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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굴뚝청소부, 제2부 유명론과 경험주의: 근대철학의 동요와 위기 - 2. 로크 : 유명론과 근대철학, 유명론의 근대화 본문

책/철학(哲學)

철학과 굴뚝청소부, 제2부 유명론과 경험주의: 근대철학의 동요와 위기 - 2. 로크 : 유명론과 근대철학, 유명론의 근대화

건방진방랑자 2022. 3. 24.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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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론의 근대화

 

 

앞서 우리는 로크의 경험주의가 두 가지 지반 위에 서 있다고 말했습니다. 표면상으로 그것은 근대철학과 과학주의였지만, 사실상은 근대철학과 유명론이었음을 보았습니다.

 

중세에 유명론은 보편 개념이 실재한다는 주장의 반론으로 제출되었고, 실재하는 것은 개별자라는 존재론성격의 사상이었습니다(중세에 별도로 존재론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그 성격은 존재론이라고 나중에 불리는 것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따옴표를 쳐 존재론적이라고 한 것입니다). 보편자에 대한 개별자의 우위를 주장하는 존재론이었지요. 그것은 신학적 문제설정 속에 있었으나, 본질적으로 신학과는 화해하기 힘든 것이어서 끊임없이 신학과 충돌하고 억압받기도 했습니다.

 

반면 로크에 이르러 유명론은 근대적 문제설정에 포섭되게 됩니다. 인식주체가 신에게서 독립해 있고, “이 주체가 진리에 이르는 길은 무엇인가?”라는 문제의식 속에서 개별적 사실들에 대한 관찰과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기능을 하게 되는 것이죠. 이런 점에서 유명론은 인식론적 성격의 사상이 됩니다.

 

따라서 로크의 철학은 유명론의 근대화혹은 근대화된 유명론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다시 말하면 경험주의란 바로 근대화된 유명론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유명론이 중세에는 신학과 충돌했다면, 이제는 근대철학의 과학주의와 충돌하게 됩니다. 로크는 근대적 문제설정 속에서 근대과학의 기초를 유명론을 통해 마련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앞서 본 것처럼 로크 역시 (인식)주체에서 출발하여 진리에 도달하려고 하는 근대적 문제설정 안에 서 있었고, 그러한 근대적 문제설정 안에서 과학이란 대상과 일치하는 지식임을 보증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 로크는 물질과 정신이란 실체를 다시 끌어들여야 했고, 진리가 가능함을 보증하기 위해 1성질을 만들어내야 했습니다. 이러한 실체와 제1성질이 유명론의 사고방식과 정면에서 충돌한다는 것은 앞서도 말한 바입니다.

 

이는 결국 근대적 문제설정(특히 과학주의)과 유명론 사이의 갈등과 대립을 보여줍니다. 이것이 로크로선 어느 것 하나를 취할 수 없게 만드는 딜레마의 정체였습니다. 다시 말해 로크가 처한 딜레마의 요체는 유명론과 근대적 문제설정(과학주의) 간의 긴장에서 비롯되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유명론이 근대적 문제설정 속에 포섭됨으로써 생기는, 근대화된 유명론의 내적 긴장이요 모순이기도 합니다. 이 모순은 이후 버클리와 흉을 통해 경험주의 사상이 발전하면서 더욱 증폭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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