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절심(竊心)과 방략(方略) / 태양인의 소음 기운
태양인의 도둑질
이제까지 해오던 순서대로 한다면 소양 기운을 이야기할 차례다. 그러니까 태음인의 소양 기운을 이야기할 차례인데, 순서를 조금 바꿔보자. 소음인 이야기를 하면서 태양인의 경우와 계속 비교했으니, 이해가 쉽도록 태양인이 소음 기운이 필요한 영역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먼저 해보자.
태양인의 태행(怠行)은 욕심(慾心), 혹은 절심(竊心)이라 부른다. 동무(東武)는 이를 절물(竊物)이라고 설명한다. 소음인의 탈심(奪心), 천심(擅心)을 탈리(奪利)라고 표현한 것과 아주 대조된다. 탈(奪)은 드러나게 빼앗는 것이고, 절(竊)은 몰래 훔치는 것이다. 리(利)를 빼앗는다는 것이 명성을 쫓는 것이라면 물(物)을 훔치는 것은 구체적 성과를 훔친다는 것이다.
태양인에게는 남을 이끌려는 속성이 있다. 영어로 말하자면 리더가 되려 한다는 것이고, 한자로 표현하자면 ‘웅(雄)이 되려고만 하고 자(唯)가 되려하지 않는다’라고 표현된다. 어쨌든 이미 지도자의 위치에서 출발하기에 명성에는 탐냄이 적다. 그러나 성과물에 대해서는 좀 다르다. 절(竊)이라는 표현은, 그 성과물이 태양인에게로 가는 것이 당연해 보이게 만든다는 의미다. 곁에서 지켜보는 사람은 전혀 모르고, 심지어 도둑맞은 사람도 자신이 도둑맞은 것을 잘 모르기에 절()이 되는 것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집단 성과물의 소유가 지도자에게로 집중되는 상황을 동무(東武)는 지도자의 도둑질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태양인이 성과물을 도둑질하게 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급박지심(急迫之心)이다. 일을 빨리 서두르는 마음에 참여자를 선동하게 된다. 채근(採根)이나 독려(督勵)면 차라리 눈에 드러난다. 채근이나 독려로 과도한 노동을 이끌어내는 것은 탈(奪)이다. 그런데 선동으로 이끌어내니까, 과도한 노동을 이끌어낸다는 것이 눈에 쉽게 안 보인다. 그러니까 도둑질이 되는 것이다.
모든 체질의 사심(邪心)과 태행(怠行)은 숨어 있는 잠재의식의 장난이다. 소음인의 경우에는 근거가 확실치 않을 때 느끼는 불안정지심(不安定之心)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작용한다. 자신이 근거로 삼는 것이 공격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긍심(矜心)의 형태로 나타나고, 자신이 근거를 확실히 세우지 못한 영역에 도전할 때 느끼는 불안감이 천심(擅心), 탈심(奪心)의 형태로 나타난다. 그러나 그런 것은 무의식 수준에서의 작용이기에 본인은 자기가 긍심(矜心)이나 천심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마찬가지로 태양인은 자신에게서 절심(竊心)이 발동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마음속에서 급박지심이 이끄는 대로 끌려가기 때문에, 자신이 참여자의 과도한 노동을 끌어내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지 못한다. 결국 일이 완성되었을 때 참여자들의 공은 평상적인 참여를 기준으로 생각하게 된다. 다른 참여자들이 태양인의 속도에 맞추기 위해 상당히 애썼다는 사실을 모른다. 비유해서 말하자면 초과근무 수당을 떼먹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직관력이 문제가 되는 경우다. 생각하고 정리하는 것에 능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결과에 대한 표현에 능한 사람이 있다. 표현에 서툰 사람들은 오래 생각하고, 공들여 정리한 것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수가 있다. 그들의 서툰 표현을 듣고 직관력이 강한 태양인이 그 핵심을 알아냈을 때, 세상에 알리고 설명하는 공은 태양인에게로 돌아가게 된다. 태양인은 이것이 상대의 것을 훔쳤다는 사실을 모른다. 상대가 도달한 영역이 10인데 그 중 3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를 듣고 자신이 10을 말했다면, 애당초 상대는 3밖에 도달하지 못했고 나머지 7은 자신이 깨달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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