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1. 졸업 대신 승당례로
오늘 강의할 내용은 『중용(中庸)』에서 가장 오래된 프래그먼트로서 공자의 말씀의 인용의 양식을 취하고 있다. 이 내용이 다 문자 그래도 공자의 말이라고는 속단할 수 없어도 거의 대부분이 『논어(論語)』의 단편들과 동일한 전승임을 말해주고 있다. 공자의 어록 중에서 중용(中庸)과 관련되는 내용만을 간추린 이 내용은 아마도 가장 강렬한 유교철학의 표방일 것이다. 구절구절마다 우리의 일상적 사고의 허점을 찌르고 들어오는 그 맛이 참으로 짜릿하다.
모레 야회를 가는데 서원 측에서도 여러 준비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도올서원에서 하는 일은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에요. 작은 일에도 엄청난 공력이 들어가고 많은 생각을 해서 프로그램을 진행시키기 때문에 보통 놀러 가는 것과는 질이 다르다는 걸 유념해 주셨으면 합니다. 또 하나 말씀드릴 것은 스케줄 변경이 있다는 것인데, 금요일에 황병기 선생께서 오시기로 되어있었죠? 그런데 그날 이화여대에서 대학입학 실기시험이 있는 관계로 황병기 선생님 강의는 19일 10시로 옮겨질 것이고 금요일은 내가 강의하도록 하겠습니다.
2월 10일에 졸업식이 있을 텐데 ‘졸업식’이란 말은 일본말의 ‘소츠교(そつぎょう, 卒業)’라는 데서 따온 겁니다. 이 말이 별로 좋은 것 같지 않아서 1, 2림(林)때는 졸업식을 필업식이라고 했었는데 이것도 삐에(畢業)라고 해서 중국에서 쓰고 있는 용어거든요. 어째든 둘 다 마친다는 뜻이죠.
그래서 어제 연구원인 오항녕 선생이 필업이라는 용어를 바꾸는 게 어떠냐고 제안을 했어요. 『논어(論語)』에 공자의 여러 제자들이 자로(子路)의 행동에 대해 많은 비판을 하는 상황에서 공자가 자로를 옹호하면서 “유야승당의 미입어실야(由也升堂矣, 未入於室也)”라는 말을 합니다. 옛날에는 집을 들어갈 적에 돌계단을 올라 대청마루에 올라가는 것을 ‘승당(升堂)’이라고 하고 거기서 방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입실이라고 했는데 이 말들은 학문의 성취, 공부의 정도를 뜻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여기에서 공부를 하는 것은 단지 이 과정을 끝내고 학업을 그만두기 위한 것은 아니죠. 그것보다는 오히려 더 수준 높은 차원의 학문의 길로 나아가기 위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입실(入室)’이라는 것은 학인(學人)들이 끊임없이 지향하는 최종단계니깐 지금 거론할 수는 없고, 공부를 ‘끝낸 것’이 아니라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필업식이란 말을 ‘승당례(升堂禮)’라고 바꾸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해왔습니다. 영어로도 졸업식을 ‘커먼스먼트(commencement)’라고 하는 데 그것 역시 끝났다는 뜻이 아니라 사회적 삶의 시작개시라는 뜻입니다.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보니까 좋은 생각인 것 같아서 이 안을 채택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도올서원 필업식’을 앞으로는 ‘도올서원 승당례’라고 부르기로 하겠습니다. 이렇게 도올서원의 전통은 하나 둘 만들어 가는 겁니다. 자, 오늘은 삼장(三章)으로 들어갑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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