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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도올선생 중용강의, 33장 - 2. 거대한 화면에 조그만 갈매기 본문

고전/대학&학기&중용

도올선생 중용강의, 33장 - 2. 거대한 화면에 조그만 갈매기

건방진방랑자 2021. 9. 22.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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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2. 거대한 화면에 조그만 갈매기

 

 

詩云: “潛雖伏矣, 亦孔之昭!” 故君子內省不疚, 無惡於志. 君子之所不可及者, 其唯人之所不見乎.
시경(詩經)에 이르기를 잠긴 것이 비록 엎드려 있으나 또한 심히 밝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군자는 안으로 살펴보아 하자가 없어서 마음에 미움이 없는 것이니, 군자의 미칠 수 없는 점은 사람들이 보지 않는 바에 있는 것이다.
 
, 小雅正月之篇. 承上文言莫見乎隱莫顯乎微. , 病也. 無惡於志, 猶言無愧於心, 此君子謹獨之事也.
시는 소아 정월의 편이다. 윗 장을 이어 막현호은(莫見乎隱)ㆍ막현호미(莫顯乎微)를 말했다. ()는 병폐라는 것이다. 뜻에 미워함이 없는 것은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다는 말과 같으니, 이것은 군자의 신독(愼獨)’의 일이다.

 

 

시운 잠수복의 역공지소(詩云 潛雖伏矣 亦孔之昭)’

()’이란 것은 숨어있다란 뜻이고, ‘()’이라는 것은 아주 심하게란 뜻으로서 부사적으로 쓰인 것이며, ‘()’라는 것은 밝다란 얘기죠. 이것은 원래 시경(詩經) 소아 정월(小雅 正月)()에 나온 것인데, 원래 아주 맑은 연못에 물고기가 저 바닥에 쫙 하니 잠복해 있는(숨어있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기는 숨어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위에서 볼 적에는 그 바닥까지 명료하게 보이는 그런 장면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죠. 그러니까 숨어 있다고 하지만 그것처럼 드러나는 것이 없다는 얘깁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은폐된 잘못이 드러난다는 식으로 부정적인 의미로 쓴 것이 아니라, 중용(中庸) 1의 의미(莫顯乎微)시경(詩經)과 연결해서 더욱 풍부히 하고 있는 것입니다.

 

 

고군자내성불구 무오어지(故君子內省不疚 無惡於志)’

여기서 지()라는 것은 마음이죠.

 

 

군자지소불가급자 기유인지소불견호(君子之所不可及者 其唯人之所不見乎)’

여기서 군자에게 미칠 수 없는 바[君子之所不可及者]’라는 것은 우리가 군자에게 따라갈 수 없는 점이라는 그런 의미가 되겠죠. 쉽게 말해서, 그것은 유인지소불견호(唯人之所不見乎)’ 이것이 바로 중용(中庸) 1장의 신독(愼獨)을 말한 것으로 유교적 덕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여러분들이 이 중용(中庸)이라는 장대한 드라마의 시작과 끝을 조금 드라마틱하게 전체적으로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처음에 천명지위성 솔성지위도 수도지위교(天命之謂性, 率性之謂道, 修道之謂敎).’로 시작해서 군자 계신호기소불도 공구호기소불문(君子, 戒愼乎其所不睹, 恐懼乎其所不聞).’이라고 했습니다. , 중용(中庸) 전체의 구성은 천명(天命)’으로 시작해서, 중간에 작예악(作禮樂)’, ‘구경(九經)’, ‘왕천하(王天下)’ 등 세상만사를 얘기하다가, 제일 마지막 클라이막스에서 다시 인간의 가장 심오한 내면의 세계(愼獨)’로 돌아가는 겁니다.

 

중용(中庸)이라는 이 거대한 파노라마가 33장에서 시경(詩經)의 싯구들로 마무리되고 있는 것에는 깊은 의미가 있습니다. 오로지 시경(詩經)의 언어들만 나열되고 있지, 딴 말은 안 하고 있죠? 이 전체의 흐름을 꿰뚫은 사람이라면 이 의미를 알 수가 있어요. 천명(天命)으로 시작되는 거대한 중용(中庸)의 세계가 지향하는 것은 결국 ()’라는 하나의 예술적 세계로 통하고 있습니다. 이 예술이라는 게 뭐예요? 바로 인간의 미세한 내면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을 말하는 겁니다.

 

내가 전번에 동아일보에서 어느 중국 작가의 그림을 봤는데, 아주 거대한 화면에 아주 조그만 갈매기 하나가 날아가는 걸 그려놨더군요. 상당히 인상적(impressive)이었어요. 중용(中庸) 33장이 딱 그런 겁니다. 점점 이렇게 갈매기가 날아가다가 사악 사라져갑니다. 이 시()라는 것이 이런 거 아닙니까? 참 멋있어요! 여러분들 이 이미지를 한 번 그려보십시오. 보이지 않는 곳으로 끝없이 가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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