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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굴뚝청소부, 제2부 유명론과 경험주의: 근대철학의 동요와 위기 - 1. 유명론과 경험주의, 토마스 아퀴나스 본문

책/철학(哲學)

철학과 굴뚝청소부, 제2부 유명론과 경험주의: 근대철학의 동요와 위기 - 1. 유명론과 경험주의, 토마스 아퀴나스

건방진방랑자 2022. 3. 24.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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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아퀴나스

 

 

보편논쟁유명론자들을 억압함으로써 종식되었습니다. 실재론자가 승리한 것인데, 당시로선 당연한 결과인지 모릅니다. 그렇다고 이 논쟁에서 제기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억압되고 은폐되었을 뿐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논쟁이나 문제가 억압한다고 없어지진 않는다는 것입니다. 논쟁은 뒤에 가서 다시 나타납니다.

 

중세 후기에 유명론과 관련해 새로운 주장들이 다시 나타납니다. 토마스 아퀴나스오컴(William of Ockham)이 두 개의 대비되는 입장을 대표합니다. 유명론과 관계해서 토마스 아퀴나스의 주장은 중용적 실재론이라고도 불립니다. 반면 오컴은 유명론의 입장을 명확하게 했지요. 토마스 아퀴나스는 당시 아리스토텔레스 저작에 대한 번역 및 주석의 대가였던 알베르투스 마그누스(Albertus Magnus)의 제자입니다. 이 사람은 신학을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의 체계에 입각해서 재구성하려는 시도를 했는데, 사실은 아퀴나스가 이 사람보다 훨씬 탁월했습니다. 말 그대로 청출어람(靑出於藍)이었죠. 그래서 그 선생조차 교회의 빛이라는 말로 제자를 존중해 줄 정도였습니다.

 

 

고딕성당과 스콜라철학

그림은 비올레--(Viollet-le-Duc)이 그린 7개의 탑을 가진 대성당

중세철학의 꽃은 통상 토마스 아퀴나스신학대전으로 집약된 스콜라철학이라고 말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신학적으로 채색하여, 신이 창조한 우주의 모든 것을 해석하려 했던 이 거대한 시도를 통해 아퀴나스는 믿기 위해선 이해하라는 유명한 슬로건을 남겼다. 그 시기 중세 문화의 또 다른 꽃은 고딕성당이었다. 건축과 조각, 스테인드글라스 등 모든 예술적ㆍ문화적 능력이 집약된 성당은 당시 글을 읽지 못했던 대부분의 대중들에게 신적인 세계를 알려주기 위해 만든 일종의 이었다. 글자 없는 책. 그래서 혹자는 고딕성당을 돌로 쓴 스콜라철학이라고 말했다. 눈을 가늘게 뜨고 유심히 살펴보라. 중세철학이 한눈에 들어올 것이다.

 

 

스콜라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는 현실과 자연 속에서 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었습니다. 아퀴나스는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아까 이야기했던 안셀무스의 본체론적인 증명을 비판합니다. 그것은 개념적인 상태의 증명일 뿐, 신을 실제적이고 자연적인 상태에서 증명한 것이 아니라는 거지요.

 

아퀴나스는 다섯 가지 방법으로 신의 존재를 증명하는데,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부동(不動)의 동자(動者)’(움직이지 않는 운동자)를 이용한 것입니다. 모든 피조물, 예컨대 여러분이 존재하려면 여러분들의 부모가 있고, 또 그 위에 부모(여러분의 조부모)가 있고…… 이런 식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운동하고 존재하는 사물들, 개체들은 누군가에 의해 태어나고 만들어진 것이다. 그것을 만들어낸 것 역시 또 다른 것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런 식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다른 것을 만들어낸 원인이지만 스스로는 다른 것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 있어야 한다. 스스로는 움직이지 않지만, 다른 것을 움직이게 하는 이 최초의 원인이 바로 신이다.

 

 

결국 부동의 동자란 바로 창조주란 말이지요. 이 창조주가 내린 은총의 빛, 즉 신의 빛이 인간의 이성을 완성한다고 말하며, 이성적 진리와 종교적 진리는 신으로 귀착되기 때문에 동일하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성이 인식할 수 있는 신의 진리가 중요해지고, 신의 진리를 이성이 인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철학자들의 과업이 됩니다. 이제 믿기 위해선 이해하라!”는 슬로건이 나오며, 철학은 이런 과업에 봉사할 임무, 신학의 시녀라는 임무를 공식적으로 부여받게 됩니다. 이것이 스콜라철학의 기본 모토지요(이런 식으로 아퀴나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체계에 입각해 신과 자연세계를 통일시켜 이해하려고 했습니다. 신학과 철학, 이성적인 세계와 신적인 세계, 신학적인 멘탈리티와 철학적인 멘탈리티의 통일이야말로 스콜라철학의 기초를 이루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형상과 질료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개념으로 자연계를 설명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상과 질료라는 개념을 잠깐 살펴 봅시다. 예를 들어 이 나무탁자의 질료는 나무입니다. 질료는 재료가 되는 소재, 이러한 것을 뜻하지요. 그러나 나무만 가지고는 탁자가 되지 않습니다. 나무가 탁자가 되려면 설계도로 요약될 수 있는 형상이 있어야 합니다. 넓은 판대기와 네 개의 발, 그리고 몇 개의 버팀목이 있을 때 그것은 탁자가 되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질료가 없으면 그것 역시 탁자가 되지 않습니다. 이런 식으로 설계도라고 할 수 있는 형상과 질료(재료)인 나무가 있어야 나무탁자가 만들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뜻에서 질료와 형상이 결합해서 사물을 이룬다고 말합니다.

 

이런 관점을 아퀴나스도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재료, 그리고 신이 만들어준 구조ㆍ형상 같은 것들이 모든 개체에 들어 있다고 말합니다. 그가 유명론과 실재론에 대해 이른바 중용적 실재론이라는 입장에 서는 것도 이와 연관돼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보편적인 것은 형상으로서 개별 내부에 존재한다고 합니다. 이 탁자, 저 탁자 모두에 공통된 형상이 포함되어 있듯이 말입니다. 소크라테스에게도 인간이란 형상이 있고, 강의하는 제게도 인간이란 형상이 있듯이 말입니다. 즉 개별적인 모든 사물 내부에 보편자의 그림, 형상이 존재한다고 하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아퀴나스는 보편자가 형상이라는 형태로 개별 내부에존재한다고 합니다.

 

한편 추상 개념, 예를 들어 인간다움이라는 개념은 여러 사람들이 가진 공통된 속성을 추출해 낸 것이기 때문에, 이것이 개별적인 사람들보다 먼저 존재할 수는 없다고 합니다. 추상적인 개념으로서의 보편은 개별 뒤에존재한다는 겁니다. 그렇지만 신이 갖고 있는 관념, 이데아에 대해서는 정반대로 말합니다. 인간의 모습에 대한 관념을 신이 갖고 있지 않다면 인간을 창조할 수 없는 것처럼, 신이 갖는 관념은 모든 개별적인 사물이 존재하기 전에존재해야 한다는 겁니다.

 

결국 아퀴나스는 세 가지 얘기를 다 하는 셈입니다. “형상으로서 보편은 개별 속에 존재한다. 또 추상적 개념으로서 보편은 개별 뒤에 존재한다. 그리고 신의 관념으로서 보편은 개별보다 먼저 존재한다고 말입니다. 이것은 단지 이름일 뿐인 보편자(추상적 개념)가 있음을 인정한 것이지만, 사실은 그걸 제외하면 보편자는 실재한다는 주장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보편 개념만 이름이고, 다른 보편자는 실재한다는 실재론의 입장입니다. 어찌보면 (추상) 개념만이 개념(이름)이고 다른 보편자는 실재라는 주장이고, 덧붙여 근본적인 보편자(중세의 이데아’)는 개별보다 앞서 존재한다는 주장입니다.

 

 

루앙 대성당

고딕 양식의 대표적 건축물 중 하나가 루앙 대성당(Cathédrale Notre-Dame de Rouen)이다. 로마네스크 양식이 요새와 같은 방벽으로 신의 나라를 둘러치고 있었다면, 고딕 양식은 빈 틈 하나 없이 창문과 조각상으로 가득한 벽, 스테인드 글라스로 채워진 창, 찌를 듯이 솟은 뾰족탑과 교차 늑골로 받쳐진 아치 등으로 신의 나라를 과감하게 장식한다. 프랑스에서 주로 발달한 이 성당들은 대개 성모 마리아에게 헌정되었고, 그래서 대부분 이름에 노트르담’(Notre-Dame)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꼽추 카지모도 때문에 유명해진 노트르담 대성당의 정식 명칭은 노트르담 드 파리‘(Cathédrale Notre-Dame de Paris), 빅토르 위고의 소설도 원래 제목은 노트르담 드 파리(Notre-Dame de Paris)였다. 나중에 이러한 양식에 변형을 가한 성당들이 많이 지어지는데, 후기고딕 양식이라고 하며, 주로 영국에서 크게 발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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