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수비 성향
위의(威義)에 도달하는 것을 방해하고 치심(侈心)에 빠지게 만드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인이 태음인의 지나친 수비 성향이다. 아이들이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하는 것을 봐도 그런 모습이 나타난다. 확실히 태음인은 수비에 치중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스타크래프트를 잘 아는 사람은 이 말의 의미를 알 것이다. 게임 하나를 할 때도 체질의 영향이 많이 드러난다. 특히 하수 시절일수록 그렇고, 고수가 되면 그 특성이 점차 엷어진다】.
원래 태음인은 매사에 수비적이다. 함부로 남을 공격하는 일이 없다. 그런데 수비에 자신이 없어지면, 즉 겁을 먹게 되면 과잉 수비가 나타난다. 남이 나를 건드릴까 두려워 필요 이상으로 어깨에 힘을 주면서 ‘나 건들지 말란 말야’라고 무언의 시위를 하게 된다. 이게 치심(侈心)의 정체다. 그래서 환경 변화에 적응이 안 될 때 치심(侈心)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치심(侈心)이 지나치면 선제공격을 하기도 한다. 원래 공격적인 소양인은 공격의 요령을 안다. 어느 정도로 공격해야 상대의 기를 꺾으면서도 사고가 안 나는지를 안다. 치심(侈心)이 뜬 태음인은 적절한 정도를 모른다. 대뜸 자기가 할 수 있는 최강의 공격을 퍼붓는다. 결국 사고를 치게 된다. 평소에 조용하던 아이들이 오히려 큰 사고를 많이 친다. 상황에 겁을 먹게 될 때 사고를 치는 법이다.
태음인의 치심(侈心)에 대한 설명을 ‘똥개도 제 바닥에서는 50점은 접어준다’는 말로 시작한 김에 개에 관한 이야기를 좀더 해보자.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개가 짖는 것은 겁을 먹었을 때다. 물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조용히 틈을 노린다. 치심(侈心)이 뜬 태음인의 모습은 마구 짖어대는 똥개의 모습과 비슷하다. 그런데 가끔 짖는 개가 무는 수도 있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에게 대든다고, 겁이 지나치게 나서 공황 상태에 들어가면 물불 안 가리고 덤벼든다.
사상심학도 한의학에서 나온 이야기인데, 그동안 한의학적 이야기는 전혀 안 했으니, 한 번쯤 의학적인 내용을 말해보자. 태음인은 간(肝)의 흡취지기(吸聚之氣)가 강해서 간에 기운을 많이 모아둔다. 그래서 평소에는 기운이 밖으로 펼쳐 나오는 것이 약하다. 그런데 간에 모여 있던 기운이 폭발하면 일시에 터져 나오며 조절이 안 된다. 그럴 때는 특징이 눈에 푸른 기운이 돈다. 간의 목기가 푸른색으로 나타나고, 간의 경락이 끝나는 곳이 눈 쪽이라서 눈에 퍼런 기운이 감돈다. 태음인이 안색이 변하며 눈에 푸른 기운이 돌면, 그건 사고를 친다는 조짐이다. 이성의 통제가 무너진 상황이다.
결국 모든 것을 지키려 하면 위의(威義)에 도달하기 어렵다. 꼭 지켜야 할 것을 최소로 줄이고 다른 것들에 대해서는 미련을 버리면, 정말로 지켜야 할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지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내 목은 벨 수 있어도, 내 뜻은 바꿀 수 없다.” 이런 것이 위의(威義)가 가장 강한 모습으로 표출되는 형태다. 좀더 정확하게는, 그런 말을 비장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담담히 웃으며 할 수 있으면, 그것이 대인의 위의(威義)라 할 수 있는 경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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