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⑤강: 연극수업에 빠지고 수학공부 할래요
트위스트 교육학 다섯 번째 강의의 제목은 ‘내 눈에 비치는 모든 것이 메시지’이며 주요내용은 ‘교육은 증여다’라는 거다.
동섭쌤이 싫어하는 사자성어와 그 속 뜻
이번 강의의 자료는 동섭쌤이 열심히 썼지만 ‘게재불가’된 논문을 함께 읽으며 진행되었다. ‘게재불가’는 동섭쌤이 가장 싫어하는 사자성어지만, 은근히 그 말 속엔 자부심도 느껴지는 묘한 말이라 할 수 있다.
지금 함께 보는 이 논문이 게재불가된 이유는 ‘들어가는 글’에서부터 인용을 하고 일상적인 내용을 서술하고 있기 때문이라 했다. 이 이유를 듣고 모두 어이가 없어 쓴웃음을 짓기도 했을 정도였다. 그러니 논문이 게재되지 않았다는 측면에선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라는 영화 대사처럼 모욕적이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런 판에 박힌 곳에 실리지 않았다는 측면에선 학문의 완고한 틀에 얽매이지 않고 분과학문의 벽을 넘나들며 ‘이동연구’를 했다는 것을 인정해주는 것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모욕과 인정 사이에 놓인 이 논문 내용을 중심으로 ‘교육은 증여’라는 말이 무슨 내용인지 알아보도록 하자.
▲ 이동연구소장의 저력을 보여준 게재불가. 이 말엔 두 가지 뜻을 동시에 담고 있다.
쓸모 있는 공부 OR 쓰잘데기 없는 공부
단재학교는 수요일 오후에 외부 강사쌤이 오셔서 연극수업을 진행한다. 이 수업은 연극을 한 편 올리자는 일반적인 목표보다 실질적으로 학생들의 표현능력을 키우자는 목표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이번엔 ‘지금 자신이 어떤 물건을 들고 있다고 생각하고, 표현하세요’라는 식으로 진행했다. 강사쌤은 ‘야구배트’, ‘공’, ‘카메라’와 같은 사물을 앞에 선 학생에게 알려주고, 그 학생은 그걸 손에 잡았다고 상상하고 표현한다. 그러면 친구들이 그 사물을 맞추면 된다.
이런 수업 방식이다 보니 평소에 얘기를 많이 하고 자기 생각을 맘껏 표현하던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상황을 받아들이고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데 반해,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장난처럼 반응하거나 감정을 드러내길 꺼려하여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았다.
아마도 이렇게 자신을 표현해야 하는 그 수업이 힘이 들고 어떻게든 빠지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든 한 학생은 “아예 연극수업을 빠지고 그 시간에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겠어요”라는 말을 하기에 이르렀다. 상황은 그 수업에서 자신이 잘 표현하지 못하기에 부담되어서 빠지는 건데도, 말은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겠다는 그럴 듯한 모양새라 할 수 있다.
▲ 2015년 12월의 학습발표회 때 중고등판 [라이어]를 성황리에 마친 아이들. 연극은 표현이고 표현은 삶이다.
이 학생은 고등학교 2학년 나이로 거의 학교 등교시간에 나오지 못하며, 아예 빠질 때도 많았다. 그리고 작년까지는 거의 공부에 손도 대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 갑자기 대입시험이 멀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던지, 맹렬히 수학문제집을 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수능과 관련 있는 수업들은 ‘쓸모 있는 수업’으로, 그 외의 수업들은 ‘쓰잘데기 없는 수업’으로 이분화하여 생각했고, 그에 따라 ‘쓰잘데기 없는 수업을 받느라 시간을 허비하느니, 쓸모 있는 공부를 해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겠다’는 말을 하게 됐던 것이다.
예전 같으면 이런 경우 버럭 화를 내며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만 하고 그냥 수업에 들어가!”라고 말했을 것이다. 물론 지금도 끊을 땐 끊는 게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조금 달라진 부분은 지금처럼 ‘차이가 주는 긴장’상태에 놓였을 때, 상황에 따라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학생의 말을 듣는 순간,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화는 가라앉히고 천천히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그래야만 권위에 의지하거나, 해결책을 찾아 거래하려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않게 되니 말이다. 2시간 정도 얘기를 나눴지만, 나의 생각이 학생에게 가닿을 순 없었다. 그럼에도 그 시간동안 치열하게 서로의 입장을 듣고 얘기할 수 있었던 것은 좋은 경험이라 할 만했다.
과연 이 학생의 말은 어디에서 문제가 되는 걸까? 이에 대해서는 다음 후기에서 보기로 하자. 그 학생의 말엔 어떤 생각들이 기본으로 깔려 있는지, 그리고 그런 생각은 공부하는 것을 어떻게 방해하며 삶을 옥죄는지 하나하나 살펴보도록 해보자.
▲ 긴장 관계에 놓였을 때, 그걸 진지하게 그러면서도 직접적인 해결책을 찾지 않으며 해결해 나가기가 힘들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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