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생활의 비감(悲感)
01년 3월 8일(木)
어제 좌담회 시간에 ‘이래도 저래도 2년 2개월이니, 잘 보내자’라는 전제를 서로에게 던져주며 자기소개를 하였다. 그 말이 사실임에 인정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하지만 지금에 이르러선 오로지 회의가 든다. 왜냐하면, 그건 내 자신에 대한 비관적인 생각과 추운 날씨 때문이다. 비관적인 생각은 육체적 적응으로 많이 익숙해졌다. 그렇긴 해도 정신적인 적응이 아직 안 되었기에 많이 힘이 드는 것이다.
어제부터 오늘까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춥다. 중무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뼈속까지 파고드는 매서운 칼바람은 우리들의 의지를 약하게 하고, 긍정적인 사고관을 부정적으로 만들기에 부족하지 않다. ‘북방의 매서움이란 이런 거구나’하는 생각이 들기에, 계속 이런 곳에서 살아야 할 내가, 너무나 비참해 보인다. ‘과연 이렇게라도 살아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생각이 들면서 너무나 암담한 생각뿐이다. 살을 파고드는 추위 가운데 어려운 훈련 하나하나를 해야 한다는 건 훈련이라는 자기극복의 개념보다 오히려 괴롭힘의 개념이라 생각되어진다. 그렇기에 참을 수 없는, 견딜 수 없는 괴로움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욕밖에 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나름대로 적응되어 가는 가운데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추위는 나를 더욱 힘들게 만든다. 힘들다 힘들어. ‘과연 이 생활이 끝나긴 할까?’하는 비관적인 생각도 들고 ‘이 추위가 물러갈까?’하는 외로움까지 든다.
긍정적으로 살자. 열심히 살아가자. 이 모습, 이대로가 가장 멋지고 좋아. 열심히 살자. 자랑스런 내가 되자. 주여 힘을 주소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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