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령공 제십오(衛靈公 第十五)
편해(篇解)
「위령공」 편은 일관된 내용을 지니지 않은 잡찬(雜纂)의 체제이기 때문에 그 성격과 편찬목적을 한마디로 규정할 수는 없다 해도, 『논어』전편을 통해서도 그 양식이 비교적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운, 그러면서도 역사적 공자의 육성을 전하는 아름다운 장으로 정평이 높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많이 인용하는 금언이나 격언이 이 편 속에 집중적으로 편집되어 있다. 나는 이 「위령공」 편을 심히 사랑한다. 상론의 「이 인편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
우선 공자와 제자 사이의 대화(사제문답)나 공자의 행동을 기술한 장이 겨우 일곱 장 뿐이며 나머지 34장은 모두가 ‘자왈(子曰)’ 로기온으로서 짧은 교훈, 격언이다. 대화와 행동을 기술한 일곱 장은 1ㆍ2ㆍ5ㆍ9ㆍ10ㆍ23ㆍ41장인데 잘 살펴보면, 우선 첫 장인 제1장과 끝 장인 제41장이 어떤 드라마적 요소로써 수미(首尾)를 장식하면서 전편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기능을 하고 있다. 제 1장은 공자의 유랑시기이며, 제41장은 공자가 귀로하여 안착한 공문학단의 분위기를 잘 말해주고 있다. 제1장과 제41장 사이에 어떤 시간성을 부여하는 드라마적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2ㆍ5ㆍ9ㆍ10ㆍ23장은 건축물의 큰 기둥과도 같은 역할을 하면서 그 사이사이에 자왈로기온 파편들이 기둥 사이의 벽을 수놓고 있는 것이다. 마치 희랍신전의 윗대가리 부분에 트리글리프(trigliyph) 기둥 사이에 있는 메토프(metope)가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는 것과도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 기둥들을 중심으로 해서 전 편이 크게 4개의 어군으로 대별된다.
a. 1~4 |
1 | 프롤로그: 앞 부분은 외부전승, ‘자로’ 이후는 내부전승 |
2~4 | 내용이 연쇄적으로 관련되는 편집. 일이관지(一以貫之), 덕(德), 무위(無爲) 등의 주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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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5~9 |
5 | 만년 제자와의 문답 |
6~9 | 치세ㆍ난세에 대처, 대인교섭, 인(仁) 등의 주제 | |
c. 10~22 |
10 | 안연의 질문. 귀로 후 총정리적 성격. c 격언군의 관(冠) |
11~22 | 11~16: 군자가 아닌 일반인 대상 훈계 17~22: 군자가 지켜야 할 덕성, 군자다움에 관한 훈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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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23~41 |
23 | 자공과의 문답 : 2와 관련된 ‘일이관지(一以貫之)’ 주제 |
24~40 | 공자의 격언 잡찬(雜纂). 짧고 오리지날하다. 인(仁)ㆍ군자(君子)ㆍ사군(事君)ㆍ교(敎)ㆍ도(道)ㆍ사(辭) 등의 주제에 관한 금언 | |
41 | 에필로그: 장님 악사(공숙孔塾 강사)에 대한 예우 |
「위령공」 편은 맹자에 가까운 시대에 완성된 것으로 보이는데 내용은 전부가 직전 제자로부터 유래된 공문내의 전송(傳誦)이다. 일인일시(一人一時)의 작일 수는 없으며 긴 세월을 거치면서 편집되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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