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장 3. 제사에서 앉는 차례
宗廟之禮, 所以序昭穆也. 序爵, 所以辨貴賤也; 序事, 所以辨賢也. 旅酬, 下爲上, 所以逮賤也; 燕毛, 所以序齒也. 종묘의 예(禮)는 소묘(昭廟)와 목묘(穆廟)에 사람들을 차례짓는 까닭이요, 관작(官爵)에 따라 서열하는 것은 귀천을 분별하는 까닭이요, 직분의 서열을 정함은 현명한 사람들을 구별하기 위함이요, 술잔을 아랫사람이 윗사람들 위해 권하는 것은 아랫사람에게까지 제례에 참여하게 하는 까닭이요. 잔치에 머리털을 보고 앉히는 건 나이를 구분하는 까닭이다. 宗廟之次: 左爲昭, 右爲穆, 而子孫亦以爲序. 종묘의 차례는 왼쪽이 소(昭)가 되고 오른쪽이 목(穆)이 되니 자손 또한 이것으로 차례 짓는다. 有事於太廟, 則子姓ㆍ兄弟ㆍ羣昭ㆍ群穆咸在, 而不失其倫焉. 태묘에서 제사를 지내면 아들과 손자, 형제 여러 소(昭)와 여러 목(穆)이 다 모여 차례를 잃지 않는다. 爵公ㆍ侯ㆍ卿ㆍ大夫也. 事, 宗祝有司之職事也. 벼슬이란 공(公)과 후(侯), 경(卿), 대부(大夫)다. 사(事)란 제사의 여러 일을 담당하는 직책을 말한다. 旅, 衆也. 酬, 導飮也. 旅酬之禮, 賓弟子ㆍ兄弟之子, 各擧觶於其長, 而衆相酬. 여(旅)는 무리라는 뜻이다. 수(酬)는 마시도록 인도하는 것이다. 여수(旅酬)의 예는 빈객의 아우와 아들, 형제의 아들이 각각 그 어른에게 잔을 들고 무리가 서로 수작례(受爵禮)하는 것이다. 蓋宗廟之中, 以有事爲榮, 故逮及賤者, 使亦得以申其敬也. 대저 종묘에서 일을 맡음이 영화로움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천한 사람에게도 미치는 것은 또한 하여금 공경함을 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燕毛, 祭畢而燕, 則以毛髮之色別長幼, 爲坐次也. 齒, 年數也. 연모(燕毛)는 모발의 색깔로 나이 듦을 구별하여 앉는 차례를 삼은 것이다. 치(齒)는 나이다. |
‘서(序)’는 종사로 차례 짓는 순서를 밝힌다는 뜻입니다. 앞에서 『맹자(孟子)』 「공손추(公孫丑)」에 나왔던 ‘작일치일덕일(爵一齒一德一)’에서 본 것처럼 ‘치(齒)’란 나이를 말하는 것인데, 작(爵)도 치(齒)와 관련되는 위계질서를 말합니다. 물론 내가 보는 ‘작(爵)’은 ‘작제(爵制)’의 문제와 함께 논의되는 거대한 주제입니다만, 여기서는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주자 주에, ‘작(爵)은 공(公)ㆍ후(候)ㆍ경(卿)ㆍ대부(大夫)’라고 했는데, ‘공후(公侯)‘는 중앙의 관직으로 공(公)·후(侯)·백(伯)·자(子)·남(男)이고 경(卿)·대부(大夫)는 지방의 제후(諸侯)·대부(大夫)입니다(「萬章」) 계속 주자 주를 보면, “직분이란 종축(宗祝)이나 유사(有司)와 같은 직책을 말한다[事宗祝有司之職事也].” ‘종(宗)’은 종백(宗伯)·종인(宗人) 등 제사 담당관을 가리키고, 축(祝)은 소축(小祝), 대축(大祝)과 같은 기도 담당관, 즉 축문을 읽는 사람을 말하며, 유사(有司)는 그 외의 세부적 직책을 담당하던 사람들 말합니다.
‘수(酬)’는 수작(酬酌)이란 말이 남아있듯이 술잔을 주고받는 것이죠. 수(酬)가 술을 권하는 것이고, 작(酌)은 받는 거예요. “수(酬)는 하(下)가 상(上)을 위해서 한다.” 제사에는 아랫사람이 참여할 기회가 적으니까, 술잔을 권할 때 밑에서 위로 올라오는 순서를 택하면, 아랫사람도 참여할 수 있을 것이 아니겠느냐는 말입니다. 제례가 다 끝나고 연(燕, 뒷풀이)이 베풀어질 때는, 머리털을 보고 허연 사람들은 위에 앉히고 그 다음 희끗희끗한 사람을, 마지막으로 새까만 사람을 나중에 앉힌다 이겁니다.
김우중씨는 젊었을 때를 회고하면서 말하기를, 한국 사회에서 머리가 흰 것을 천행(天幸)이라고 했습니다. 대우를 일으켜 서울역 앞에 거대한 사옥을 지을 때, 그의 나이 불과 30대 초반이었어요. 당시 장관과 면담하고 협상할 때, 그의 머리가 완전히 하얗기 때문에 얼마나 득을 봤는지 모른다는 얘깁니다. 머리가 까맣거나 나같이 머리칼이 없는 박박머리 놈은 무턱대고 애숭이로 취급하는 버릇이 있기 때문에, 한국 사회에선 역시 머리가 희면 대접받는 것 같아요.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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