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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선생 중용강의, 17장 - 4. 효를 통해 유지된 질서 본문

고전/대학&학기&중용

도올선생 중용강의, 17장 - 4. 효를 통해 유지된 질서

건방진방랑자 2021. 9. 18.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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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효를 통해 유지된 질서

 

 

子曰: “其大孝也與! 德爲聖人, 尊爲天子, 富有四海之內, 宗廟饗之, 子孫保之.
공자가 말하기를, 순임금은 대효이실 것이다. 덕으로서는 성인이 되었고 지위로서는 천자가 되었고 부는 사해의 안을 소유하시어, 종묘가 을 흠향하고 자손이 을 보존했다.
 
子孫, 虞思陳胡公之屬.
자손이란 우사와 진나라 호공과 같은 순임금의 자손들을 말한다.

 

자왈 순 기대효야여(子曰 舜其大孝也與).’ 바로 이 부분에서 나오는 효()라는 것이 내가 전번에 얘기한 교육이라는 문제와 함께 얘기됩니다. 여기에서 나오는, 유교의 가장 중요한 파라곤(Paragon, 표본)으로 규정되는 순임금을 보면, 이 순임금이 순임금다울 수 있도록 하는 덕성의 내용이 바로 대효(大孝)입니다.

 

그런데 유의할 것은 여기서 효라는 것은 단순히 자식이 아버지께 효도한다는 개념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그런 뜻이 아니예요. 유교사회에서는 사회제도의 가장 궁극적인 질서를 훼밀리(Familly)로 본다고 그랬지요. 그런데 어떤 의미에서 문명 속의 패밀리라는 것은 자연 속의 패밀리와는 아주 달라요. 자연 속의 패밀리는 전번에 말했듯이, 새끼가 사회화(socialize)될 동안 일시적으로 생겼다가 해체되는 것이지만, 문명속의 패밀리라는 것은 하나의 제도예요. , 인간이 만든 인위적 질서입니다.

 

그러니깐 유교문명에서 패밀리를 가장 이해하기 쉬운 개념이 뭐냐 하면 바로 처치(Church)예요. 쉽게 기독교 문명으로 말한다면 일종의 교회라는 얘기지요. 그렇다면 그 교회의 목사가 누구죠? ‘아버지가 되겠지요. 그런데 기독교의 교회를 유지하는 핵심적인 개념을 무엇으로 볼 수 있습니까? 신앙이라는 빌리프(belief)’가 핵심이지요. 하나님이 나의 구주라는 것을 내가 믿는다는 그런 전제가 신앙인데, 예를 들어 세례를 받을 때를 보세요. 이런 신앙을 내가 믿는다는 약속을 하고 들어가잖아요? 그런 약속을 한다는 것 자체가 교회라는 공동체의 에토스(Ethos)는 빌리프 체계에 기반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와 같이 효라고 하는 개념은 여러분이 알고 있는 것과 같은 단순히 어버이께 효도하는그런 게 아니예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유교에서 말하는 효라는 개념은 기독교에서 말하는 빌리프와 같습니다. 효가 우리 전통 유교사회의 모든 질서를 유지하는 가장 근원적인 빌리프 시스템(Belief system)이라는 말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효가 깨지면 모든 게 다 깨지고 말죠. 이러니깐 효라는 것은 가정에만 국한되어 유지되는 것이 아닙니다.

 

옛날 우리 유교사회를 보면 효라는 게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습니까? 바로 마을공동체를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모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지요. 그래서 효라는 것은 반드시 종교적인 예식을 포함합니다. 아버지가 죽으면 움막 틀고 무덤 옆에서 삼 년을 지내야 상례(喪禮)로 쳐준단 말예요. 근데 막상 어느 미친놈이 무덤 옆에서 삼년씩이나 움막 짓고 살 수가 있겠어요. 여러분이라면 그런 삼년상을 할 수 있겠습니까? 부모님께 효도한다고 해서 삼년동안 움막 짓구 요즘도 그렇지만 옛날에도 역시 그러한 삼년상을 거의 안 했답니다. 근데 어쩌다 한 놈이 하거든요. 그러니깐 그놈한테 효자. 열녀비를 세워주는 거죠. 거꾸로 해석하면, 효행을 했다는 걸 기려서 효자비를 세운다는 것은 아무도 효자비 세울 만한 행동을 좀처럼 안 한다는 뜻입니다. 알겠어요? 생각해 보세요. 왜 마을 공동체에 효자ㆍ열녀비가 서는 거죠? 아무도 효자비 세울 만한 행동을 안 한다는 말이예요. 다만 불가능할 정도로 그 마을공동체의 도덕적 가치(moral value)를 높게 잡고는, 그걸 가지고 그 마을의 에토스를 유지시키는 겁니다. 그러니깐 효자ㆍ열녀비를 세우는 거예요. 무슨 말인지 아시겠습니까? , 청상과부로 혼자된 여자가 어떻게 그대로 계속 살 수 있겠어요? 열녀가 될 수가 없죠. 눈길 한 번 맞으면 그냥 가는 게 여잔데, 어지간해서는 도저히 혼자 살 수가 없습니다. 알고 보면 열녀다ㆍ효자다, 하는 것이 자연스런 인간의 감정이 아닌 인위적 제도예요. 강렬한 에토스의 기준이란 말입니다. 과거 유교사회는 이런 거를 통해서 그 사회제도 질서를 유지했던 거죠.

 

근데 지금은 이게 깨졌어요. 대신에 현대사회는 이것을 시민의 자유라든가 하는 다른 개념으로 바꿔갔습니다. 근대사회에서는 이렇게 에토스 개념이 바뀌어졌지만 과거 유교사회는 어떤 모습으로 에토스를 지탱해왔느냐 하면 바로 이 효예요. 그래서 순임금이 천자지위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가 단지 순임금이 자기 아버지에게 엄청난 효도를 하는 사람이라는 것뿐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사람들이 별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죠. 지금 여러분들은 이러한 것이 이해되지 않을 거예요. 예를 들어, 총리를 뽑는데 효를 기준으로 삼았다고 한다면? 암만 생각해봐도 역시 이해가 잘 되지 않죠. 근데 옛날에는 효라는 것이 상당한 이유가 됐단 말이예요. 지금은 행정관료로서 그 사람이 상당히 유능하다든가 해야 하는데, 옛날에는 그런 게 필요한 것이 아니었으니깐요. 이렇게 전통 유교사회가 지향하고자 하는 목적체계가 지금과는 너무 다릅니다.

 

이에 자세한 얘기는 앞 강의를 참고하고 계속 본문을 봅시다. “舜其大孝也與 德爲聖人 尊位天子 富有四海之內 宗廟饗之 子孫保之이 문장에서 순()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근데 종묘향지 자손보지(宗廟饗之 子孫保之)를 성백효 선생은 순임금이 종묘에 제사를 흠향하시며 자손을 보존하셨다고 해석을 했는데, 나는 성백효 선생과는 다르게 해석하겠어요. 그분과는 다르게 오히려 거꾸로 ()’가 순()을 받는 걸로 보구선 종묘가 순()을 향제(饗祭)하고 자손이 순()을 보지했다고 해석해야 할 거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은 순()이 주어니깐 ()이 자손을 보존했다로 번역하기도 하는데, 그보다는 역시 내가 해석한 자손이 만만대대로 순의 덕성을 이어받았다가 더 낫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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