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행 단념한 뒤 싯달타의 행동
고행을 중단하고 그는 우선 체력을 회복하기로 결심하였다. 몸을 움직이려 했으나 꼼짝달싹 할 수가 없었다. 물을 좀 마시고 잠을 청하였다. 깊은 잠을 좀 자고 나니 몸과 마음이 편해지고 약간의 힘이 생겼다. 그래서 싯달타는 생각하였다.
‘나의 육신은 너무도 피폐해 있다. 이 육신으로는 도저히 도를 성취할 수 없다. 비록 신통력으로 몸을 회복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는 일체 중생을 속이는 일이 될 것이니 부처가 도를 구하는 법이 아니다. 이제 나는 육신의 힘을 얻기에 좋은 음식을 받아 체력을 회복하여 다시 무상의 바른 깨달음의 길로 나아가리라!’
이때 허공의 제신들이 싯달타가 마음 속으로 이와 같이 작정한 것을 알고 그에게 속삭였다.
“존자이시여! 굳이 음식을 구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가 이제 신통력으로 당신의 모공을 통하여 자미를 주입시켜 기력을 본래와 같이 회복시켜 음식을 드신 것과 다름없이 하겠습니다.”
그러자 싯달타는 이를 거절하여 말하였다.
“나는 이미 음식을 먹지 않은 지 오래되었소. 내 이 파리한 몸으로써 도를 얻는다면, 저 외도의 사람들은 나의 굶주림의 고행이야말로 깨달음의 원인이라고 말할 것이요. 이것이야말로 모든 중생을 기만하는 일이요. 나는 반드시 세간의 음식을 받아 먹은 후에야 도를 이룰 것이요.”
40일간 광야에서 시험받던 예수에게는 다음과 같은 사탄의 유혹이 들려왔다.
“그대, 왜 저 돌맹이들을 떡덩이로 만들지 아니 하는가?” 마 4:3, 누 4:3,
반드시 세간의 음식을 받아먹은 후에야 도를 이루겠다는 이 싯달타의 확언이야말로 바로 중도의 실천이요, 고독의 첫걸음이다. 고독한 인간들, 홀로 선 인간들이 다 평범하게 하는 짓을 하면서 그 가운데서 도를 이루겠다는 싯달타의 결의는 매우 새로운 길이다.
싯달타는 또 생각하였다.
‘6년의 고행 끝에 옷이 모두 해져서 벌거숭이와 같구나, 이제 저 시체를 쌌던 분소의(糞掃衣)라도 갖추어 입으리라!’
싯달타는 시타림 속에 누더기 천이 딩굴어 있는 것을 보고 그것을 주워 니련선하의 하반으로 내려가서 빨고자 하였다. 이때 제석천(帝釋天)이 다가와 싯달타에게 속삭였다.
“존자여, 제가 그대를 위하여 이 헌 옷을 빨겠사오니 원컨대 허락하소서.”
싯달타는 거절하였다.
“모든 사문들은 남을 시켜서 옷을 빨지 않소. 누더기를 스스로 빠는 것이 우리 출가자들의 법이요.”
분소의를 빨아 나뭇가지에 널은 싯달타는 나이란쟈나강에 들어가 목욕을 하였다. 싯달타는 목욕하기를 마쳤으나 몸이 워낙 쇠약한지라 물결에 밀려 혼자서는 도저히 강기슭으로 올라 올 수가 없었다. 이 상황을 경(經)들은 마왕 파순이 강기슭을 갑자기 고준(高峻)한 절벽으로 변모시켰다고 신화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이때 그 강변에 있던 아사나(阿斯那) 나무의 신이 나뭇가지 하나를 휘어 낮게 드리우자 싯달타는 그것을 잡고 가까스로 언덕으로 올라올 수가 있었다. 그리고 분소의를 걸쳤다[浣衣已訖, 入池澡浴. 時魔波王波旬變其池岸極令高峻. 池邊有樹名阿斯那. 是時樹神按樹令低. 菩薩攀枝得上池[河]岸. 於彼樹下自納故衣]【『方廣大莊嚴經』 卷第七, 「往尼連河品」 第十八, 『大正』 3-583.】.
나는 이 대목을 읽을 때마다 눈물이 서린다. 극심한 고행 끝에 고행을 단념한 싯달타, 사랑하던 친구들과 이별하고, 보통사람들이 먹는 음식을 동냥해먹으리라 결심하고, 길거리에 버려진 누더기 천을 주워 안간힘을 써서 그것을 홀로 빨고, 강물에 몸을 담가 6년간 누적된 때를 씻었으나, 몸이 휘엉청 가눌 수 없어 강기슭에 올라 올 수조차 없는 싯달타, 그 얼마나 고독한 한 인간의 모습인가? 나무신조차 그를 가엾게 여겨 나뭇가지 하나를 휘어 낮게 드리웠다고 신화적으로 기술되어 있지만, 그것은 나뭇가지 하나를 휘어잡을 수 없는 한 인간의 기력없는 극단적 모습을 아름답게 표현한 것이다.
▲ 인도인의 옷은 기다란 천이다. 그것을 휘감아 입는 것이다. 빨래한 후에는 강둑에 기다랗게 널어서 말린다. 싯달타도 이렇게 분소의를 빨아 입었을 것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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