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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시네필 다이어리, 쇼생크 탈출과 프리드리히 니체[지상에서 영원으로, 초인의 오디세이] - 11. 노랫소리에서 비릿한 자유의 향기를 맡다 본문

책/철학(哲學)

시네필 다이어리, 쇼생크 탈출과 프리드리히 니체[지상에서 영원으로, 초인의 오디세이] - 11. 노랫소리에서 비릿한 자유의 향기를 맡다

건방진방랑자 2021. 7. 25.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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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노랫소리에서 비릿한 자유의 향기를 맡다

 

 

한편 앤디는 6년 동안 주 의회에 도서 기금을 요청했던 편지의 답신을 드디어 받아낸다. “당신의 거듭된 요구에 도서기금을 동봉합니다. 도서기금 200달러와 더불어 지방도서관에서 헌책과 잡동사니를 보냅니다. 이제 만족하셨으리라 믿습니다. 이제 문제가 해결됐으니 더 이상 편지를 보내지 마십시오.” 앤디의 편지를 모른 척하고 싶었던 당국은 6년 동안 지치지도 않고 편지를 보내는 앤디의 열정에 항복하고 만다. 간수가 앤디의 성과를 축하하며 6년씩이나 고생한 보람이 있다고 치하하자, 앤디는 말한다. “겨우 6년밖에 안 걸렸어요. 이제는 일주일에 두 통씩 써야겠어요.” 간수가 화장실에 간 사이, 앤디는 주 의회가 보낸 잡동사니 중에서 모차르트의 음반을 발견한다. 그는 언제나 죄수들에게 명령만 내리던 감옥의 스피커에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두 여인의 목소리를 실어 죄수들에게 띄워 보낸다. 일일 DJ로 변신한 앤디는 간수의 협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문까지 걸어 잠근 채 피가로의 결혼을 거대한 쇼생크 감옥 전체에 울려 퍼지게 만든다. 난생처음 오페라를, 그것도 감옥의 스피커로 들어보는 대부분의 죄수들은 어리둥절하지만, 그들의 귓속에 울려 퍼지는 것은 단지 낯선 오페라가 아니었다. 피가로의 결혼은 형태도 빛깔도 없는 자유의 바이러스가 되어 권태와 침울함에 젖어 살아온 죄수들의 심장을 고동치게 한다.

 

 

 

 

간수는 물론 소장까지 나서서 앤디 듀프레인의 돌발적인 DJ 활동을 막아보려 애써 보지만, 앤디의 표정은 너무 평화롭고 즐거워 두려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레드의 내레이션은 저 아름다운 음악을 닮아 마치 자신이 직접 쓴 시를 낭송하는 것처럼 애잔한 목소리로 관객의 가슴을 데운다. “두 명의 이탈리아 여인들이 도대체 무슨 내용의 노래를 불렀는지 저는 이날까지 알지 못합니다. 사실 알고 싶지도 않았지요. 굳이 설명하지 않은 채로 내버려두는 것이 더 나을 때도 있지요. 아름다운 곡이었습니다. 말로는 그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없었지요. 너무 아름다워서 마음이 아파졌습니다. 노랫소리는 더 멀리, 더 높이 날아올라 갔습니다. 이 잿빛 감옥에서는 도저히 꿈꿀 수도 없는 그 어딘가로, 더 멀리, 더 높이 울려 퍼졌습니다. 마치 아름다운 새 한 마리가 우리가 갇힌 새장에 날아 들어와 우리를 가두던 담장을 허물어버린 것 같습니다. 아주 짧은 한 순간이었지만, 쇼생크의 모든 사람들은 자유를 느꼈습니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방식으로 죄수들의 심장을 파고든 모차르트는 감옥의 안과 밖을 가르는 족쇄를 산산이 부수고 그들이 미처 잊어버린 줄도 모르고 살았던 비릿한 자유의 향기를 걷잡을 수 없이 퍼뜨린다. 죄수들은 저마다 하던 일을 멈추고 그들이 지나쳐온 모든 삶의 과정이 한 순간에 자신을 스쳐가는 듯한 가슴 저린 환상을 만끽한다. 이 음악은 오페라라는 형식으로 다가간 것이 아니라, ‘이태리어라는 언어로 다가간 것이 아니라, 형태도 빛깔도 없는 무형의 메시지로 죄수들의 딱딱해진 심장을 한순간에 녹여버린다. ‘마치 아름다운 새가 한 마리 날아와서, 우리를 가둔 담장을 허물어버린 것 같았다는 뭉클한 시적 묘사가 태어난 사연. 그것은 바로 아름다운 음악이 할퀴고 간 레드의 심장이 불현듯 꿈틀거린 흔적을, 30년 동안 쇼생크의 벽돌로 살아간 레드가 앓고 있던 영혼의 불감증이 치유된 흔적을 증언한다.

 

 

음악이 모든 사물의 진정한 본질과 맺는 이 친밀한 관계로부터 다음 현상이 설명될 수 있다. 즉 어떤 장면, 줄거리, 사건, 환경에 적절한 음악이 흐르면, 음악은 그것의 가장 은밀한 의미를 해명해주는 것 같고 그에 대해 가장 정확하고 분명한 주석을 알려주는 듯한 까닭이 설명된다. 이는 어떤 교향곡이 주는 인상에 완전히 몰두한 사람이 음악을 들으면서 마치 삶과 세계의 모든 가능한 과정이 자신을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는 경우와 마찬가지다.(……) 개념들은 관조로부터 추상화된 형식, 즉 사물에서 벗겨낸 겉껍질만을 가지고 있어서 추상적인 것에 불과하다. 그에 반해 음악은 모든 형체들에 앞서 존재하는 내밀한 핵심, 사물의 심장을 제공한다.

-니체, 이진우 역, 비극의 탄생, 책세상, 2005,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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