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헌이 소장한 청명상하도(淸明上河圖)에 쓴 발문
담헌소장청명상하도발(湛軒所藏淸明上河圖跋)
박지원(朴趾源)
우리나라에 건너온 위조품이 많다
吾爲跋此圖, 亦已多矣. 皆稱仇英十洲, 孰爲眞蹟. 孰爲贋本? 吳兒狡獪, 東俗眯眊, 宜乎其此軸之多東渡鴨水也.
진품을 원할수록 위조품이 늘어간다
書何必鍾ㆍ王ㆍ顔ㆍ柳, 畵何必顧ㆍ陸ㆍ閻ㆍ吳, 鼎彛何必宣德五金? 求其眞蹟, 故詐僞百出, 愈似而愈假.
위조품이 아닌 정신을 따른 물건이라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隆福之寺, 玉河之橋, 有自賣其手筆書畵, 當略辨雅俗, 收而有之.
爐則雖乾隆年製, 卽取型範古恠敦厚者, 庶不爲燕市之一笑. -『燕巖集』 卷之七
해석
우리나라에 건너온 위조품이 많다
吾爲跋此圖, 亦已多矣.
나는 「청명상하도(淸明上河圖)」【청명상하도(淸明上河圖): 명(明) 십주(十洲) 구영(仇英)이 그린 그림】에 발문을 지은 게 또한 이미 많다.
皆稱仇英十洲,
모두 십주 구영(仇英)이 그렸다 말해지는데
孰爲眞蹟. 孰爲贋本?
무엇이 진본이며, 무엇이 위조품인가?
吳兒狡獪, 東俗眯眊,
오나라 사람들은 교활하고 우리나라 풍속은 흐리멍덩하니,
宜乎其此軸之多東渡鴨水也.
이 그림이 동쪽으로 압록강을 건너온 것이 많은 게 마땅하구나.
진품을 원할수록 위조품이 늘어간다
書何必鍾ㆍ王ㆍ顔ㆍ柳,
서예는 하필 종요(鍾繇)ㆍ왕희지(王羲之)ㆍ안진경(顔眞卿)ㆍ유공권(柳公權)이여야 하고,
畵何必顧ㆍ陸ㆍ閻ㆍ吳,
그림은 하필 고개지(顧愷之)ㆍ육탐미(陸探微)ㆍ염립본(閻立本)ㆍ오도자(吳道子)여야 하며,
鼎彛何必宣德五金?
고정(古鼎)과 이기(彝器)는 하필 선덕(宣德)의 오금(五金)【선덕(宣宗五金): 명(明) 선종(宣宗) 선덕 연간에 강서(江西) 경덕진(景德鎭)의 관요(官窯)에서 만든 제품으로, 금ㆍ은ㆍ구리ㆍ철ㆍ납을 사용한다. 특히 선덕로(宣德爐)라 하여 선덕 연간에 만든 향로(香爐)를 일품으로 친다. -『宣德鼎彛譜』 卷1】이여야 하는가?
求其眞蹟, 故詐僞百出,
진본을 구하려 하기 때문에 위조품이 마구 나오니,
愈似而愈假.
더욱 비슷해질수록 더욱 가짜가 되는 것이다.
위조품이 아닌 정신을 따른 물건이라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隆福之寺, 玉河之橋, 有自賣其手筆書畵,
융복사나 옥하교【『제경경물략(帝京景物略)』 권1 성북내외(城北內外)에 의하면 융복사는 명 나라 경종(景宗) 때 창건한 큰 절이었으나 현재는 없어지고 북경 동성구(東城區)에 융복사가(隆福寺街)라는 지명으로만 남아 있다. 옥하교는 어하교(御河橋)라고 하며, 정양문(正陽門) 안 한림원(翰林院)과 조선관(朝鮮館, 玉河館) 부근에 있었다. 연암의 『열하일기』 「앙엽기(盎葉記)」 및 「알성퇴술(謁聖退述)」에 이 두 곳에 관한 언급이 있다】에는 스스로 손수 글과 그림을 써서 파는 사람들이 있으니
當略辨雅俗, 收而有之.
마땅히 대략적으로 좋은지 나쁜지를 판단하고서 수집하여 소유하면 된다.
爐則雖乾隆年製,
향로가 비록 건륭년【건륭(乾隆): 중국 청나라 고종 때의 연호】의 제조품이더라도
卽取型範古恠敦厚者,
곧 형체와 모범이 예스럽고 기이하고 돈후함을 취했다면
庶不爲燕市之一笑. -『燕巖集』 卷之七
거의 연나라 시장에서 한 번의 웃음거리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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