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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금강경 강해, 들어가는 말 - 제2명제: 종교의 주제는 신이 아니다. 신이 없이도 얼마든지 종교가 될 수가 있다, 종교는 신학이 아니다 본문

고전/불경

금강경 강해, 들어가는 말 - 제2명제: 종교의 주제는 신이 아니다. 신이 없이도 얼마든지 종교가 될 수가 있다, 종교는 신학이 아니다

건방진방랑자 2022. 6. 13.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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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명제: 종교의 주제는 신이 아니다. 신이 없이도 얼마든지 종교가 될 수가 있다.

(종교는 신학이 아니다)

 

 

그런데 믿음의 대상으로서 신()을 말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유일신즉 하나밖에 없는 신을 고집한다. 이 우주에 단 하나밖에 있을 수 없는 신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자기가 믿는 신만이 우주 전체에 유일무이하게 존재하는 신이라는 것이다. ‘유일무이하게 존재한다는 것’, 참 그것이 무슨 말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으나, 유일무이하게 존재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든 타 존재를 배제한다는 뜻이 된다. 이렇게 되면, 모든 타 존재를 배제하는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것은, 스피노자의 말대로 존재(存在)하는 모든 것이 될 수밖에 없다. 보다 쉽게 말하면 우주에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것은 우주 전체 그 자체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 존재가 우주 밖에 있다면 그 존재는 또다시 한정되는 일자(一者)가 될 수밖에 없음으로, 타 존재를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보통 유일신임을 자처하는 모든 신들이 이름을 가지고 있고 또 어떤 한정된 모습을 가지고 존재하고 활동하고 있다. 여기서 존재한다는 뜻은 저기 있는 저 나무나 의자처럼 실체로서 있다는 뜻이다. 그럼 과연 신이란 우주 밖에 있거나 우주 내에 있는 어떤 물체인가??

 

흔히 유일신이라고 종교적 신앙의 대상으로서 경배하는 존재의 대표적 예로서 우리는 야훼, 혹은 여호와 하나님, 혹은 주 예수그리스도의 아버지인 하나님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이 여호와 하나님을 믿는 우리나라의 기독교인들은 모두 한결같이 여호와 하나님만이 우주에 존재하는 유일무이한 하나님이라고 강변한다. 이 말에 거슬렸다간 뼈도 못추리는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여호와 하나님께서, 바로 하나님 당신께서 당신이 유일무이한 신()이 아니라 타신(他神)이 존재(存在)하고 있다고 역설하고 계시다는 것이다. 여호와 하나님께서 모세를 통하여 그의 백성에게 내리신 그 유명한 십계명(Ten Commandments)의 첫 계명은 무엇이었든가?

 

 

너희는 내 앞에서 다른 신을 모시지 못한다. (공동번역 출애굽기20:3)

You shall have no other gods before me.(RSV)

 

 

다른 신을 모시지 못한다는 것은 그 말을 하는 당신 자신이 다른 신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시는 것이다. 여호와 하나님 당신의 직접 말에 의하면, 여호와 하나님이 유일신이라고 하는 것의 구체적 의미는, 많은 신들이 있는데 딴 신들은 섬기지 말고, 나만을 섬기라는 뜻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의 해석이 아닌 여호와 하나님 당신의 언명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유일신이라고 믿는 여호와 하나님 당신 자신이야말로 다신론자이신 것이다. ‘유일신이라 할 때 유일(only)의 실제 의미는 유일하게 받드는’, ‘유일한 방식으로 모시는’, ‘유일한 것처럼 섬기는이라고 하는 부사적 의미가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이것은 야훼 자신이 유일자()임을 자처하는 한, 필연적으로 도출될 수밖에 없는 다자성(多者性)인 것이다. 유일(唯一)은 파다(頗多)를 전제로 한다. ()은 곧 다(). 일은 곧 다의 전제 없이 성립할 수가 없는 명언(名言)에 불과한 것이다.

 

 

너희는 다른 신을 예배해서는 안 된다. 나의 이름은 질투하는 야훼, 곧 질투하는 신이다. (출애굽기34:14).

 

 

야훼는 바로 다른 신들을 질투하는 많은 신들 중의 일자(一者)인 것이다. 그러므로 유일신관을 자랑하는 기독교 신학에 있어서조차 유일신관이라는 것은 근원적으로 성립할 수가 없다. 신ㆍ구약성경이 모두 잡신(雜神)을 존재론적으로 전제한 위에서 성립한 유일신을 말하고 있을 뿐인 것이다. 이 내 말은 아무리 위대한 성서신학자라도 부정할 수가 없다. 그것은 곧 여호와 하나님 당신의 말씀에 대한 거역일 뿐이다. 유일신관은 곧 성서를 부정하는 불경(不敬)이다. 우리가 신을 존재로 생각하는 한에 있어서는 필연적으로 도출될 수밖에 없는 결론이다. 신이 존재자인 한 그것은 많은 존재 중의 일자일 수밖에 없다. 야훼래야 그것은 역사적으로 잡신(雜神)을 물리친 만신(萬神)일 뿐이다. 이러한 야훼의 유일신화는 유대민족사에 있어서 다윗왕조의 성립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지상에서의 통일왕조의 성립, ‘잡신의 통일의 일치현상은 모든 인류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보편현상인 것이다. 정치권력의 통일과 신적 권력의 통일은 상응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신() 중심으로 종교를 논할 수 있을까? 그 많은 신의 역사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그 많은 유일신들을 어떻게 다 취급할 것인가? 부뚜막에는 조왕신(부뚜막신)이 있고, 툇마루에는 성주대감이 있고, 장독대에는 항아리신이 있고, 돼지우리에는 돈신이 있다. 인간의 이름보다도 더 많을 신들을 따라 종교를 논한다면 과연 종교가 논구될 수 있을 것인가? 신의 족보를 따지려해도 그것은 최소한 우리민족의 대동보(大同譜)를 따지는 것보다 더 복잡할 것이니 과연 어느 장단에 그 유일성을 맞출 것이며, 어느 이름에 그 기준을 짤 것인가?

 

나는 말한다. 종교는 신학이 아니다. 신학이 진정한 신학이 되기 위해서는 그것은 ()의 학()’[신에 관한 배움]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신학이 만약 신의 학이라면 그것은 신의 족보학(the Genealogies of Gods), 신의 전기학(the Biographies of Gods)에 불과한 것이다. 실상 모든 신학이라고 하는 것들의 현금(現今)의 수준이, 아무리 정교한 레토릭을 가장해도, 세계적으로 족보학ㆍ전기학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종교는 신학이 아니다. 종교는 철학일 수도 있는 것이요, 종교는 문학일 수도 있는 것이요, 종교는 예술일 수도 있는 것이요, 종교는 과학일 수도 있는 것이다. 어찌 종교가 신학이어야만 하는가?

 

종교를 신학이라고 생각하는 옹졸한 자들은 모두 기독교나 그 유사한 아류의 초월신관을 기준으로 삼아 그런 주장을 편다. 그러나 세계종교사에 있어서, 종교학에 있어서, 그러한 편협한 규정은 불교의 엄존으로 말미암아 수정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불교는 분명이 지구의 엄청난 인구가 신앙으로 삼고 있는 고등종교이다. 그것은 종교로서 현실적으로 엄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불교는 신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불교는 신을 믿지 않는다. 불교에는 신이라는 초월적 존재자가 없는 것이다. 단언하건대 불교는 무신론인 것이다. 무신론이 어떻게 종교가 될 수 있는가?

 

여기 우리는 불교가 무신론이라는 테제를 보다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무신론이란 신이 없다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신이 없다라는 말은 신이 있는데 없다가 된다. 다시 말해서 신이 있는데 그 존재성이 부정된다는 뜻이 되므로, 신이 없다고 말하는 순간에 곧 신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는 것이다. 불교는 세속적 의미에서 무신론이라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불교는 무신론이 아니다. 불교를 굳이 무신론이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근원적으로 신이 존재와 비존재라고 하는 인간의 언어영역 속으로 들어올 수 없다는 것을 말한다고 하는 맥락에서만 사용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신의 실체성 즉 존재성이 근원적으로 성립할 수 없으므로 역시 무신론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무신론이라는 용어를 자랑스럽게 당당하게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분명 종교의 주제는 신이 아닌 것이다. 신이 없이도 얼마든지 종교는 성립할 수 있는 것이다. 종교는 심리학이 될 수도 있는 것이요, 철학적 성찰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모든 학문의 근원을 파고 들어가면 모두 종교적 주제와 만나게 된다. 어찌 신학만을 종교의 유일한 통로라 말할 수 있으며, 어찌 신만을 종교의 유일한 주제라 말할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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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금강경

반야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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