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사심(邪心)과 박통(博通)
마음의 영역에서는 각자의 체질과 가장 다른 쪽을 공부하려 한다. 안팎이 모두 자신과 다른 체질에 대해서 공부하는 것이다. 즉 태양인은 태음 기운을, 태음인은 태양 기운을 공부하려 한다. 다른 말로 하자면 태양인은 인륜(人倫)을, 태음인은 천기(天機)를 배우려 하는 것이다. 소양인은 소음을, 소음인은 소양을 배우려 한다. 즉 소양인은 지방(地方)을, 소음인은 세회(世會)를 배우려 하는 것이다.
그냥 그렇게 배우려고 한다고 알고 넘어갈 사람에게는 필요 없는 이야기지만, 모든 것을 명확하게 정리하고 넘어가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약간의 이론적인 설명을 덧붙이도록 하자. 앞에서 사상의 괘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한 적이 있다. 태양(⚌), 소양(⚎), 태음(⚏), 소음(⚍)의 괘에서 바닥에 있는 음효와 양효는 마음이 쏠리는 방향을, 위에 있는 음효와 양효는 행동이 지향하는 바를 더 나타낸다.
즉 태양인이 마음 공부를 하려 하면 바닥에 있는 효가 다른 태음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태양인과 소음인은 바닥에는 같이 양효(陽爻)가 깔려 있어 같이 원리를 지향하는 마음이 있다. 따라서 그 부분에는 크게 배울 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결국 태음인의 바닥에 깔려 있는 음효(陰爻)가 구체성을 지향하는 바를 배우려 들게 된다. 마찬가지 원리로 소양인은 소음을, 태음인은 태양을, 소음인은 소양을 각각 배우려 들게 되는 것이다.
또 이를 심리학 용어를 써서 설명하자면 같은 인식 기능인 직관과 감각의 차이에서 태양과 태음 기운이 부딪히기에 이를 서로 배워서 인식기능을 완성시키려 하며, 같은 판단 기능인 감성과 사고의 차이에서 소양 기운과 소음 기운이 부딪히기에 이를 배워서 판단 기능을 완성시키려 한다고 설명할 수도 있다.
융 | 이제마 | 내용 |
직관 | 태양 | 일이 돌아가는 이치, 원리를 수용하는 것 |
감성 | 소양 | 벌어진 현상을 수용하는 것 |
감각 | 태음 | ‘좋은가/나쁜가’를 판단하는 것 |
사고 | 소음 | ‘옳은가/그른가’를 판단하는 것 |
이론적인 설명은 이 정도로 하자. 어쨌든 그런 식으로 부족한 기운을 배우려 한다. 그런데 그것을 겸손히 배우려는 사람이 있다. 상대의 영역을 존중하며, 늘 배우려 하되 자기 중심을 지키며 자기 방식으로 한발 한 발 나아가 끝내는 상대의 영역에 도달하는 사람이 있다. 그것을 동무(東武)는 ‘박통(博通)’이라고 불렀다. 박통(博通)이란 널리 통한다는 뜻이다. 그 자체로도 대단한 표현이다. 그런데 동무(東武)는 그냥 박통(博通)이라고 하지도 않는다. ‘절세(絶世)의 박통(博通)’이라고 말하다. 세상을 능히 바꿀 만한 박통(博通)이라는 것이다.
즉 태음인이 태양의 영역에 도달하게 되면 태양의 영역에서 태양인보다도 더 뛰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소음인이 소양 영역에, 태양인이 태음 영역에, 소양인이 소음 영역에 도달하게 되면 다 ‘절세의 박통(博通)’이라 부를 만한 깨달음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런데 쉽게 그 영역에 못 가는 것은 어설프게 흉내 내려고 하기 때문이다. 근본도 모르는 채 그저 자신의 눈에 비친 상대의 모습을 상대의 전부인 줄로 착각하고, 그래서 그 정도라면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일이 꼬이는 것이다.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방식으로 재단하며, 자신의 영역을 넓히려는 노력 없이 그저 출발점에 머물러 상대의 영역을 흉내 내려는 방식, 바로 그곳에서 사심(邪心)이 나온다. 이 사심(邪心)이 박통(博通)에 도달하는 것을 방해하기에, 이 사심(邪心)이라는 것이 워낙 강하기에, 대부분의 중인(衆人)이 성인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