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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노희락의 심리학, 삼국지 이야기 - 2. 장판파 전투와 적벽대전: 장비와 조자룡 본문

책/철학(哲學)

애노희락의 심리학, 삼국지 이야기 - 2. 장판파 전투와 적벽대전: 장비와 조자룡

건방진방랑자 2021. 12. 27.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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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장판파 전투와 적벽대전

 

 

장비와 조자룡

 

관우의 죽음을 여러 각도에서 관찰하면서 체질의 특성을 검토해보았다. 그러나 유비, 관우, 제갈량(諸葛亮, 181~234)이 각각 태음인, 태양인, 소음인의 전형도 아니고, 또 앞의 이야기는 소양인 이야기가 별로 없으니, 이것으로 끝내기는 좀 아쉽다. 이왕 삼국지 이야기를 시작했으니, 시간 순서를 쫓아가면서 다른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도 좀더 하도록 하자. 장판교 전투에서 소음인 조자룡과 소양인 장비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장면이 있으니 그 장면을 한번 짚어보자.

 

먼저 장비와 조자룡이라는 인물을 간단히 알아보자. 장비(張飛, ?~221)는 언뜻 보기에 무모해 보이기도 하고 성격도 급한 면이 두드러지지만, 의외로 재간(才幹)이 뛰어나다. 원래 장비는 유비의 첫 부인이 된 부용아씨의 집안인 홍씨 집의 무인이었다. 그런데 장비가 외부에 일을 보고 오는 동안에 집안에 황건적이 들어와 전 가족이 몰살당하고 외동딸인 부용아씨는 행방불명된다. 장비의 무모함은 승산이 있을 때만 드러나는 무모함이다. 혼자 황건적과 싸워야 승산이 없는 그런 상황에서도 무모함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장비는 신분을 숨기고 황건적의 일당이 되어 정보를 수집하면서 기회를 노린다. 그러다가 황건적에 붙잡힌 유비의 도망을 돕게 되는 것이 유비와 장비의 첫 만남이다. 그 외에도 삼국지를 차분히 읽어보면 장비가 잔꾀를 쓰는 장면이 의외로 많이 나온다.

 

제갈량(諸葛亮, 181~234)이 장비를 쓰는 것을 보아도, 순간적인 재치가 요구되거나 기세로 몰아붙여야 할 곳에 배치한다. 소양 기운이 필요한 곳에 쓰는 것이다. 그런데 정해진 기준대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일해야 하는 경우에는 장비에게 시키지 않는다. 그때는 항상 조자룡에게 일을 맡긴다.

 

좀 뒤에 나오는 이야기지만, 유비가 형주, 강릉, 양양을 손에 넣자 오나라에서 오와 한의 동맹을 위해 손권의 동생과 유비를 결혼시키자고 제안하는 장면이 나온다. 사실은 유비를 불러 암살시키기 위해 주유가 짜낸 계략이다. 제갈량은 계략인 줄 태연히 알면서도 유비를 오나라로 보낸다. 오와의 동맹이 당시 상황으로는 한이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기 때문이다.

 

제갈량은 암살을 피하는 방법부터 탈출하는 요령까지 모든 것을 미리 치밀하게 계획한다. 문제는 유비를 따라가 그 계획을 한 치의 차질도 없이 수행할 사람이다. 제갈량의 선택은 조자룡이었고, 조자룡은 자신의 섣부른 판단으로 일을 그르치는 일 없이 제갈량의 뜻대로 무사히 유비와 새 왕후를 모시고 귀국한다. 그 외에도 거짓 후퇴로 적군을 끌어들이는 일 같은 것을 맡기면 조자룡은 자존심을 내세우는 일 없이 제갈량의 의도대로 확실하게 임무를 수행한다. 확실한 일은 확실하게 해낸다. 또 조자룡의 그런 능력을 제갈량은 절대적으로 신임한다. 이유가 있다. 같은 소음인끼리 코드가 맞는 것이다.

 

조자룡은 원래 공손찬의 부하였다. 그러나 공손찬의 그릇이 크지 않음을 알고 유비에게 몸을 의탁하고자 한다. 그때는 유비도 자리를 잡기 전이라, 아직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자리가 잡히면 부르겠다고 한다. 조자룡은 그 약속 하나를 잊지 않고 유비가 서주에 자리를 잡자마자 달려간다. 매사가 확실하고, 마음이 쉽게 변하지 않는 무장의 표본 같은 사람이다.

 

인물 설명이 어느 정도 되었으니 장판교 전투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유비가 신야에 자리를 잡고 제갈량이 가세해 점점 세력을 키우는 상황에서, 조조가 50만의 병력을 끌고 쳐들어온다. 제갈량의 계략으로 몇 번의 전투에서 대승을 거두기는 하지만, 워낙 병력이 열세인지라 결국 은 신야를 버리고 번성으로, 다시 번성을 버리고 강릉으로 후퇴한다. 문제는 번성에서 강릉으로 후퇴하는 도중 장판파라는 벌판에서 벌어진다.

 

조자룡이 맡은 임무는 유비의 가족을 호위하여 후퇴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후퇴 도중 황후와 공자와 헤어지게 된 것이다. 조자룡은 바로 단기필마로 적진으로 돌아간다. 소음인은 여유가 있을 때는 깊고 끈질기게 생각한다. 그러나 여유가 없을 때는 자기가 아는 단 하나의 방법으로 밀고 간다. 피해 가고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조자룡이 아는 단 하나의 방법, 앞을 막는 병사는 베어내며 전진하는 방법이다.

 

결국 황후를 구하는 데는 실패하지만 아두 공자는 구해낸다. 공자를 품에 안고, 창 한 자루를 손에 들고서, 앞을 막는 적군은 무찔러가며 조조의 30만 대군 사이를 무인지경인 양 헤쳐 나온다. 아무 잡생각 없이 머리를 비웠을 때만 보여줄 수 있는 소음인의 집중력, 그 집중력이 발휘될 때 나오는 괴력의 표본이다. 소음인의 락성(樂性)이 가지는 무서움이다.

 

조자룡이 30만 대군을 뚫고 장판파를 지나 장판교에 다다르자 장비가 이를 맞이한다. 조자룡을 보내고는 부하들에게는 숲속에 숨어 있으라고 한다. 말꼬리에 나뭇가지를 매달고 이리저리 움직이며 먼지를 피우라고 한다. 그러고는 혼자 다리 앞에 서서 적의 30만 대군을 맞이한다. 소양인 재간(才幹)의 극치다. 순간적으로 상대의 마음을 읽은 것이다.

 

조조군은 이미 조자룡의 무예에 기가 꺾인 상태다. 그런데 한 수 더 뜬다는 장비가 앞을 막고 있다. 게다가 이미 제갈량의 전술에 여러 번 당해본 입장이다. 복병이 있는 듯한 기미가 있는데, 장비의 잔꾀인지 제갈량의 전술인지 알 수가 없다. 장비는 혼자서 30만 대군을 앞에 놓고 잔뜩 호기를 부린다. 상대가 겁먹은 것을 읽었으니 가능한 일이다결국 30만 대군이 주춤주춤하는 동안 유비의 본대는 여유 있게 퇴각하고, 장비는 그 사이 다리를 불사르고 본대에 합류한다. 제갈량의 계략처럼 확실하게 수를 읽고 하는 것이 아니다. 순간적인 결단력, 상대방 감정의 동요를 읽는 능력이 그런 재간(才幹)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소음인의 집중력과 소양인의 재치가 조화를 이루며 병력 절대 열세인 상황에서 공자도 구하고 성공적인 후퇴도 가능케 한 멋진 장면이다.

 

 

 

 

인용

목차

사상체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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