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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노희락의 심리학, 삼국지 이야기 - 3. 방통과 사마의: 최후의 승자 본문

책/철학(哲學)

애노희락의 심리학, 삼국지 이야기 - 3. 방통과 사마의: 최후의 승자

건방진방랑자 2021. 12. 27.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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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승자

 

사마의(司馬懿, 179~251)를 굳이 언급하는 것은 그가 사실상 삼국지 이야기의 최후의 승자이기 때문이다. 조조가 죽은 뒤 조씨 형제끼리의 왕권 다툼으로 위는 왕권의 권위가 떨어진다. 삼국지 후반부에 이르면 사마의가 왕권에 욕심이 있다는 의심을 받게 되는 장면이 나온다. 왕을 불신하면서 사마의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추종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니 자연히 그런 현상이 생긴 것이다. 황제인 조예가 사람을 보내 사마의를 떠보려 하자, 병을 가장하고 속여 넘기는 장면이 나온다. 귀도 어두워지고 치매 기운도 시작된 듯한 연기를 자연스럽게 해내는데, 어디서 본 듯한 모습이 아닌지? 유비가 천둥이 치자 상 밑으로 숨으며 조조를 속여 넘기던 모습과 완전히 똑같다. 아주 태음인다운 대처방식이다. 그렇게 조예를 방심시킨 사마의는 기회를 잡아 반란을 일으켜 실질적인 권한을 장악하며, 결국은 사마의의 아들이 왕위에 올라 위의 시대를 끝내고 진을 개국하게 된다.

 

사마의가 좀더 젊었을 때로 돌아가보자. 사마의가 제갈량을 대하는 방법은 조심, 조심, 또 조심이다. 사마의와 제갈량의 싸움을 보면 마치 임해봉(林海峰, 1942~)과 조치훈(趙治勳, 1956~)바둑을 보는 느낌이 든다. 임해봉의 바둑은 한곳에서 승부를 결정지으려 하지 않는다. 상대가 앞서 가면 앞서 가는 대로 끈질기게 한 발 뒤에서 따라간다. 결국 상대는 제풀에 지쳐서 떨어진다. 임해봉이 수를 읽는 것을 보면 별의별 경우들을 다 생각한다. 그 수많은 변화도 중에 가장 안전한 길을 택한다. 조치훈은 다양하게 수를 읽는 스타일은 아니다. 몇 가지 변화에 대해서만 수를 읽는다. 하지만 그 수읽기가 수십 수에 이른다. 수십 수를 내다보고 승부를 결정지으러 가면, 상대는 그 깊이에 말려 결정적 타격을 입게 된다. 설마 거기에서 수가 날 줄은 몰랐다고 말한다.

 

조치훈과 임해봉의 대국 성적은 조치훈이 앞서지만, 그것은 조치훈이 전성기를 맞았을 때 임해봉은 이미 연령적으로 전성기가 어느 정도 지난 뒤였기에 나온 결과일 것이다. 연령이 비슷해서 같이 전성기에 부딪혔다면 어찌 되었을지 모른다. 어쨌든 일본 바둑계에는 타이틀전 결승에서 3연패 뒤 4연승이라는 기록을 남겨 끈기란 무엇인가를 보여준 기사가 딱 두 명 있다. 그 둘이 임해봉과 조치훈인데 다른 기사는 평생에 한 번도 못할 일을 임해봉은 두 번, 조치훈은 세 번을 보여준다. 그런데 임해봉의 두번째 기록이 바로 조치훈을 상대로 한 것이다.

 

사마의는 제갈량(諸葛亮, 181~234)에게 끊임없이 당한다. 그러나 위의 국력이 흔들릴 정도의 결정적인 타격은 절대 입지 않는다. 기본 국력에서 위가 촉을 앞선다는 것을 철저하게 계산하고 전략을 짜는 것이다. 져도 결정적 타격을 입지 않는 선까지만 싸우고 그 선을 넘었다 싶으면 무조건 수비 전략으로 돌아간다. 그래도 도저히 안 되면 촉의 본국에 첩자를 풀어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촉의 조정을 이간질해서 제갈량에게 가는 지원을 끊어놓는다.

 

제갈량이 후퇴할 때 사마의의 추적에 당할 방법이 없으니, 성을 비우고 망루에 올라가 칠현금을 연주하며 술을 마시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서성 전투에서의 일이다. 사마의는 무언가 계책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유비군이 철수를 완료할 때까지 주저하며 추격을 늦춘다. 여기까지만 보면 사마의가 제갈량에게 당한 것인데, 사마의의 진가는 그 뒤에 나타난다. 결국 뒤늦게 성을 접수한 사마의가 주민을 불러 그 당시 성의 상황을 물어보고 진짜로 성이 비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속았구나라며 화를 낼 것이다. ‘다시는 안 속겠다라고 생각을 할 것이고, 조조와 주유가 제갈량에게 계속 당하는 이유가 바로 이번에는 속지 않겠다에 있었다. 그러나 사마의는 그 전철을 밟지 않는다.

 

과연 제갈량이다라고 고개를 끄덕이고 만다. 심리전에 있어 자기보다 능하다는 것을 아무 거리낌 없이 받아들인다. ‘그러나 촉은 조정이 안정되어 있지 못하고, 기본 국력에 있어서도 위가 더 강하다. 우리는 우리의 장점을 이용하면 될 일이지, 제갈량과의 머리싸움에서 꼭 이겨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사마의는 공성지계에 몇 번을 속지만 그래도 끝까지 조심한다. 제갈량이 죽었다는 것을 확인할 때까지. ‘어떠한 상황도 거부하지 않고, 상황은 상황으로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거기에서 시작한다.’ 이것이 태음인의 희성(喜性)이다. 삼국지에서 그 희성(喜性)의 강점을 가장 잘 보여준 사람이 바로 사마의다. 교심(驕心)이 억제된 태음인의 무서움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싸우면 제갈량이 이기는데, 사마의가 안 싸우고 이기는 방법을 택하니 방법이 없어지는 것이다. 결국 사마의는 제갈량이 죽을 때까지 버티는 방법으로 승자가 된다. 촉에만 이기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결국은 위의 왕권까지 손에 넣어 최후의 승자가 되는 것이다. 세심하게 준비하고, 서두르지 않고, 작은 것은 내어주며 끈질기게 버텨서 이기는 태음적인 전략가의 대표가 바로 사마의다. 바둑 좋아하는 독자들은 임해봉의 바둑, 특히 사까다 에이오(坂田榮男)와 싸운 바둑의 기보를 놓아보면 사마의의 체취를 그대로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다. 승부를 서두르지 않고 상대가 무너질 때까지 한 발 뒤에서 끈질기게 쫓아가는 임해봉의 바둑이 바로 사마의의 전술과 완전히 같은 방식이다.

 

 

 

 

인용

목차

사상체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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