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문의 결과
물론 당시의 파문이라는 것이 후대의 교황의 파문과도 같은 그러한 권위나 권세를 갖지 못했다. 황제의 정치권력의 백업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르시온(Marcion, ?~160) 자신도 파문에 승복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마르시온의 교설이 조금도 기독교의 정통교설에 위배된다고 생각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르시온을 파문한 것은 교부들이었지 신도들이 아니었다. 로마교회내에서 그의 인기는 열렬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요즈음의 분파주의자나, 사교(邪敎) 교단을 만들어 자기가 재림 예수라는 둥 자기가 하나님이라는 둥 그따위 허탄(虛誕)한 말을 둘러대는 사기꾼과는 질이 달랐다. 마르시온은 자신을 ‘교양있는 평신도’로서만 생각했으며, 사람들로 하여금 예수와 바울의 참된 가르침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드는 ‘교사’(a teacher)로서만 자신을 규정했다. 자신은 ‘예언자’(a prophet)도 아니며 ‘성자’(聖者, a holy man)도 아니라고 말했으며, 자신을 숭배하려는 모든 경향을 철저히 차단시켰다. 그리고 그는 교회내의 조직에 있어서 신분의 격차나 남녀의 불평등을 철저히 인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마르시온은 돈이 있었다.
자연히 마르시온(Marcion, ?~160)을 따르는 사람들(Marcionites)은 새로운 교회공동체를 조직했다. 마르시온은 교회본부를 로마에 두었으며 ‘누구나 와도 좋다’는 매우 개방적인 간판을 내걸었다. 그리고 여성을 남성과 똑같이 대접하여 주교나 목사로 임명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오늘날까지도 가톨릭교회 내에서는 여성이 주교는커녕 일반사제로도 서품될 자격이 없는 것과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그리고 그는 구약의 하나님과의 단절을 선포했기 때문에 자연히 구약의 하나님이 만든 이 세상과의 단절을 요구하게 된다. 이 물질세계에서는 구원의 희망은 없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사랑과 광명의 하나님세상에서만 구원은 가능하다. 그래서 그는 이 물질세계로부터 철저한 금욕을 요구했다. 마르시온교도들은 매우 경건한 금욕생활을 했으며 예수에게 육신이 부재하다는 생각이 있었으므로 결혼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육식을 하지 않았다. 물질세계에 있어서의 탐욕의 극치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미있게도 단백질 부족 때문인지, 예수께서 군중들을 먹이셨기 때문인지 생선은 허락하였다. 사실 마르시온교회는 당시 외부인들에게는 전혀 이단교회로 간주될 수 없었다. 외견상 가톨릭교회와 아무런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선했고 개방적이었고 평등주의적이었다. 그것은 당대교회가 점차 세속화되어가는 것에 대한 강력한 제동이었다. 따라서 마르시온의 새물결은 로마에서 로마제국 전역으로 급속히 번져 나갔다. 그의 교회는 소아시아반도 전역, 크레테, 동ㆍ서방 시리아, 팔레스타인, 알렉산드리아, 카르타고에 수백 개의 교회가 설립되었다. 그 세력은 가톨릭교회와 병립되는 또 하나의 세력을 이루었던 것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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