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공자가 규정 지은 두 가지 인간의 경지
16-11.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선(善)을 보면 미치지 못함을 애처롭게 생각하면서 달려가고, 불선(不善)을 보면 끓는 물이 손에 닿은 것처럼 손을 빼고 물러나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을 이 내 두 눈으로 보았다. 그리고 옛말에 기록된 것도 들었다. 그러나 드러내지 않고 살면서도 그 뜻을 구하고, 의로움[義]을 행하면서 꿋꿋이 그 도(道)를 완성시키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 옛말에 기록된 것 은 들었으나, 아직 두 눈으로 보지는 못하였노라.” 16-11. 孔子曰: “見善如不及, 見不善如探湯. 吾見其人矣, 吾聞其語矣. 隱居以求其志, 行義以達其道. 吾聞其語矣, 未見其人也.” |
여기에 깔려있는 사상은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말이나 역사에 기록된 사실들은 인간의 가능태로서 엄존하며, 언젠가는 그것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신념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두 문장의 말미의 수사법으로서 두 구 절이 엇갈려 거꾸로 배열되어 있는 모습은 참으로 탁월한 레토릭이라 아니 할 수 없다.
I | 오견기인의(吾見其人矣) | 오문기어의(吾聞其語矣) |
II | 오문기어의(吾聞其語矣) | 미견기인의(未見其人矣) |
결국 I의 상황보다 II의 상황이 가치서열에 있어서 더 고차원적인 인간의 진실이라는 것이 전제되어 있는 것이다. ‘오문기어의(吾聞其語矣)’는 공통된다. I은 보았고, II는 아직 보지 못했으나 그런 사람을 볼 수 있게 되기를 갈구한다는 것이다.
II의 상황을 말해주는 표현인 ‘은거이구기지(隱居以求其志)’에서 ‘은거(隱居)’는 단순히 요새 우리말로 ‘은거’라고 직역하면 마치 산 속에 은둔하여 산다는 의미로만 해석되기 쉬우나, 그것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사람들과 뒤섞여 살아도 남을 지배하는 관직에 앉거나 눈에 띄는 행동을 하지 않아도 자기의 의지를 관철시킨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는 ‘은거’를 ‘드러내지 않고 살면서도’라고 번역한 것이다. 은둔의 생활이란 예나 지금이나 별 의미가 없다. 시장통 한가운데 살아도 사람은 얼마든지 ‘은거’할 수 있는 것이다.
평범한 가운데서 소박하게 자기를 드러내지 않고서도 그 뜻을 관철시키고[求其志], 정의로운 행동을 하며[行義], 그 도덕적 이상을 완성시키는[達其道] 그러한 사람을 고전에서는 들었으나 아직 두 눈으로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평범 속에서 드러나지 않지만 완성된 자기를 만들어가는 사람! 그것이야말로 공자의 이상이었다. 공자가 갈구하는 인간상이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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