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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선생 중용강의, 여는 글 - 나의 길을 걷다 중용의 길과 마주치다 본문

고전/대학&학기&중용

도올선생 중용강의, 여는 글 - 나의 길을 걷다 중용의 길과 마주치다

건방진방랑자 2021. 9. 15.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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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길을 걷다가 중용의 길과 마주치다

 

 

길이 있다. 그 누구도 걸어간 적이 없는 길과 많은 사람들이 걸어서 반들반들 닦여진 길. 어느 길로 가든 내가 원하는 곳에 갈 수는 있을 것이다. 모든 길은 이어지고 통한다는 걸 아니까.

 

단지 시간이 많이 걸리느냐, 조금 걸리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 차이라는 게 근시안적으로 보면 거창한 것처럼 보일 테지만, 실상 따지고 보면 별 거 아닌 거라는 생각도 든다. 어떤 삶이든 그것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한다면 말이다. 더욱이 그렇게 나만의 길을 만들며 돌아가는 것이 그 자신에게는 가장 빠른 길일지도 모르고, 만들어 가는 과정 속에 인생의 다른 의미도 느끼게 될지도 모르니까. 고로, 어느 길을 선택하건 그건 곧 자신의 길이라 표현할 수 있다는 말씀. 이쯤 되면, 이런 표현도 가능하지 않을까. 내가 곧 길이다!

 

 

 

9년 만에 중용의 길을 찾게 되다

 

중용의 길이 있다. 이 길을 알게 된 건 지금으로부터 9년 전이다. 학과 선배들을 통해 이 길을 알게 되었는데, 그 누구도 이 길이 어떤 길인지, 왜 가야 하는지 명확히 알려주는 사람은 없었다. 단지 그런 길이 있다는 것과 그 길의 대략적인 윤곽만을 넘겨 짚어주고 있을 뿐이었다. 나 또한 어쩔 수 없이 알아야 했던 길이기에 대략적인 윤곽에 만족해하며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내 삶은 언제나 이렇게 대충이었다. 제대로 알려 하기보다 적당히 알 것 같으면 다 아는 척하며 멈춰 섰던 것.

 

그러던 중, 이 길의 진면목을 알 수 있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 거다. 그렇게 피상적으로만 알던 중용의 길을 2009년도에 제대로 들여다보게 된 거다. 물론 거기엔 더 많이 연구한 사람의 도움이 필요했고, 그동안 갈고 다듬어온 나의 삶에 대한 통찰들이 필요했다. 어떤 것이 계기로서 작용하기 위해서는 그동안의 내적인 성찰이 필요하다는 것이 느껴지던 순간이었다. 그 길은 복잡한 듯했으나 명쾌했고, 가시덤불만 무성한 듯했으나 꽃향기 가득했으며, 버려진 옛길이라 죽어버린 길인 듯했으나 생명이 약동(躍動)하는 길이었다. 그 길엔 사람이 있었고 그 사람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난 그 사람과 끊임없이 대화를 하며 그 길을 걸었다. 9년간 알고 있던 길과, 지금 알게 된 길은 다른 듯, 그렇게 같더라.

 

 

이 책을 발견한 건 축복이었다.

 

 

 

실패 속에 다시 찾게 된 나의 길

 

나의 길이 있다. 이 길은 자신감이 충만한 길이었다. 탄탄대로처럼 보였고 난 그저 질주만 하면 되는 길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끝엔 절망만이 있었다. 아니, 애초에 내가 잘못 생각한 것이었으니, 절망도 없었다고 하는 표현이 옳을 듯하다. 나의 생각이 만들어낸 절망에 빠져 있었던 것일 뿐, 이 길은 여전히 쭉 펼쳐져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나의 생각이 나를 잡아 묶어두었던 거다. 수많은 갈림길에서 어느 쪽을 선택하고 나가려 하기보다 뒤로 물러서며 되돌아가려고만 했으니까.

 

그래서 다시 걷기 시작했다. 내가 한 발, 한 발 내딛을 때마다 내 삶엔 꽃이 피고 향기가 난다. 그렇게 걸어온 길을 돌아볼 때면 은근히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언제 저길 가나 했는데 어느새 그곳을 지나가고 있으니까. 그랬던 거다. 난 이 길 위에 줄곧 서있었던 것이고, 그렇게 어딜 향해서든 조금씩 나가고 있었던 거다. ‘오직 두 날개의 무게로 가는 새처럼난 오직 내 두 발의 정직함만을 믿고 가고 있었던 거다. 때론 물을 건너야 할 때도 있을 것이고, 때론 생각지 못한 횡재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그 모든 게 이 길이 나에게 준 삶의 이유들일 것이다.

 

 

5월 18일. 춘천->양구. 나의 길을 힘껏 걸었다.

 

 

 

중용의 길과 나의 길이 마주쳤다

 

중용의 길과 나의 길, 그건 전혀 무관한 길, 아무 상관도 없는 길처럼 보인다. 맞다. 우린 서로 상관없는 길에 서있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내 길만 간다고 해도 아무렇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길은 엇나가는 듯하지만 어느 순간 또다시 마주치게 마련이다. 내가 멀리 달아날수록 오히려 더 가깝게 다가가게 되는 아이러니.

 

길은 참 묘하다. 엇나감과 마주침은 하나다. 만남과 헤어짐은 하나고 큰 대로와 갈림길은 하나다. 어느 순간 우린 또 다시 하나로 합쳐져 큰 대로를 만들어가리라. 그리고 그 길 위엔 또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길을 만들기 위해 걸어가고 있겠지. 애초에 그 누구의 길도 아니었듯, 오로지 자신만의 길이었듯이 그렇게. 중용의 길과 마주쳤던 나의 길은 다시 새로워질 힘을 얻을 것이다. 삶은 계속 되고 나의 길도 계속될 것이다. 그 길 위에서 힘껏 두 손을 흔들며 다리로는 스텝을 밟으며 걷는다.

 

20091217()

50226번 자리에서

 

 

이 길을 거닐고 나면 무언가 보일 것이고, 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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