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아지려 할수록 가짜가 된다
녹천관집서(綠天館集序)
박지원(朴趾源)
모방으로 비슷해질 수 없고
倣古爲文, 如鏡之照形, 可謂似也歟? 曰: “左右相反, 惡得而似也?” 如水之寫形, 可謂似也歟? 曰: “本末倒見, 惡得而似也?” 如影之隨形, 可謂似也歟? 曰: “午陽則侏儒僬僥, 斜日則龍伯防風, 惡得而似也?” 如畵之描形, 可謂似也歟? 曰: “行者不動, 語者無聲, 惡得而似也?”
비슷하다는 말 속에 짝퉁이란 말이 숨어 있으니
曰: “然則終不可得而似歟?” 曰: “夫何求乎似也? 求似者非眞也. 天下之所謂相同者, 必稱‘酷肖’; 難辨者亦曰‘逼眞’. 夫語眞語肖之際, 假與異在其中矣. 故天下有難解而可學, 絶異而相似者. 鞮象寄譯, 可以通意; 篆籒隷楷, 皆能成文, 何則? 所異者形, 所同者心故耳. 繇是觀之, 心似者志意也, 形似者皮毛也.”
자신만의 글을 쓰는 낙서 화이팅!
李氏子洛瑞年十六, 從不佞學有年矣. 心靈夙開, 慧識如珠. 嘗携其『綠天』之稿, 質于不佞曰: “嗟乎! 余之爲文纔數歲矣, 其犯人之怒多矣. 片言稍新, 隻字涉奇, 則輒問‘古有是否?’ 否則怫然于色曰: ‘安敢乃爾?’ 噫! 於古有之, 我何更爲? 願夫子有以定之也.”
不佞攢手加額, 三拜以跪曰: “此言甚正, 可興絶學. 蒼頡造字, 倣於何古; 顔淵好學, 獨無著書. 苟使好古者, 思蒼頡造字之時, 著顔子未發之旨, 文始正矣. 吾子年少耳, 逢人之怒, 敬而謝之曰: ‘不能博學, 未攷於古矣.’ 問猶不止, 怒猶未解, 嘵嘵然答曰 ‘『殷誥』ㆍ『周雅』, 三代之時文; 丞相ㆍ右軍, 秦ㆍ晉之俗筆.’” 『燕巖集』 卷之七
해석
모방으로 비슷해질 수 없고
倣古爲文, 如鏡之照形,
옛날의 문장을 모방하여 글을 짓기를 마치 거울에 형체를 비추는 것처럼 한다면,
可謂似也歟?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까?
曰: “左右相反, 惡得而似也?”
말하겠다. 좌우가 서로 뒤집어지니 어떻게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如水之寫形, 可謂似也歟?
마치 물에 형체를 반사시키는 것처럼 한다면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까?
曰: “本末倒見, 惡得而似也?”
말하겠다. 위아래가 거꾸로 보이니, 어떻게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如影之隨形, 可謂似也歟?
마치 그림자가 형체를 따르는 것처럼 한다면,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까?
曰: “午陽則侏儒僬僥,
말하겠다. 낮엔 난쟁이, 숏다리가 되고【주유(侏儒): 난장이다. 초요(僬僥): 중국에서 동족으로 40만리 떨어진 곳에 있다는 난장이 나라로, 그 나라 사람들은 키가 1자 5치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列子』「湯問」 / “僬僥不可使擧, 侏儒不可使援”-『國語』「晉語四」】
斜日則龍伯防風, 惡得而似也?”
해질녘엔 거인, 꺽다리가 되니【용백(龍伯): 고대 전설상의 거인국이니, 그 나라 사람들은 키가 30자나 되고 만 8천살을 살고 죽는다고 한다. 『列子』「湯問」에 보인다. 防風은 禹 때 汪芒氏의 추장 이름이나, 여기서는 엄청난 거인의 뜻으로 쓰였다. 『國語』「魯語下」에 보인다】 어떻게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如畵之描形, 可謂似也歟?
마치 그림으로 형체를 묘사하는 것처럼 한다면,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까?
曰: “行者不動, 語者無聲,
말하겠다. 행동하는 데도 움직이질 않고 말하는 데도 음성이 없으니,
惡得而似也?”
어떻게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비슷하다는 말 속에 짝퉁이란 말이 숨어 있으니
曰: “然則終不可得而似歟?”
그렇다면 끝내 비슷해질 순 없다는 건가?
曰: “夫何求乎似也?
말하겠다. 어찌 비슷해짐을 추구하는가?
求似者非眞也.
비슷함을 추구하는 것은 참이 아니다.
天下之所謂相同者, 必稱‘酷肖’;
천하에 말하기로 서로 같은 것을 반드시 ‘매우 닮았다[酷肖]’고 말하고
難辨者亦曰‘逼眞’.
분별하기 어려운 것을 또한 ‘참에 가깝다[逼眞]’고 말한다.
夫語眞語肖之際,
그러나 ‘참’이라 말하고 ‘닮았다’고 말하는 사이에
假與異在其中矣.
거짓과 다름이 그 가운데에 있다.
故天下有難解而可學,
그렇기 때문에 천하에 난해하더라도 배울 수 있는 것이 있고
絶異而相似者.
절대적으로 다르지만 서로 흡사한 것이 있다.
鞮象寄譯, 可以通意;
통역【제역(鞮譯): 상서(象胥)와 마찬가지로 모두 역관(譯官)을 말함】과 번역으로 뜻을 통하게 할 수 있고
篆籒隷楷, 皆能成文, 何則?
전서(篆書)와 주서(籒書), 예서(隸書)와 해서(楷書)로 다 글을 지을 수 있는 건 왜일까?
所異者形, 所同者心故耳.
다른 것은 외형이지만 같은 것은 정신이기 때문일 뿐이다.
繇是觀之, 心似者志意也,
이런 것을 종합해보면 정신이 비슷한 것은 뜻이고,
形似者皮毛也.”
외형이 비슷한 것은 거죽과 터럭이다.
자신만의 글을 쓰는 낙서 화이팅!
李氏子洛瑞年十六,
이씨의 아들인 낙서, 이서구는 나이가 16살인데,
從不佞學有年矣.
나를 따라 배운 지 몇 년이 되었다.
心靈夙開, 慧識如珠.
마음의 신령함이 일찍이 열려 지혜와 식견이 구슬 같았다.
嘗携其『綠天』之稿, 質于不佞曰:
일찍이 『녹천』이란 원고를 가져다 나에게 질정했다.
“嗟乎! 余之爲文纔數歲矣,
“아! 제가 문장을 지은 지 겨우 몇 년인데
其犯人之怒多矣.
사람들을 거슬러 화나게 한 것이 많습니다.
片言稍新, 隻字涉奇,
짧은 말이라도 조금이라도 새롭고 한 글자라도 기이한 데에 이르면
則輒問‘古有是否?’
갑자기 ‘옛날에 이런 것이 있었느냐?’고 묻고,
否則怫然于色曰:
아니라고 대답하면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며
‘安敢乃爾?’
‘어찌 감히 이따위 짓을?’이라 화냅니다.
噫! 於古有之, 我何更爲?
아! 옛적에 그것이 있었다면 제가 왜 다시 하겠습니까?
願夫子有以定之也.”
부자께서 그것을 정리해주시길 원합니다.”
不佞攢手加額, 三拜以跪曰:
나는 손을 모아 이마에 대고서 세 번 무릎 꿇고 절하고서 말했다.
“此言甚正, 可興絶學.
“이 말이 매우 옳으니, 끊어진 학문을 일으킬 만하구나.
蒼頡造字, 倣於何古;
창힐이 한문을 만들 적에 어떠한 옛 문자를 모방했겠는가?
顔淵好學, 獨無著書.
안연은 학문을 좋아했지만 홀로 저서가 없었다.
苟使好古者,
진실로 옛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시켜
思蒼頡造字之時, 著顔子未發之旨,
창힐이 글자 만들 때를 생각하여 안연이 드러내지 못한 뜻을 저술하게 한다면,
文始正矣.
문장이 비로소 바르게 될 것이다.
吾子年少耳, 逢人之怒,
자네는 나이가 어릴 뿐이니 사람의 성냄을 듣게 되거들랑,
敬而謝之曰: ‘不能博學, 未攷於古矣.’
공경하고 사죄하며 ‘널리 배울 수 없어 옛 책을 참고하질 못했습니다.’라고 대답하렴.
問猶不止, 怒猶未解,
그런데도 묻길 그치지 않고 화냄이 풀어지지 않거들랑,
嘵嘵然答曰:
두려워하며 다음과 같이 대답하렴.
‘『殷誥』ㆍ『周雅』, 三代之時文;
‘『은고』와 『주아』와 같이 지금은 난해한 책도 그 당시의 사람들이 쓰던 문장이고,
丞相ㆍ右軍,
승상 이사의 전서(篆書)와 우군 왕희지의 초서(草書)도
秦ㆍ晉之俗筆.’” -『燕巖集』 卷之七
진(秦)나라와 진(晉)나라 당시의 글씨입니다요.’라고.”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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