼 소금 기둥이 될지도 모른다. 영웅의 귀환’, 그 마지막 관문은 내가 겪은 이 모든 모험의 희로애락에 미련을 갖지 않는 것이며,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왔다면 그 뗏목을 불살라버리는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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