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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에 찾아온 유학자들, 주희 - 인심(人心)과 도심(道心) 본문

고전/대학&학기&중용

강의실에 찾아온 유학자들, 주희 - 인심(人心)과 도심(道心)

건방진방랑자 2022. 3. 7.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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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심(人心)과 도심(道心)

 

 

유학자 황종희(黃宗羲, 1610~1695) 이래로 수많은 학자들은 주희의 최종적 가르침이 월인천강(月印千江)’으로 상징되는 이기론과 그에 입각해서 세워진 수양론에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물론 여기서 말한 수양론은 주희의 미발 함양 공부와 격물치지(格物致知) 공부를 말하는 것이지요. 과연 이런 견해가 타당할까요? 놀랍게도 주희의 사유는 결코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주희는 1189, 그의 나이 60세 무렵 중용에 대해 새로운 서문을 짓습니다. 이것이 바로 중용장구서(中庸章句序)라고 알려진 짧은 글이지요. 이 짧은 서문에서 주희는 함양 공부를 통해 마음을 명경지수(明鏡止水)처럼 만들려고 했던 시도를 한 발짝 넘어서고 있습니다. 오히려 그는 우리의 마음을 두 가지 마음이 서로 다투는 전쟁터인 것처럼 그리려고 합니다. ‘월인천강이라는 아름다운 풍경은 이제 서로를 괴롭히지 못해서 안달이 난 전쟁터의 살풍경으로 바뀌게 된 것이지요. 이로써 마침내 그의 유명한 인심도심설(人心道心說)’이 등장하게 됩니다. 우선 중용장구서의 앞부분을 읽어보도록 하지요.

 

 

형체는 없지만 신기하게 지각할 수 있는 마음은 하나일 뿐인데 인심과 도심의 다른 마음이 있다는 것은, 혹은 마음이 육체[形氣]의 사사로움[]에서 나오고, 혹은 마음이 본성[性命]의 올바름[]에 근원을 두고 지각하는 방식이 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혹은 위태로워 편안하지 못하고, 혹은 미묘하여 보기가 어렵다. 그러나 육체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없으므로 비록 뛰어난 사람이라 할지라도 인심이 없을 수가 없고, 또한 본성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없으므로 비록 매우 어리석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도심이 없을 수가 없다. 중용장구서

心之虛靈知覺, 一而已矣. 而以爲有人心道心之異者, 則以其或生於形氣之私, 或原於性命之正, 而所以爲知覺者不同. 是以或危殆而不安, 或微妙而難見耳. 然人莫不有是形, 故雖上智不能無人心; 亦莫不有是性, 故雖下愚不能無道心.

심지허령지각, 일이이의. 이이위유인심도심지이자, 즉이기혹생어형기지사, 혹원어성명지정, 이소이위지각자부동. 시이혹위태이불안, 혹미묘이난현이. 연인막불유시형, 고수상지불능무인심; 역막불유시성, 고수하우불능무도심.

 

 

중용장구서(中庸章句序)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주희가 인간을 이원론적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먼저 그는 존재론적으로 본성의 올바름[性命之正]’육체의 사사로움[形氣之私]’이라는 두 가지 근원을 구분하고 있습니다. 이런 구분법은 인간이라는 존재가 본성 또는 육체라는 두 가지 차원에서 규명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그런데 문제는 하늘에서 부여받은 본성이 실현되는 곳과 육체에서 일어나는 욕망이 실현되는 곳이 모두 마음이라는 하나의 장소라는 데 있습니다. 이기적인 육체의 욕망이 마음이라는 장소에서 실현될 때, 주희는 이런 마음의 양태를 인심(人心)’이라고 부릅니다. 반면 우리의 본성이 마음에서 실현될 때, 주희는 이런 마음의 양태를 도심(道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너무나 배가 고픈 어떤 사람이 아버지와 식사를 하려던 참입니다. 그는 상에 차려 있는 음식을 당장 먹고 싶은 마음도 있고, 동시에 아무리 배가 고파도 아버지가 수저를 들기 전에 먼저 밥을 먹어서는 안 된다는 마음도 있습니다. 전자가 인심이라면, 후자는 도심이라고 할 수 있지요. 지금 이 사람의 마음속에는 인심과 도심이 심하게 갈등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두 가지 마음의 양태 중 어느 것이 더 강렬할까요? 먹어서는 안 된다는 도심이 마음에 떠오르면 떠오를수록 음식을 먹고 싶다는 인심의 욕구 역시 더욱 강렬하게 솟아오를 것입니다. 이런 경우 그는 내면에서 스스로와 타협할 수도 있습니다.

내가 너무나 배가 고파 힘들어하는 것을 아버지도 원하지 않으실 거야. 그래, 먼저 먹도록 하자.”

 

이때 인심의 유혹은 강렬하게 그를 휘감아버리고, 어느 틈엔가 도심의 목소리는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희미해집니다. 주희가 인심은 위태롭고 도심은 미묘하다고 지적했던 것이 바로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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