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1. 지나침과 모자람
子曰: “道之不行也, 我知之矣, 知者過之, 愚者不及也; 道之不明也, 我知之矣, 賢者過之, 不肖者不及也.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도(道)가 행하여지지 않는구나. 나는 그 이유를 알지. 뭘 좀 안다고 하는 놈은 지나치고, 어리석은 자들은 못 미치기 때문이다. 도(道)가 밝아지지 않는구나. 난 그 까닭을 알지. 현명하다고 하는 자는 지나치고 그렇지 못한 자는 못 미치기 때문이지. 道者, 天理之當然, 中而已矣. 知愚賢不肖之過不及, 則生稟之異而失其中也. 知者知之過, 旣以道爲不足行; 愚者不及知, 又不知所以行. 此道之所以常不行也, 도라는 것은 천리의 당연함으로 중(中)일 뿐이다. 지혜로움, 어리석음, 어짊, 불초의 과하거나 미치지 못하는 것은 태어나며 품부 받은 다름으로 중(中)을 잃은 것이다. 지혜로운 자는 앎의 지나쳤고 이미 도를 행하기에 부족하다고 여기며, 어리석은 자는 앎이 미치질 못하고 또한 행할 줄을 모른다. 이것이 도가 항상 행해지지 않는 까닭이다. 賢者行之過 旣以道爲不足知; 不肖者不及行, 又不求所以知. 此道之所以常不明也. 어진 자는 행동이 지나쳤고 이미 도를 알기에 부족하다고 여기며, 불초한 자는 행동이 미치질 못하고 또한 알 것을 구하지 않는다. 이것이 도가 항상 밝지 못한 까닭이다. |
2~11장까지는 모두 공자의 말을 인용한 형태죠? 이건 어느 정도 본래 공자가 한 말을 근거로 해서 후대에 만든 것일 수도 있고, 본래의 말이 그대로 내려온 것일 수도 있으나, 나는 중용(中庸)의 저자가 공자가 본래 한 말(original fragment)을 드라마틱하게 재구성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는 이 문장을 오래된 단편(Old fragment)로 보지 않는 것입니다. 그런데, 인용한 것들을 보면 말이 대개 간략해요. 그래서 나는 원래의 말들이 문장으로 기록되면서 짧게 되었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최영애 교수에 의하면 그게 아니라 이런 문장들은 당대에 실제로 통용된 구어(口語) 같다는 거예요. 그럼 그때에 말이 이렇게 짧았을까? 짧았지! 옛날 사람은 말이 적었어요. 20세기 인간과는 달리 당시 사람들은 아구의 근육이 발달하지 않는 문명 속에 살고 있었던 겁니다.
여기서 ‘아지지의(我知之矣)’라는 말이 상당히 끊어지는 느낌이 드는데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요새 도(道)가 없어! 난 알지” 이런 투예요. 왜 이 말이 갑작스럽게 끼어들어갔느냐 하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공자 시대의 구어 속에서 문맥을 이해해야 할 겁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 오는 두 구절은 의미의 맥락상 위로 붙게 되어 있습니다.
‘지자과지(知者過之)’ 맞는 말이죠. 출판계, 문화계를 보면 화가를 보든, 연극인을 보든, 김용옥을 보든 너무 지나치거든요. 특히 요새 주위를 보면, 발악이야 발악! 왜 책들을 그렇게 많이 써 가지고 사람을 괴롭히느냐 이겁니다. 생각해 보니까 나도 책을 지나치게 많이 썼어요. 왜냐면 나도 교수월급이 떨어진 상태에서 생계를 이어야하니까 그럴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이런 것이 문제가 있다 이겁니다. 여러분, 여기 대학로를 지나다녀 보면 알겠지만 연극 포스터들을 한 번 보세요. 쌩 지랄 발광들이야! 관객을 동원하기 위해 벼라별 아이디어를 내서 포스터를 만들어 붙이는데 한 시간쯤 지나면 딴 놈이 와서 그 위에 다른 것을 붙이니까 또 붙여야 되고…. 이거 괴롭기가 그지없는 노릇이죠. 그래서 안다는 놈은 경향성이 도에 넘친(excessive)단 말이야.
그런데, ‘우자불급야(愚者不及也).’ 여러분이 시골에서 살다 보면 처음에는, 시골 사람들이 순박하고 착해서 ‘이렇게 좋은 사람이 있냐!’고 찬양하지만 좀 지내다 보면 ‘아이고 이 답답한 새끼들하고 내가 어떻게 사냐. 못 미쳐도 이렇게 못 미칠 수가 있냐?’ 이렇게 되거든. 제가 전주만 가서 살아도 이런 걸 쉽게 느끼게 됩니다. 서울과 지방도시의 차이는 말이죠, 그 외면을 떠나서 내재적인 수준과 문화적인 수준이 가히 하늘과 땅 차이라구요. 너무 낙후되었어요. 이것 참 큰일 났어요.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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