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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수양록, 이등병 - 01.04.22(일)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군대 수양록, 이등병 - 01.04.22(일)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건방진방랑자 2022. 6. 29.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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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01422() 화창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去言美, 來言美]’속담은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말이다. 이 말이 속담이 아니더라도 일반적인 생각으로도 쉽게 납득될 말이다. 좋은 말을 해줬는데도, 거기다 대고 욕을 바가지로 해댈 사람이 없으니 말이다. 이런 일반적인 원칙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 난 두 가지 말실수를 하였다.

 

그 첫째는 강정명 병장님께서 옷을 꿰매고 있는 나를 보고서 아직까지 바느질 하냐?”라고 물었을 때, 난 장난을 치고 싶어 전역하는 그 날까지 할 것입니다.”라고 농담조로 대답했다. 하지만 그 대답에 대한 반응은 참으로 상반되는 것이었다. 강정명 병장님에겐 다른 일을 다 하기 싫고, 오로지 바느질만 하겠습니다.’라는 군기 빠진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았던 것이다. 이건 묻는 사람과 답하는 사람 사이의 생각의 차이에서 비롯된 이해의 결여 때문에 비롯된 것이다. 좀 더 상대의 입장에서 대답할 수 있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융통성이 필요하다. 난 이 말 한마디로, 그간의 신의를 통째로 잃어버렸다.

 

둘째는, 상황실에서 칼을 빌렸다가 잃어버리는 상황이 발생하여 상황병인 강정명 병장님에게 칼을 잃어버렸습니다. 얼마면 됩니까?”라고 말을 던진 것이다. 이 말을 함과 동시에 난 여러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였을까? 세상이 물질만능주의화되고 있고 그에 따라, 물질 하나면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착각에 빠져 있는 사람을 가장 한심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내가 바로 그런 물질만능주의자적인 발언을 해버린 것이 아닌가. 난 어쩜 나의 실수를 돈으로 무마하려는 심리에서 그렇게 말했는지도 모른다. 아니 정령 그런 심리에서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그런 대답을 들은 병장님이 가만히 있을 리 만무했다. 오히려 나 같았어도 발끈했을 것이고 갈궜을 테니까. 병장님은 바로 윽박지르셨고 그런 말에 대한 혐오를 드러내셨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난 내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웠고, 그렇게라도 타일러 주심으로 고치길 당부하시는 병장님이 오히려 고맙게 느껴졌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속담은 진리였다. 난 오늘 그러한 진리를 무시한 채, 너무나 거대한 실수를 했다. 아직도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原石), 그건 바로 나 자신이었다. 아직도 많이 다듬어지고 다듬어져야 할 나는, 이와 같은 계기를 통해 더욱 성장할 것이다.

 

우선 누가 뭐라 해도 대답의 융통성을 기를 것이다.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괜찮다 싶을 때 비로소 대답할 것이다. 남이 되어본다는 거,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을 싫어하는 건 으레 당연한 일이고 내가 하기 좋아하는 일들을 좋아하리란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간혹 우린 그런 당연한 생각은 망각한 채, 자기만이 편하려는 심보로, 자기에게 손해가 오지 않길 바라는 심보로 일을 저지르는 경향이 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인간관계가 소원해지리란 건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러므로 그 사람이 지금 자기의 모습이고, 자기가 제안한 말이나, 제안한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생각해봤을 때, 자기 자신이었어도 별 거부감 없이 했을 거라 판단이 된다면, 그제야 하면 된다.

 

분명 말처럼 쉽진 않을 테지만 해보려 노력하다 보면 점점 인격적으로 성숙해지며, 대인 관계 또한 원만해지겠지. 이곳에서 조바심 느끼지 말고 하나씩 해보자.

 

 

상황실에서 8월에 찍은 사진. 이병 기성이와 상병 진수와 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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