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인의 목적 지향성
소양인은 어떨까? 소양인은 과정이란 ‘목적을 위한 것’이라는 인식이 다른 체질보다 강한 편이다. 태음인과 비교하기 쉽도록 바캉스 가는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태음인은 돌아가고, 샛길로 가고 하는 식으로 과정을 즐김으로써, 목적지로 가는 어려움이 주는 고통을 줄인다. 반면 소양인은 목적지로 가는 게 아주 어려우면 아예 목적지 자체를 바꾼다. 목적은 바캉스지, 경포대나 만리포 자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즉 경포대나 만리포는 바캉스라는 목적을 위한 과정, 도구에 불과하기에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가다가 중간에라도 틀어버리면 그만이다.
그런 사고방식이라면 굳이 샛길로 갈 이유가 없다. 샛길이나 산길로 차를 좀 빨리 몰다보면 운전 기술은 매우 빨리 는다. 그런 게 태음인은 재미있다. 그런데 소양인은 내가 전문 드라이버로 나설 일도 없는데 그런 기술 배워서 뭐 하냐고 생각한다. 소양인은 고속도로로 가면 막히는 듯해도 신호가 없어서 전체 시간은 오히려 짧다는 것을 중시한다. 가는 길 조금씩 즐기는 자잘한 데 관심 두지 말고 좋은 곳에 빨리 가서 제대로 즐기자는 입장이다.
조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소양인은 조리 과정을 즐기는 경우가 좀 드물다. 그래서 튀김 요리 같은 걸 좋아하고 잘하는 경우가 많다. 조리 과정이 쉽고 짧으니까. 아무래도 찌개 요리는 서툰 경우가 많다. 뭉근하게 오래 끓이는 조리 방식은 쉽게 익숙해지지 않으니까. ‘목적은 먹는 것이고, 조리는 과정일 뿐이다.’ 이런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다.
이런 강한 목적 지향성이, 소양인이 사무(事務)에 능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음인(陰人) 십여 명이 끙끙대던 일을 소양인이 하나 끼어서 쾌도난마(快刀亂麻)로 처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목적을 명확히 인식하고 몰고 가니까. 그런데 목적 지향이 지나치면 집안일에는 문제를 일으킨다. 목적 지향이란 긴장을 의미하기에, 긴장 완화라는 가정의 고유 목적과 충돌하는 부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소양인의 어쩔 수 없는 한계는 아니다. 충분히 극복 가능하며, 그런 한계들을 어떻게 극복하는가 하는 것 역시 이 책 제2부에서 나올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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