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의 공자세가
우리는 인류문명의 7대 불가사의(Seven Wonders)니 뭐니 운운하지만 이것보다 훨씬 더 거대한 스케일의 위대한 불가사의가 하나 있다. 『사기(史記)』라는 서물이 그것이다. 이 『사기』 속에는 ‘의(義)를 돕고 결연히 나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천하에 공명을 세운 사람’, 암혈지사(巖穴之士), 유협지사(遊俠之士), 덕행으로 명성을 날린 시정의 장사치 등등, 후세의 이름을 남긴 영웅호걸이나 위인들의 바이오그라피(傳記)가 열전(列傳)이라는 장르 속에 수록되어 있다. 그런데 열전을 아무리 뒤척여도 공자(孔子)의 전기는 보이지 않는다. 노자(老子)나 한비자(韓非子)의 이름은 나와도 공자의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공자의 전기는 세가(世家)라는 장르 속에 들어있는 것이다. ‘세가’는 천자(天子)들의 역사를 기록한 ‘본기(本紀)에 버금가는 것으로 천자들을 보필(輔弼)한 고굉(股肱, 수족의 뜻), 즉 제후(諸侯)들의 세계(世系)에 관한 전기문학이다. 공자는 제후의 위(位)가 없으므로 세가에 들어갈 수는 없다. 그러나 공자의 전기가 세가에 들어가 있다는 것 자체가 『사기』의 저자인 사마천(司馬遷, BC 145~86?)의 시대에 이미 유교가 국교화되면서 공자의 위치가 독보적인 것으로 존숭되었다는 특수한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사마천이 세가에서 놀린 붓은 열전에서 자유롭게 신유(神遊)한 붓길의 발랄한 생명력을 결(缺)하고 있다.
하여튼 우리가 공자복음서에 비교될 수 있는 것을 찾아보면 사마천의 「공자세가(孔子世家)」 밖에는 없다. 물론 「공자세가(孔子世家)」는 공자의 생애에 관한 기술로서는 최초의 문헌이며, 유일한 문헌이다. 그것은 마가의 복음서보다 약 165년을 앞선다(『사기』의 집필시기: BC 104~91년경).
공자(孔子)의 제자집단은 예수의 제자들과는 달리 복음을 전파한 사람들이 아니라, 공자 문하(門下)에 모여서 시서예악(詩書禮樂)이나 육예(六藝)를 공부한 사람들이었다. 다시 말해서 모두 학문이 출중한 사람들이었다. 따라서 각기 유파에 따라 공자의 말씀을 기록하였던 것이다. 최초의 파편은 공자가 가장 사랑했던 애제자 안회(顔回)로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공자의 사후 6년 수묘(守墓)를 했던 자공(子貢)도 크게 일조를 했을 것이다. 그리고 비교적 어린 말년의 제자였지만, 공문(孔門)을 굳게 지켰던 증삼(會參)이라는 제자의 문인들이 공자의 사후 한 50년경 상당한 양의 어록을 정리했다. 그러나 우리가 보는 『논어』라는 서물의 최종적 모습은 400여 년에 걸쳐 누적되어 간 것이다. 그리고 공자의 손자인 자사(子思)의 시대로부터, 맹자(孟子), 순자(荀子), 장자(莊子), 묵자(墨子) 등등의 제자백가의 시대에는 이미 공자에 관한 이야기나 고사, 그리고 그의 말씀으로 전해내려오는 파편들이 수없이 만들어지고 기록되었다. 그리고 공자가 산 시대를 알 수 있는 역사서로서는 『춘추』가 있었다. 사마천은 이러한 잡다한 정보를 종합하여 공자라는 위인의 출생으로부터 죽음까지를 체계적으로 서술하는 장대한 드라마를 제작하였던 것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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