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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당사(南塘詞) - 해설 2. 다산에게 매년 차를 보낸 여인 본문

한시놀이터/서사한시

남당사(南塘詞) - 해설 2. 다산에게 매년 차를 보낸 여인

건방진방랑자 2021. 8. 19.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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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다산에게 매년 차를 보낸 여인

 

필자는 이 자료를 접하기 전에 진작 다산의 여자에 관해 이야기 두편을 들었다. 하나는 벽사(碧史) 이우성(李佑成) 선생으로부터 전해들었는데, 이 이야기는 당초 강진의 귤동(橋洞) 윤재찬(尹在瓚) 옹에게서 나온 것이다.

 

귤동은 다산초당이 있는 만덕산 산자락의 바다에 면해 있는 윤씨 마을이다. 다산초당은 원래 귤동의 윤단(尹慱, 귤림처사橘林處士)이란 분의 산장이었다. 다산은 윤씨의 특별한 배려로 유배의 처소를 강진읍내에서 이곳으로 옮겼던 것이다. 다산이 이곳 초당에서 거주했던 기간은 1808~18년 귀양살이가 풀려 경기도 마현(馬峴) 본가로 돌아갈 때까지다.

 

강진읍에서 썰물 때면 갯벌이 되는 바다 옆길을 따라가다가 귤동에서 버스를 내린다. 동백ㆍ차나무 동청수 등 남방의 상록수에 파묻힌 다산초당을 올려다보며 몇발짝 옮기면 동구에 윤재찬 옹의 집이 있었다. 사립문을 들어서면 이초(異草)와 괴석으로 조촐한 정원 가운데 종려수 한그루가 우뚝하다. 그래서 사랑채를 비록 초옥이지만 종려관(棕櫚館)이라 일컬었는데 그 주인이 다름 아닌 윤재찬, 낙천(樂泉)으로 자호하는 분이었다. 윤옹은 혹 누가 다산을 알아보기 위해 찾아오면 자기 집에 온 손님으로 여겨 반갑게 맞아 다산에 관해 말하기를 무척이나 좋아했다(그 시절엔 다산초당을 찾는 사람이 지금처럼 많지 않았다).

 

필자도 지난 1977년 겨울 종려관에서 하룻밤을 묵은 적이 있었다. 윤옹은 당시 76세의 고령으로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이야기를 하는데 다산을 후세에 전하는 일에 사명감을 가진 듯싶었다.

 

성균관대 국문학과에서 호남지방으로 처음 답사를 가서 다산초당을 찾은 것은 1970년대 초였다 한다. 당시 벽사 선생과 시인 김구용(金九庸) 선생 등이 종려관에서 윤옹과 일숙을 하게 되었으니 다산 이야기로 꽃을 피웠을 것임은 물론이다. 그 자리에서 시인 구용이 문득 다산 선생이 여기 계실 적에 혹시 가까이 모신 여자는 없었답니까라고 물었다 한다. 윤옹은 말문을 닫고 구용의 얼굴을 한참이나 물끄러미 바라보다가는, “지금까지 숱하게 많은 사람들이 여기 와서 선생의 사적에 관해 묻습니다만 그런 질문은 처음 받아보요하고 다시 망설이던 끝에 이왕 물으셨으니 내 털어놓으리다하며 이야기를 꺼냈다는 것이다. 시인 구용은 로렌스의 채털리 부인의 사랑을 인류 최고의 문학이라고 주장하는 지론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물음 자체가 가장 구용다운 관점에서 나왔고, 그래서 드디어 비화를 얻어들었다고 하겠다.

 

윤옹이 들려준 이야기의 요지인즉, 다산 선생이 초당에서 지내실 적에 의복 음식을 수발하며 모신 여자가 하나 있었다는 것이다. 다산 선생과의 사이에서 딸이 하나 있었는데 이름이 홍임(紅任)이어서 그녀를 홍임이 모()’라고 불렀다 한다. 다산 선생이 해배되어 돌아가신 뒤에도 홍임이 모는 초당에 남아 있으면서 해마다 찻잎이 새로 돋아나면 따서 정성스럽게 차를 제조해서 경기도 마현으로(강진의 경주인 편을 이용해서) 보내드리곤 했다 한다. 다산 선생이 그 차를 받아보시고 지은 시구가 전해온다면서 윤옹은 읊었다.

 

 

雁斷魚沈千里外 기러기 끊기고 잉어 잠긴 천리 밖에
每年肖息一封茶 매년 오는 소식 한봉지 차로구나.

 

 

요즘처럼 통신수단이 개발되기 전의 옛 세상에는 머나먼 길에 소식을 전해줄 메신저로 기러기를 떠올렸고 혹은 물고기까지 상상했다. 하늘나라에서 죄를 짓고 이별한 견우와 직녀도 1년에 한번은 만난다는데 이들 경우는 재회의 길이 현실적으로 단절된 상태였다. 다만 매년 잊지 않고 올라오는 한봉지 차를 대하게 되는 그 심경이 위의 시구에 함축되어 있는 것이다.

 

 

 

 

인용

전문

1. 인간 정약용의 진솔함이 담긴 자료

2. 다산에게 매년 차를 보낸 여인

3. 우여곡절 끝에 다산초당에 돌아온 여자

4. 서정주체의 의식의 흐름에 따라

5. 1820년 강진 문인의 작품

6. 마현으로 찾아온 강진 제자에게 써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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