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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애노희락의 심리학, 삼국지 이야기 - 3. 방통과 사마의: 소극적 자세로 주도권 쥐기 본문

책/철학(哲學)

애노희락의 심리학, 삼국지 이야기 - 3. 방통과 사마의: 소극적 자세로 주도권 쥐기

건방진방랑자 2021. 12. 27.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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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방통과 사마의

 

 

소극적 자세로 주도권 쥐기

 

삼국지의 클라이맥스라는 적벽대전까지 이야기가 끝났으니 마무리를 해도 되지만, 태음인 이야기가 너무 적은 것이 유감이다. 유비가 어느 정도 언급되었지만, 태음인 중에도 우유부단함이 좀 지나친 편에 속해서 태음인의 전형으로 보기는 좀 그렇다. 방통과 사마의의 이야기를 조금 해서 균형을 잡도록 하자. 이 둘은 특별히 이야기할 만한 이유가 있다.

 

방통(龐統, 179~214)을 굳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태음인의 소극적 자세로 주도권 쥐기가 방통에게서 잘 나타나기 때문이다. 같은 은둔자라도 제갈량(諸葛亮, 181~234)은 유비의 삼고초려 전에는 산속에 확실히 숨어 있었다. 세상에 나가면 확실히 나가고 아니면 아예 마는 것이다. 소음인다운 태도다. 그러나 방통은 은근히 자신을 드러낸다. 적벽대전에서 조조의 배를 묶은 연환계를 성공시킨 일이 그런 예다.

 

방통은 사실상 적벽대전의 중요 공로자 중의 하나다. 그러나 그 성과는 대부분 유비에게 주어지고 오는 별로 얻은 것이 없다. 그런 상황에서 주유 편에서 일한 방통은 굳이 공을 내세워 작은 자리를 탐하지 않는다.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러나 완전히 은둔자로 돌아가지도 않는다. 주유가 화병으로 죽자 제갈량이 주유의 문상을 위해 오를 방문하는 장면에서, 방통은 은근히 나타나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그러면서도 뚜렷한 자신의 뜻을 밝히지는 않는다. 제갈량이 강하게 권고하자 못 이기는 척하고 유비에게로 간다.

 

이런 부분이 태음인의 소극적 자세로 주도권 쥐기의 전형이다. 주도권을 잡으려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들 생각한다. 그러나 그러면 오히려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끌려 다니는 경우도 많다. 사람에게 끌려가는 것은 아니지만, 일에 끌려가는 것이다. 상대가 자신을 잡아끌어서 마지못해 참여하는 형태로 만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자신이 있는 부분,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기에 유리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성과물이 나올 때쯤이면 상대에 대한 파악도 끝나 있게 된다. 어느새 주도권이 태음인의 손에 쥐어지는 것이다.

 

유비에게 가서도 자신을 크게 내세우지 않는다. 제갈량의 추천서도 내보이지 않는다. 같이 있다 보면 구체적인 증거로 능력을 보여줄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방통의 인물을 알아보지 못한 유비가 내양현이라는 시골의 조그만 촌 하나를 맡기자, 아무 불평 없이 내려간다. 가서는 마을 사람의 불만이 쌓이도록, 술만 마시고 일을 전혀 하지 않는다. 장비가 이를 확인하러 가자, 장비를 앞에 놓고 은근히 수작을 부린다. 소설에는 몇 달 동안 쌓인 일을 하루 만에 다 해결하여 장비를 놀라게 하는 것으로 나온다. 방통이 진짜 정무를 다 팽개치고 있다가 장비 앞에서 순간적인 판단으로 다 처리했을까? 나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대부분의 일에 대해서 이미 개요를 파악하고 있었을 것이다. 몰래 서류들을 보아두었든, 아니면 시중에 떠도는 말을 은근히 들어두었든, 미리 다 알고도 모르는 척했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

 

뭐 꼭 비열한 사기라고 나무랄 일은 아니다. 장난기 많은 태음인, 유유자적하게 사는 것을 좋아하는 태음인이 이런 짓을 가끔 한다. 자신도 재미있고, 씩씩대며 찾아온 장비에게 감동도 주고, 재미있지 않은가? 삼국지 등장인물 중에 친구로 삼을 만한 재미있는 인물을 하나만 꼽으라면 필자는 방통을 꼽고 싶다.

 

방통이 촉을 공격하다가 낙봉파에서 죽은 것은 참으로 아까운 일이다. 제갈량이 천문을 보고 운이 흉하니 섣불리 공격하지 말라고 전갈을 보내지만, 방통은 그냥 진격하자고 주장한다. 그 장면을 보통은 방통이 제갈량에 대해서 라이벌 의식을 느껴서 판단이 흐려진 것으로 묘사한다. 꼭 그럴까? 유비 진영의 촉 공략은 마냥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조조와 손권의 주력부대를 형주 주변에 묶어두는 것은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태음인의 교심(驕心)이 발동되기 가장 쉬운 상황이 속도의 재촉을 받는 상황이다. 촉 정벌을 서둘러야 하는데, 유비는 민심이니 도리니하는 것들을 따지며 쉽게 촉을 접수할 기회를 마냥 놓치고 시간을 끌었고, 그 초초감이 교심(驕心)을 부르고, 교심(驕心)이 결국 방통을 죽인 것이다.

 

 

 

 

인용

목차

사상체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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