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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철학과 굴뚝청소부, 제2부 유명론과 경험주의: 근대철학의 동요와 위기 - 1. 유명론과 경험주의, 스콜라철학의 탄생 본문

책/철학(哲學)

철학과 굴뚝청소부, 제2부 유명론과 경험주의: 근대철학의 동요와 위기 - 1. 유명론과 경험주의, 스콜라철학의 탄생

건방진방랑자 2022. 3. 24.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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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콜라철학의 탄생

 

 

이렇듯 보편 개념은 단지 이름일 뿐이라고 보는 것이 유명론이고, 보편 개념이 실재한다고 보는 것이 실재론입니다. 그 이견의 뿌리는 고대철학까지, 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에게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실재론적 입장은 플라톤 이래 주된 흐름이 되었습니다. 플라톤은 이데아의 세계가 실재하고, 인간의 지식이란 그 이데아 세계에 대한 기억이며, 따라서 진리란 그 기억을 되살려 이데아의 세계에 다시 도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이데아라는 보편 개념은 실재하는 것이며, 모든 보편 개념은 이데아의 세계에 근거하고 있기에 역시 실재하는 것으로 생각되었지요. 이런 점에서 플라톤은 강력한 실재론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반면 유명론은 이름에 걸맞는 입장이 분명하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다만 아리스토텔레스 이래 플라톤의 강한 실재론에 대해 의문이란 형태로 그 단서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의문을 요약하여 다시 제기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포르피리오스(Porphyrios)인데, 이 사람은 신플라톤주의자인 플로티노스(Plotinos)의 제자입니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범주론을 해설하면서 다음과 같이 쓰고 있습니다.

 

 

()나 종()에 대해서 과연 이것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아니면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는지, 나아가서 이것이 존재한다면 정신적인 것인지 물질적인 것인지, 또는 감각적인 사물과 별개의 것인지, 아니면 감각적인 존재에 부수적인 것인지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다. “이것은 굉장히 깊은 연구를 필요로 하는데, 나는 문제 제기만 하고 정리는 못하겠다

와인버그, 중세철학사, 민음사, 1985에서 재인용

 

 

포르피리오스의 이 책은 보에티우스(Boethius)의 번역본을 통해 중세 사회에 알려지는데(이것이 그 이후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거기서 보에티우스는 보편자가 더 한층 현실적이라고 보는 입장을 실재론이라고 하고, 반대로 개별자만이 현실적이고 보편자란 우리의 지적 능력 속에만 존재하는 명목적인 것이라고 보는 입장을 유명론이라고 합니다.

 

중세철학은 앞서 말했듯이 아우구스티누스의 영향 아래 있었습니다. 특히 중반기까지 그 영향력은 거의 절대적이었지요. 아우구스티누스의 철학이 신플라톤주의에 입각한 것이었고, 이데아 자리에 신의 개념을 대신 갖다놓은 것임도 앞서 말했지요. 그러니 중세철학의 전반기를 지배한 것은 플라톤 철학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실재론이 지배적인 경향이었습니다. 사실 신학적 사고방식 속에서는 유명론을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극단적인 경우, 자칫 신이란 존재를 오직 이름뿐인 것으로 간주할 위험마저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인간의 지식이 성장함에 따라 플라톤식의 논리를 빌린 신학으로는 점점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나타나게 됩니다. 자연에 대한 관찰이나 지식을 성서의 내용과 신학체계 안에서 새로이 설명할 수 있는 이론적 틀이 필요하게 된 것도 그래서입니다. 이에 힘을 준 게 바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이었습니다. 거기서는 플라톤과 달리 이데아 세계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모든 사물 속에 들어 있다(형상)고 합니다. 이런 사고를 빌려 스콜라철학이 탄생하게 됩니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여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지요. 여하튼 이런 새로운 조류가 만들어지면서 보편자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것이 훗날 유명론으로 이어집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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