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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사회학 - 6. 소통한다는 오해를 까발리다 본문

연재/배움과 삶

아마추어 사회학 - 6. 소통한다는 오해를 까발리다

건방진방랑자 2019. 10. 23.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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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소통한다는 오해를 까발리다

 

 

첫 시작도 발작적이었을까? 아니면 준비가 되어 있었을까? 전혀 예측도 하지 못했지만, ‘커뮤니케이션을 키워드로 꺼내며 그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트위스트 교육학에 비하면 워밍업 없이 바로 본론에 들어가는 느낌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소통의 이미지는 이것이다. 

 

 

 

소통이 중시되는 세상에, 오히려 소통이 안 되다

 

동섭쌤은 일반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이란 나의 생각과 느낌을 100% 전달하는 것이라 생각할 것입니다. 그래서 수도관을 연상하며 들어간 것이 그대로 전달되는 것을 이상적이라 여기죠.”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맞다! 최근에 가장 유행하는 책들에 빠지지 않고 들어있는 내용은 소통에 대한 것이고, ‘제대로 된 소통을 위해선 경청해야 한다경청이란 책도 엄청나게 팔리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반대로 생각하면, 소통이 제대로 안 되고, 경청이 제대로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대 간에 갈등이 조장되고, 지역 간에 차별이 정당화되며, 계층 간에 위화감이 당연시되어, 말도 전혀 통하지 않고 심지어는 왕래조차도 거의 없다. 이런 상황이기에 사람들은 소통에 관련된 책이라도 읽으며 이런 현실에 돌파구를 마련하려 하거나, 어떤 대리만족 같은 거라도 느끼려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여러 소통에 관련된 책을 읽고, ‘비폭력 대화와 같은 프로그램을 들으며 여러 방면으로 소통해보려 노력하긴 하지만, 여러 부분에서 한계에 부딪힌다. 그러다 보면 나는 최선을 다했는데 꽉 막혀 있는 상대방이 문제야라며, 상대방만 탓하게 된 것이다.

 

 

▲  소통의 단절은 일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짙게 깔려 있다. 그러다 보니 더욱 더 상대방만을 탓하게 된다. 

 

 

 

소통은 불가능에 도전하는 일이다

 

소통을 하려 하지만 오히려 소통이 되지 않는 현실에 대해 동섭쌤은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지 않는 이유는 나의 문제나, 상대방의 문제이기 이전에 커뮤니케이션은 나의 생각과 느낌을 100% 전달하는 것이란 생각이 문제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이상 커뮤니케이션은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고, 늘 한계에 부딪힐 것입니다.”라고 일반적인 생각과는 아주 다른 이야기를 해준다. 이 말이 강의실에 울려 퍼지는 순간, 이 말을 듣고 있던 모든 이의 머릿속엔 물음표가 띠용하는 효과음과 함께 튀어 올랐을 것이다. 거기엔 저건 도대체 무슨 말이지?’하는 의심의 눈초리와 저렇게 말한 데엔 무언가 있겠지하는 기대가 교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  소통에 대해 한참 열변을 토하고 있는 동섭쌤.  

 

 

나의 생각과 느낌을 100% 전달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알려주기 위해 동섭쌤은 아주 재밌는 예를 들어줬다.

지금 나는 외계인과 함께 있다. 그 외계인은 한국의 사정이나 상황은 하나도 모른다. 그러나 그 외계인은 한국어를 알아들을 수 있다. 아래의 상황을 그 외계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해하려 한다고 조건을 설정해줬다. 과연 아래의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에듀니티 강의실에 초등학교 교사, 특수학교 교사, 중학교 교사, 대안학교 교사, 출판사 직원과 같이 여러 사람들이 모였다. 이들은 김밥으로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강의를 듣기 위해 의자에 앉았다. 강사인 박동섭 선생은 컴퓨터의 파워포인트를 켜고 강의를 시작했는데, 5분 정도 지나자 지각한 한 수강생이 허겁지겁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빈자리에 조용히 앉았다.

 

 

이 상황을 한국인에게 전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그저 이 글을 그대로 보여줘도 어렵지 않게 위의 상황을 그려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외계인이라면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그에겐 교원제도에 대한 지식’, ‘김밥이 왜 간단한 저녁인지에 대한 이해’, ‘5분이란 시간관념’, ‘의자와 책상이란 사물에 대한 이해와 같은 것들이 모두 다 낯설기 때문이다. 그러니 위의 상황을 설명해주기 위해서는 정말 하나하나의 개념부터 설명해야 하며, 그러다 보면 또 모르는 단어들이 나와 그 단어에 대해 다시 설명해야 하는 무한한 설명의 순환에 빠져 버리고 만다. 그러니 만약 끝까지 알려줬다고 해서 외계인이 우리와 같은 수준으로 알게 될 거라 보장할 수도 없을뿐더러, 그러기 전에 그 외계인은 화를 내며 ~ 안 해!’라고 도망갈지도 모른다.

 

 

▲  우치다 타츠루와 박동섭의 소통은 단순한 말의 오고감이 아니다. 빙의되기도 하고 선빵을 날리기도 하며 이루어진다. 

 

 

 

우린 이미 소통을 하고 있다

 

이처럼 커뮤니케이션이란 기나긴 착각과 오해, 그리고 아주 잠깐의 이해 사이를 넘나들며 이루어지는 아주 신비한 체험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소통이란 존재 자체를 걸고서 하는 위험한 모험이라 표현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동섭쌤은 우치다 타츠루(올해 세종과 춘천, 현천고에서 강연을 했는데 현천고에서 이 이야기를 했다고 함) 선생이 말한 커뮤니케이션의 정의를 인용하며 저 사람과 나는 원래 99%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다. 겨우 1% 이해의 가능성만이 있을 뿐이기에, 그걸 단서로 삼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도록 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조금 밖에 이해를 못했다고 화를 내거나 상대방이 꽉꽉 막혔다고 비난할 게 아니라, 오히려 만족하면 된다고 말해줬다.

우치다쌤의 말은 어찌 보면 여태껏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정의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며, 여태껏 우린 잘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었으면서도 한 없이 서로를 저주하고 불만족스러워하며 살아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그러고 보니 동섭쌤이 아마추어 사회학의 시작과 함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다. 그건 이 강의 또한, 또 하나의 커뮤니케이션이기에 우린 1%를 이해하게 되었다면 그것만으로도 훌륭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룻강아지라고 비웃듯동섭쌤의 커뮤니케이션 이야기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그에 대한 이야기도 꽤 흥미진진하고 긴 이야기가 필요하기에, 다음 후기에서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서 하도록 하겠다.

 

 

▲  '소통이 그렇게 힘든 거야?' 라고 의문이 드는 사람이라면, 이 드라마의 1편만 봐도 충분히 그걸 알게 된다. 그 이야긴 다음 후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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