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친구 원양의 정강이를 치다
14-46. 공자의 소꿉친구 원양(原)이 건방지게 한 다리를 척 걸치고 공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공자께서 지팡이를 짚으며 당도하여 말씀하시었다: “자네는 어려서도 공손하지도 않았고, 커서도 좋게 기억될 만한 일을 아무 것도 하지 않았고, 다 늙어서는 빨리 죽지도 않으니, 자네야말로 도둑일세.” 그러시고는 지팡이로 그 친구 정강이를 툭 치셨다. 14-46. 原壤夷俟. 子曰: “幼而不孫弟, 長而無述焉, 老而不死, 是爲賊!” 以杖叩其脛. |
『논어』에서 참으로 특이한 장면이고, 특이한 기술이 아닐 수 없다. 그 묘사가 좀 듣기 거북하다 해도, 사실 매우 리얼한 정황을 전달해주고 있는 것이다. 원양(原壤)이 어려서부터 허물 없는 공자의 ‘불알친구’일 것이라는 사실에는 모든 주들이 일치한다.
그리고 ‘이(夷)’도 한 다리를 걸치고 있는 모습이라는 것도 모든 주들이 일치한다. 그리고 지팡이로 친구의 걸친 다리를 때리는 모습은 어떤 모독적인 행위라기보다는 그냥 ‘이 녀석아’하는 식의 친근한 애정의 표현 정도로 해석해야 옳다. 그렇게 공자는 허물이 없는 인간이었다. 도학군자들이 생각하는 공자상보다는 훨씬 더 생생한 인물상을 이 장은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예기』 「단궁」 하에 원양(原壤)이라는 인물에 관한 보다 자세한 묘사가 있다. 공자와 원양은 어려서부터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친구지간으로서 그곳에서도 묘사되어 있다. 그런데 원양은 원래 성품이 격식을 싫어하고 자유분방하여 칠칠맞고, 또 욕을 얻어먹으면서도 개의치 않고 좀 어이없는 행동을 계속하는 인물이다. 그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공자가 곽을 만들어주었는데도 그 장면에서 어울리지 않는 노래를 계속 불러댔다. 그래도 공자는 못 들은 척하고 곽을 계속 짜주었다. 참다못해 제자들이, “왜 이런 사람과 관계를 유지하십니까? 빨리 끊어버리십시오”하니까, 공자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골육의 친족의 친한 관계를 끊을 수가 없듯이 옛 친구의 우정이란 아무리 싫다 해도 끊을 수는 없는 법이다[丘聞之, 親者毋失其爲親也, 故者毋失其爲故也].”
이 대목에서 공자의 꾸짖음은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좀 혹독하다. 어려서 공손치 않고, 장성하여 알아줄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고, 늙어서도 뒈지지도 않는다는 식의 말은 과하다면 확실히 과하다. 마지막 말은 정말 듣는 사람이 화날 수밖에 없는 표현이다. 그러나 원양은 이런 말에 개의치 않는 사람이다. 또 그런 친구에게는 으레 말이 더 거칠어지게 마련이다. 그것이 불알친구의 특별한 관계이다.
‘자식! 늙어도 죽지도 않네!’라는 말은 정말 가까운 친구 사이에서는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런 거친 표현 속에서 우리는 공자의 진실을 읽을 수 있다. 무의미하게, 무가치하게 연명만 하는 인간의 삶에 대한 극단적 증오감이 공자의 무의식세계에는 깔려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여튼 문제가 있는 장이지만 나는 이런 장을 사랑한다. 바로 『논어』의 편집자들의 위대함을 나타내주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살아있는 공자를 전하려 했다. 성인이 아닌, 길거리에서 마실 다니다가 불알친구를 만나면 거친 말도 툭툭 내뱉는 공자! 그 리얼한 공자를 우리에게 전해준 『논어』 편집인들에게 우리는 감사와 존경의 염을 표해야 할 것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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