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복음과 공자세가
독자들은 마가복음과 「공자세가(孔子世家)」를 병렬하여 논구하는 나 도올의 견식을 여러 가지 측면에서 못마땅하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깊게 양자를 모두 문헌학적 측면에서 검토해보면 그 성립과정이나 집필방식에 놀라운 유사성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20세기 신학자들이 발전시킨 편집비평(redaction criticism)이나 양식비평(form Criticism)의 모든 문제점이 「공자세가(孔子世家)」 속에서도 드러나는 것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정의로운 주장 때문에 요참(腰斬)의 사형언도를 받고 또 그것을 당대 사대부로서는 최대의 치욕이었던 궁형(宮刑, 거세)으로밖에는 모면할 길이 없었던, 너무나 처절하고도 끔찍했던 실존적 고뇌를 감내해야만 했던 사마천! 그 사마천은 「공자세가(孔子世家)」의 집필을 위해 섬서(陝西) 장안(長安)에서 산동(山東)의 곡부(曲阜)까지 수천리의 여행을 감행했어야 했다. 물론 이러한 사마천이 「공자세가(孔子世家)」를 집필해야만 했던 자기나름대로의 깊은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주나라 왕실이 이미 쇠퇴하자 제후들이 제멋대로 날뛰었다. 이에 중니(공자의 이름)는 예(禮)가 폐하고 악(樂)이 무너지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어, 경술(經術)을 정비하여 왕도(王道)에 이를 것을 밝히고,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잡아 정도(正道)로 되돌리려고 하였다. 그의 글과 말에 나타나는 바대로, 그는 천하를 위해 의례와 법도를 수립하고, 육예(六藝)의 통기(統紀)를 후세에 드리웠다. 그래서 나는 「공자세가(孔子世家)」를 짓게 된 것이다.
周室旣衰, 諸侯恣行. 仲尼悼禮廢樂崩, 追脩經術, 以達王道, 匡亂世反之於正, 見其文辭, 爲天下制儀法, 垂六闕之統紀於後世. 作孔子世家第十七. 『史記』 「太史公自序」
그러나 이러한 동기를 우리는 ‘복음’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과연 이 공자(孔子)의 전기가 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기쁜 소식’이었을까?
마가복음의 첫머리는 이와 같이 시작된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 복음의 시작이라.
The beginning of the gospel of Jesus Christ, the Son of God.
「공자세가(孔子世家)」는 이와 같이 시작된다.
공자는 노나라 창평향 추읍에서 태어났다. 그의 선조는 송나라 사람인데 공방숙이라 한다.
孔子生魯昌平鄕陬邑, 其先宋人也, 曰孔防叔.
마가복음의 저술동기는 매우 확실하다. 예수라는 역사적 인물은 그리스도이며 우리의 구세주이며, 그는 신의 아들이다. 그 신의 아들인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에게 구원의 기쁜 소식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그 기쁜 소식의 시작부터 쓰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의 시작은 예수의 동정녀마리아 탄생이나 그의 족보나 그의 유년기 시절의 설화나 청년기의 방황 같은 것을 일체 말하지 않는다. 막바로 예수가 세례 요한에게 세례를 받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즉 그의 공생애, 그의 미니스트리(ministry, 聖役, 事役)로부터 막바로 시작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예수가 이 땅 위에 존재했다고 한다면 그 예수는 최소한 자신이 후대에 동정녀에게서 탄생된 사람으로 묘사되리라는 것은 새카맣게 몰랐을 것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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