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대신(大臣)과 구신(具臣)
11-23. 계씨의 집안사람인 계자연(季子然)이 여쭈었다: “우리집 가신 노릇을 하고 있는 중유(仲由: 자로)와 염구는 훌륭한 신하라고 일컬을 만하나이까?” 11-23. 季子然問: “仲由ㆍ冉求可謂大臣與?” 이에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나는 그대가 좀 색다른 질문을 할 것으로 기대했었는데, 겨우 유(由: 자로)와 구(求: 염구)에 관한 질문을 하는구나. 이른바 훌륭한 신하라고 하는 것은 있는 동안은 도(道)로써 임금을 섬기고, 그것이 불가능하게 되면 곧 떠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유와 구는 그만한 수준은 못 되고 보통 신하로서 숫자를 채우고 있다고 일컬을 수 있다.” 子曰: “吾以子爲異之問, 曾由與求之問. 所謂大臣者: 以道事君, 不可則止. 今由與求也, 可謂具臣矣.” 계자연이 여쭈었다: “그렇다면 그들은 맹종키만 하는 자들이옵니까?” 曰: “然則從之者與?” 이에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아비와 임금을 시해하는 일에는 절대 따르는 일이 없을 것이다.” 子曰: “弑父與君, 亦不從也.” |
흐름이 역시 강렬하다. 아주 평범하게 자로와 염구를 폄하하는 듯하다가 마지막에 반전을 시켜서 계씨집안에서 아비를 죽이고 국군(노나라의 군주)을 시해하는 따위의 음험한 생각일랑 가슴에 품지도 말라는 경고로서 역습해버리는 공자의 논법은 역시 읽는 이의 허를 쑤신다. 자기의 제자를 타인 앞에서 겸허하게 낮추는 것은 예의에 속하는 일이다. 그들은 결코 비도덕적인 행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는 동시에, 하극상의 시대풍조를 고발 하고 있는 것이다. 제일 처음에 ‘가위대신여(可謂大臣與)’의 ‘위(謂)’는 단순히 말한다는 뜻을 넘어 강한 가치판단이 들어가있다: ‘대신이라고 평가할 만합니까?’ 여기 전체 문장의 핵심은 ‘대신(大臣)’과 ‘구신(具臣)’이다. 그런데 모두 고전에 출전이 있는 말들은 아니고 『논어』에서 규정된 말들이다. ‘대신(大臣)’은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말이지만, 고경에는 용례가 별로 없다. 있다 해도 여기서 의도하는 맥락에서는 용례가 없다. 고정된 개념이 아니라, 어떤 가치를 부여하려는 의도가 있는 말일 것이므로 나는 ‘훌륭한 신하’라고 번역했다. ‘구신(具臣)’도 고주에 ‘단지 신하의 숫자만 구비시키고 있음을 말한 것이다[言備臣數而已也]’라고 했는데 그 정도의 의미로 족할 것이다.
‘여(與)’는 평성이다. ○ ‘자연(子然)’은 계씨의 자제이다(沃案. 노나라의 대부였고, 계평자(季平子)의 아들이었다고 하는데 잘 모르겠다. 이 사람도 공자의 문인일 수도 있다는 설이 있으나 확실하지 않다). 그의 집안에서 이 두 공자의 제자를 신하로 삼은 것을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기어 이 질문을 던진 것이다.
與, 平聲. ○ 子然, 季氏子弟. 自多其家得臣二子, 故問之.
(吾以子爲異之問). ‘이(異)’는 보통과는 다른 색다른 질문이다. ‘증(曾)’은 곧(乃)이라는 뜻이다(沃案, ‘곧’ ‘마침내’ ‘… 한즉’의 뜻을 나타내지만 문맥상으로 ‘곧’의 실제 의미를 살려 나는 ‘겨우’로 번역하였다). 자기의 제자 두 사람을 경시하는 듯하면서 계자연을 억제시킨 것이다.
異, 非常也. 曾, 猶乃也. 輕二子以抑季然也.
(所謂大臣者), 도로써 임금을 섬긴다는 것은 군주의 욕망을 따르지 않는 것이요, 불가능하면 그만둔다는 것은 반드시 자기의 뜻을 관철시키는 것이다.
以道事君者, 不從君之欲. 不可則止者, 必行己之志.
(今由與求也). ‘구신(具臣)’은 신하의 숫자만 채울 뿐임을 일컬은 것이다.
具臣, 謂備臣數而已.
‘여(與)’는 평성이다. ○ 계자연이 말한 뜻인즉, 자로와 염구가 훌륭한 신하가 아니라고 한다면 그럼 계씨가 하는 대로만 따라하는 사람입니까 하고 물은 것이다.
與, 平聲. ○ 意二子旣非大臣, 則從季氏之所爲而已.
(弑父與君), 자로와 염구가 비록 대신(大臣)의 도에는 부족하다고 하나, 군신지의(君臣之義)에 대해서는 익히 들었다. 시역(逆)이란 대고(大故: 큰 사건, 큰 잘못)이므로 반드시 그에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을 가지고 말씀하신 것이다. 대저 두 제자가 난에 죽음으로 임할지언정 빼앗을 수 없는 절개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깊게 칭찬하시고, 반면에 계씨가 노나라 국군에게 신하노릇을 하지 않으려는 마음을 은근히 꺾으신 것이다.
言二子雖不足於大臣之道, 然君臣之義則聞之熟矣, 弑逆大故必不從之. 蓋深許二子以死難不可奪之節, 而又以陰折季氏不臣之心也.
윤언명이 말하였다: “계씨가 권력을 전횡하고 참월을 일삼았는데도 두 사람이 계씨에게 신하로 있으면서 그것을 바로잡지 못하였다. 바로잡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신하노릇을 그만두지도 못하였다. 그러니 구신(具臣)이라 할 수밖에. 이때에 계씨가 이미 임금을 없앨 마음이 있었고, 또 때마침 두 인재를 얻은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어, 자기를 따르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공자께서 이를 간파하시고, 아비와 임금을 시해하는 일에는 절대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두 제자는 이로써 거의 이 죄에서 면할 수도 있는 것이다.”
○ 尹氏曰: “季氏專權僭竊, 二子仕其家而不能正也, 知其不可而不能止也, 可謂具臣矣. 是時季氏已有無君之心, 故自多其得人. 意其可使從己也, 故曰‘弑父與君亦不從也’, 其庶乎二子可免矣.”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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