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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굴뚝청소부, 제2부 유명론과 경험주의: 근대철학의 동요와 위기 - 2. 로크 : 유명론과 근대철학, ‘본유관념’ 없는 진리를 위하여 본문

책/철학(哲學)

철학과 굴뚝청소부, 제2부 유명론과 경험주의: 근대철학의 동요와 위기 - 2. 로크 : 유명론과 근대철학, ‘본유관념’ 없는 진리를 위하여

건방진방랑자 2022. 3. 24.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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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유관념없는 진리를 위하여

 

 

데카르트가 진리의 근거를 이성과 이성의 본유관념에서 찾았다는 것은 앞서 거듭 말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로크가 보기에 이런 본유관념이란 중세적이고 스콜라철학적인 잔재였습니다. 로크가 지금 있다면 이런 식으로 예를 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불을 찾아서란 영화가 있지요. 불을 사용하던 원시인들이 불씨가 꺼지자 불을 찾아오라고 몇 사람의 대표를 보내고, 이들은 고생 끝에 불을 찾아옵니다. 그러나 원시인들은 너무 기쁜 나머지 불을 물에 빠뜨려 꺼뜨리고 맙니다. 그런데 이때 주인공은 그걸 찾는 과정에서 배운 불피우는 법을 써서 불을 피우려고 하지요. 물론 잘 안 되어, 그걸 가르쳐준 여자가 대신 피워 주지요.

 

불을 피울 줄 몰랐던 원시인이라면 어디엔가 있는 불을 찾아 쓸 줄밖에 몰랐을 것이고, 따라서 불이란 누가 준 선물처럼 생각했을 겁니다. 프로메테우스가 제우스 몰래 가져다 준 선물이 바로 불이었다는 식의 신화가 보여주듯이 말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도 보여주지만, 불이란 신이 우리에게 준 선물(본유관념)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은 불이 나는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고 경험함으로써 배운 것입니다.

 

좀더 정확한 예를 들어 봅시다. 제가 들은 바로는 부시맨은 수를 8인가까지밖에 세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걸 넘는 수는 그냥 많음인 거지요. 비단 부시맨만이 아니라 모든 인류에게 그런 시절이 있었을 겁니다. 숫자가 만들어지고 그것을 써서 수학적 계산을 하기 시작한 것은 길게 잡아야 5000년 정도 전입니다. 그럼 그 이전에는 어땠겠습니까? 있어봐야 적다’/ ‘많다정도 아니면 하나’/ ‘다수정도 아니겠습니까?(이게 지금까지도 언어상에 남아 단수/복수라는 형태로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산수와 같은 매우 자명해 보이는 수학적 지식 역시 타고난 것이라고 하기는 힘들다는 게 로크의 생각입니다. 따라서 로크는 어떠한 본유관념도 있을 수 없다고 합니다. 이는 어린 아기나 야만족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반면 우리의 지식은 모두 경험의 산물이라고 합니다. 만약 데카르트처럼 경험 이전에 이성이 있다고 말한다면, 그건 틀림없이 백지’(tabula rasa)일 거라고 합니다.

 

로크가 보기에 데카르트가 생각하는 완전한 개념은 신이 준 것이 아니며, 타고난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은 경험에서 추출된 것이며, 불완전한 모습들을 관찰하여 불완전성을 제거하고 완전한 모습을 그려낸 것일 뿐이라고 합니다. 그런 점에서 보편은 단지 개별에서 추상된 것이며, 그 공통된 특징에 붙인 이름일 뿐이라는 유명론의 논지와 유사함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로그는 모든 보편 개념(일반 개념)은 우리의 사고가 만들어낸 것이며, 다만 이름으로서 의미를 가질 뿐이라고 합니다. 그는 단순관념과 복합관념을 나누는데, 단순관념은 저 누런 금속을 보고 금이라고 판단하거나 노랗다고 판단하는 것을 말합니다. 복합관념은 우리의 사고가 이 단순관념들을 결합해서 만듭니다. ‘이라는 단순관념과 이라는 단순관념을 결합해 황금산이란 관념을 만드는 경우가 이에 해당됩니다.

 

단순관념은 사물에 의해 자극되어 만들어집니다. 반면 복합관념은 단순관념들을 오성(understanding)이 결합해서 만듭니다. ‘이나 인간과 같은 보편 개념은 모두 복합관념입니다. 따라서 그것은 인간의 오성(깨닫는 능력)이 만들어내는 것이며, 그 자체로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명목적인 것입니다.

 

보다시피 로크는 데카르트의 본유관념과 이성/진리의 개념, 보편 개념에 대해 유명론의 입장에서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런 반박을 통해 로크는 본유관념을 끌어들이지 않고도 진리에 도달할 수 있음을 보이려고 하는 것입니다. 경험과 관찰에 입각한 지식이 바로 그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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