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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스트 교육학 - 42. ④강: IRE 대화를 하지 않는 학교 만들기 본문

연재/배움과 삶

트위스트 교육학 - 42. ④강: IRE 대화를 하지 않는 학교 만들기

건방진방랑자 2019. 10. 22.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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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 IRE 대화를 하지 않는 학교 만들기

 

 

학교는 매우 학교적이다. 그 중에서 단연 교사와 학생이 나누는 대화야말로 가장 학교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의 대화와 일상 대화의 차이점

 

어느 때부터 수업을 할 땐 질문을 하는 게 좋은 수업의 표본이 되었다. 강의식으로 일방적으로 진행하기보다 질문을 하여 동기를 유발하고, 뇌를 활성화시켜 상호 소통을 하며 진행하는 게 더 낫다는 것이다. 이 말만 듣고 보면 정말 맞는 얘기다는 생각이 절로 들며, 다른 문제는 없어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 질문의 방식과 관련이 있다. 메한H. Mehan은 수업 중 던져지는 질문을 분석하며 I-R-E의 구조로 되어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아래의 구조도를 보자.

 

 

일상회화

교실회화

질문자: 지금 몇 시입니까?

응답자: 2시 반입니다.

질문자: 고맙습니다.

Q

A

T

I

R

E

교사: 지금 몇 시입니까?

학생: 2시 반입니다.

교사: 잘했어요.

 

 

일상 대화의 질문은 질문자가 정말로 그 상황에 대해 모르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Question). 그러니 질문을 하는 사람은 최대한 겸손한 자세와 싹싹한 말투로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응답자가 어떤 식의 대답을 해주든(Answer), 대답을 해준 그 자체로 감사할 수밖에 없다(Thanks).

하지만 교실의 질문은 아주 단순한 것일지라도 모르기에 묻는 경우는 거의 없다. 교사는 교실 안에서는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사람으로 코스튬플레이를 해야 하기에,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묻는 경우가 태반이다(Initiation). 그러니 태도는 위압적이면서도 아는 사람 특유의 너스레를 떨며 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질문을 받은 학생은 쭈뼛쭈뼛 정답을 알고 있는 교사의 눈치를 보며, 반응을 하게 된다(Response). 이때 그 반응이 정답이면 교사는 ! 잘했어요라는 말로, 정답이 아니면 그 옆 사람!”이라는 말로 평가를 하게 된다(Evaluation).

이런 차이 때문에 일상대화에서의 질문은 진정 그 상황을 모르기에 묻는 것이지, 그 사람을 시험하는 게 아니기에, 편하게 대답을 해주면 된다. 하지만 교실에서의 질문은 이미 교사가 생각하는 정답이 있고 그걸 듣고 싶어서 하는 것이기에, 의도를 먼저 파악하고 그에 맞는 대답을 하려 애를 쓸 수밖에 없다. 바로 이런 차이가 교실에서의 대화를 무겁게 만들고, 배움이 아닌 교사가 생각하는 답에 치우치게 만든다.

 

 

 [IRE 대화]는 너무도 당연한 학교의 이야기 방식이었다. 그런데 그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IRE 대화의 문제점 극복하기

 

이런 상황에 덧붙여 동섭쌤의 삐아제Jean Piaget(1896~1980)‘7살이 되어야만 보존개념이 생긴다라는 연구결과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알려준다. 삐아제는 동일 연령대 아이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여 각 연령대별로 어떤 발달상황에 놓이는지 객관적인 표로 만들었다. 그래서 삐아제의 실험결과에 따라 우리도 당연히 그 나이대가 되면 그와 같은 발달과정을 거치며 발달할 거라 생각하게 된 것이다.

 

 

삐아제의 인지발달단계. 이 이론에 따라 수많은 아이들이 자신의 발달 단계가 정상적인지, 아닌지 체크 받는다.

 

 

하지만 동섭쌤은 이런 경우 오히려 우린 아이에게 보존개념이 생겼다라고 판단하기보다, 교사가 던진 질문에 따라 아이는 [I-R-E의 대화]에 익숙해졌다고 판단해야 하는 건 아닐까요?”라고 묻는다. 보존개념은 물의 양이 같을 때, 모양과 크기가 다른 컵으로 물을 옮겨 담아도 같다는 것을 아는 능력이다. 그래서 연구자는 아이를 놓고 컵의 물을 옮겨 담으며, “이 두 컵의 물의 양이 같나요?”라고 묻는다. 연구자가 물었다는 것, 그리고 그건 일반적인 대답과는 반대의 대답을 요구한다는 것은 대화를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니 아이는 순식간에 상황을 파악했고, 속으로는 분명 다른데라는 생각이 들었을지라도, “같습니다라고 대답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이의 보존개념 획득은 7세 이후로 보고 있다. 실험결과에 따른 것인데, 과연 맞을까?

 

 

의도를 가지고 물어보는 질문은 오히려 그 반대의 대답을 요구한다고 볼 수 있다. 며칠 전에 학교에서 여행을 갔을 때, 학생 중 한 명이 토마토는 과일일까요? 채소일까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우리는 과일을 산다며 토마토를 산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순간 머릿속으론 과일이라는 답이 떠올랐다. 하지만 너무 뻔한 답을 묻는 경우는 거의 없다. 또한 그런 건 퀴즈로서 아무런 가치도 없다. 그쯤 생각이 미치자 당연히 채소야라고 대답을 하게 됐고, 그 학생 또한 정답이라고 인정해줬다. 이게 바로 [I-R-E의 대화]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내가 정답을 안 것도 아니지만, 그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정답을 맞출 수 있다는 것이고, 그건 대화라기보다 질문자의 의도를 파악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보존개념에 대한 실험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동섭쌤은 학교에서 대답을 잘하는 아이를 교사의 발문에 이끌려서 교사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추측해서 그리고 교사가 이 시점에서 대답시키려는 것을 알아차려서 그것에 맞게 제대로 대답하는, 학교라는 세계에서 통용되는 특수한 능력을 익힌 아이라고 정의했는데, 이것이야말로 교사의 질문에 학생들의 생각을 가두고 거기서만 생각하게 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런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우린 교사가 I-R-E의 구조로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그러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동섭쌤은 쿠마모토의 한 학교에 수업 참관을 갔었는데, 거기선 교사가 질문을 던지면 아이들이 자유롭게 대답을 합니다. 그런데 그때 교사는 평가를 하기보다 감사합니다라고 말을 하더군요라는 예화를 소개해주며, 정답으로 수렴하기 위한 질문이나 결론으로 이끌기 위한 질문이 아닌, 생각의 폭을 넓혀주는 질문, 평가하지 않으려는 질문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4강 후기가 끝나고 간단한 뒤풀이가 있었다. 같이 참여한 선생님들의 고충과 생각을 함께 들을 수 있었다.  

 

 

 

4캠프에 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마침내 우린 동섭레스트의 제4캠프에 도착했다. 첫 발을 뗄 때 까마득한 느낌에 두렵고 걱정이 앞섰지만, 이젠 정상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쯤 올라오면 오히려 맘은 누그러지고 달라진 시좌에 삶을 대하는 진정성도 훨씬 나아지며 활기가 더욱 생길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몸은 고되고 산소는 급격히 줄어들어서 숨 쉬기조차 매우 힘들며, 정신은 더욱 몽롱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까지 올라왔으니, 이걸 한계라 생각하며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지금 당장은 죽을 것 같아도, 막상 또 걷기 시작하면 금세 나아지고 희망도 어리기 때문이다.

 

 

드디어 우린 4캠프까지 올라왔다. 마지막 세이프라이프 지대라는 말이 보인다. 여길 지나 존재를 건 비약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트위스트 교육학 4강의 후기를 마치며 되돌아보면 정말 많은 말들과 단상들이 있었다.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뭐니 뭐니 해도 일상에서 ㄹ을 뺀다면이 아닐까 싶다. 그래야 내가 발 딛고 선 현실이 당연하게 보이지 않고 조금이라도 생각을 덧붙일 수 있는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린 일상을 살아가는 게 아니라, 그냥 프로그래밍된 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사실을 뼈저리게 통감하며 트위스트 교육학 마지막 5강의 이야기를 향해 힘차게 나가보려 한다. 마지막 여정을 떠나는 것이니만치, 부담은 내려놓고 여태껏 해오던 방식대로 마무리까지 잘 지어지길 간절히 바란다. 아무쪼록 마지막 강의 후기를 끝내는 그날까지 함께 힘을 보태주길 바라며, 5내 눈에 비치는 모든 것이 메시지에서 다시 볼 수 있기를~

 

 

 ▲  9시부터 시작된 뒤풀이는 10시 20분에 끝났다. 짧아서 아쉽고, 밤을 새하얗게 불태우지 못해 미련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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