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이란 무엇인가
‘객관’이란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객(客), 즉 손님의 시각을 가진다는 것이다. 손님이라는 말은 다루어야 할 문제와 이해관계가 없는 위치를 의미한다. 그런 위치에 선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무래도 이해 당사자는 자기 이익에 합치되는 쪽으로 생각하게 마련이며, 이해관계를 떠나야 합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결국 객관의 목적은 합리성의 추구에 있다.
그런데 문제는 합리적이라는 것, 이치에 맞는다는 것이 곧바로 올바른 결론의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모든 논리는 기본적으로 어떤 보편, 엄밀히 말하면 보편이라고 인정되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런데 그것이 진짜 보편이 아닐 수도 있다. 그냥 일반적으로 인정받는 내용일 뿐 사실은 틀린 가정에 불과한 것일 수도 있다. 이건 어떤 방법으로도 증명이 안 된다. 결국 객관이 추구하는 합리가 별것 아니라면 이를 목표로 하는 객관도 별것 아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과학 이야기에 지친 분들을 위해서 이번에는 조금 부드러운 이야기로 시작하자.
길 가던 나그네가 함정에 빠진 호랑이를 구해주는 이야기가 있다. 호랑이는 은혜를 모르고 거꾸로 나그네를 잡아먹으려 한다. 함정을 판 것도 사람이니 어차피 구해준 것에 대해서는 은혜를 갚을 이유가 없다고 우기는 것이다. 결국 ‘객관’적인 의견을 들어보자는 데까지 호랑이가 양보해서 나무와 소에게 물어보는데, 둘 다 나그네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다. 사람이란 못돼먹었으니 잡아먹어도 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토끼가 나타난다. 토끼에게 같은 질문을 하자, ‘정확한 상황을 알아봐야 하니 일단 처음 상황으로 되돌려보자’라고 하면서 호랑이에게 다시 함정으로 들어가라고 한다. 그러고는 ‘서로 의견이 다르니, 아예 처음 상황으로 되돌리면 되겠네요’라며 나그네에게 그냥 가라고 말한다.
구체적인 사실에서 엄격한 객관이란 불가능하다. 위 이야기의 소나 나무처럼 직접 당사자가 아니라 할지라도 어느 정도는 주관적인 호오(好惡)의 감정이 작용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토끼는? 물론 나그네를 구하려는 의도를 숨기고는 있었지만, 토끼는 인간에 대한 직접적 평가를 유보한다. 단지 갈등 해결에 대한 방법론을 제시한다. 여기에서 객관의 가치가 나온다. 결국 객관이 지향하는 바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방법론이다.
객관화란 구체적인 상황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주어진 상황에서 해결책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상황에 대한 평가 및 각각의 해결책이 제시하는 결과들에 대한 평가가 있어야 한다. 그 평가를 위해 상황에서 한 발 떨어지는 것이 객관의 의미다. 한 발 떨어져서 우선적으로 찾으려 하는 것은 평가 자체가 아니라 평가 방법론이다. 평가 방법론을 찾아내고 이를 정확히 적용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객관이라 부르는 것의 실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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