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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당사(南塘詞) - 해설 4. 서정주체의 의식의 흐름에 따라 본문

한시놀이터/서사한시

남당사(南塘詞) - 해설 4. 서정주체의 의식의 흐름에 따라

건방진방랑자 2021. 8. 19.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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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서정주체의 의식의 흐름에 따라

 

남당사의 작자는 그 여자의 인생이 너무나도 슬프고 안타깝게 느껴져서 16수를 지었다고 밝혔다. “이 노래는 한결같이 여심을 파악해서 표출한 것이요, 하나도 부풀린 말은 없다[詞皆道得女心出, 無一羨語].” 그야말로 연정(緣情)의 작()’이라 하겠는데 시인은 작중 인물을 정확히 대변했음을 특히 강조했다. 16수 모두 진술방식이 예외없이 비극적 주인공의 독백으로 되어 있다. 시인은 작중인물 속으로 잠적한 모양이다.

 

문예학에서 서정시는 대개 시인의 자설(自說)이기에 1인칭 화법을 쓰는 것으로 규정한다. 남당사의 경우 서정시의 일반적 진술방법과는 다른 형식이다. 그렇다고 서사시라 규정할 수 있을까. 자못 풍부한 서사성을 내포하고 있긴 하지만, 시인과 작중인물이 등치되어서 작중인물의 한숨과 노랫소리만 들릴 뿐이다. “드라마에서는 시인이 자기 인물들의 뒤로 사라져버린다” (R. Wellek & A. Warren, Theory of Literature)는 논리에 의하면 남당사는 다분히 극적인 성격을 보인다 하겠다. 필자는 지금 장르론을 펼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남당사는 원천적으로 서사성을 내장하고 있으면서 극적인 진술방식을 원용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 것이다. 딱히 구분을 짓자면 서사시라고 하겠거니와, 방금 지적한 두 가지 특징으로 인해 서정성이 고양되는 효과를 초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남당사에는 여주인공이 존재하므로 그녀가 위치하는 공간이 있게 마련이다. “남당 물가에 우리 집이 있거늘 / 무슨 까닭으로 다산초당에 머무는고[南塘江上是儂家, 底事歸依舊住茶]?” 남당 여자가 남당으로 돌아가지 않고 다산초당으로 와서 거주하는 사정을 문제적 상황으로 제기한 것이다. 작중의 의미있는 공간으로 남당과 다산초당이 설정된바, 다산초당은 서정주체의 현재적 공간인데 남당을 제목으로 표출했다. 남당이란 곳은 그녀의 친정 고장으로 당시엔 제법 번화한 항구였다 한다. 2수에서 남당의 부녀자들 뱃노래 좋아해서[南塘兒女解舟歌]” 그네들의 노랫말을 들어보면 상인은 먼 길 떠나길 가볍게 여긴다지만 / 상인들은 오히려 가고 오고 잘도 하네요[縱道商人輕遠別 商人猶見往來多]”라는 탄식에, 왜 자기의 임은 오도 가도 않느냐는 원성이 터져나오도록 되어 있다. 1, 2수는 서사(序詞)에 해당하고, 3수에서부터 자연스럽게 본장으로 들어간다. 그리하여 제15수에 이르면 남당 봄물에 안개가 자욱한데 / 늘어진 버들가지 갓 핀 꽃향기가 여객선을 덮네[南塘春水自生煙 渚柳汀花覆客船]”라고 다시 남당으로 돌아와, “여기서 곧바로 하늘가로 길이 통해 / 배에 우리 아이 실으면 소내(정약용의 본가가 있는 지명)로 닿을 텐데[直到天涯通一路 載兒行便達牛川]”라는 이루어질 수 없는 소망으로 전편이 종결에 이른다. 남당을 표제로 삼은 뜻이 서사와 결사에서 선명하다.

 

16수의 남당사는 방금 살펴보았듯 플롯으로 볼 수는 없지만 나름으로 짜임새를 갖추고 있다. 서사와 결사를 앞뒤로 두고 가운데 펼쳐진 제3~14수는 본사에 해당하는 것이다. 서사와 결사가 여주인공의 현재 심경이었던 대로 본사에 있어서도 고독과 번뇌를 되새기는 그녀의 심경을 따라서 현재와 과거로 상념이 교차하고 있다. 일종의 의식의 흐름이다.

 

 

思歸公子我心悲 돌아갈 날만 생각하는 임
내 마음은 슬퍼요.
每夜心香上格之 매일 밤 피운 향불,
뜻이 하늘에 닿았으리.
那知擧室歡迎日 어찌 알았으랴!
모두들 기뻐하는 그날이
反作兒家薄命時 아이의 집에는
기구한 운명이 지어진 때일 줄,

 

 

이처럼 서정주체의 마음은 이별하던 과거로 올라가서 회상하는데 모두들 환희하던 그날이 자기 모녀 앞에는 불행의 시작이 될 줄 어찌 알았으랴고 통탄하는 것이다. 여기서 서정주체의 대자(對者)인 임이 나오며, 또 임과 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나온다. “어린아이 총명도 해라. 그 아비 닮았는가. / 아빠를 부르고 울먹이며 언제 와요?’[幼女聰明乃父如, 喚爺嚌問盍歸歟]” (4)라고, 그 아이의 목소리까지 들리는 것이다. 작중 인물 둘이 더 출현한 꼴이지만 임은 서정주체의 상념 속에서만 나오며, 아이는 서정주체의 분신이므로 이 둘은 작중에서 독자적 인물로 등장하고 있다고 간주하기 어렵다.

 

 

 

 

인용

전문

1. 인간 정약용의 진솔함이 담긴 자료

2. 다산에게 매년 차를 보낸 여인

3. 우여곡절 끝에 다산초당에 돌아온 여자

4. 서정주체의 의식의 흐름에 따라

5. 1820년 강진 문인의 작품

6. 마현으로 찾아온 강진 제자에게 써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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