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하류에 살아선 안 되는 이유
19-20. 자공이 말하였다: “은(殷)나라의 마지막 왕 주(紂)의 불선(不善)이 세평처럼 그토록 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자신을 하류(下流)에 거(居)하도록 처신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천하의 악이란 악은 다 하류로 흘러 들어오기 때문이다.” 19-20. 子貢曰: “紂之不善, 不如是之甚也. 是以君子惡居下流, 天下之惡皆歸焉.” |
항상 한 조대의 마지막 임금은 ‘나쁜 놈’으로 역사에 기술된다. 그러나 그 실상은 잘 모른다. 공민왕이나 공양왕은 ‘나쁜 놈’이고 이성계는 ‘좋은 놈’인가? 최영 장군은 바보고, 위화도회군을 단행한 이성계는 현명했는가? 하여튼 이런 문제는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은왕조 30대왕주(村)에 대한 평가도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악이란 악은 모두 저지른 인간처럼 기술된다. 정치와 시사 와 경제에 밝았던 자공은 이미 이런 문제에 대해 투철한 의식을 토로한다. 은나라가 망한 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을지라도 주가 과연 그러한 폭군이었는가 하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많다. 그러나 한번 하류(下流), 즉 인간말짜로 낙인찍혀 버리면 별의별똥물이 다 몰려든다. 주는 점점 더 극악무도한 놈이 되고 마는 것이다.
노자는 상선약수(上善若水) 장에서 ‘뭇사람들이 처하기 싫어하는 낮은 곳에 자신을 처한다[처중인지소오(處衆人之所惡)]’라고 했는데 자공은 그 반대를 주장한다. 군 자는 쓸데없이 그런 하류(下流)로 몰리면 안 된다는 것이다. 불필요하게 그러한 낮은 입장에 낙인찍히면 온갖 잡동사니 죄악의 누명을 다 뒤집어쓰게 된다는 것이다. 요즈음 매스컴문화에 사는 우리로서는 자공의 어드바이스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매스컴에 한번 낙인찍히면 헤어날 수 없도록 근거 없는 리플식 공세에 빠져 진짜 ‘나쁜 놈’이 되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자살소동도 일어나고 벼라별 추태가 다 벌어진다. 군자는 자신을 오명을 뒤집어 쓸 하류에 처하게 해서는 아니 된다. 군자는 정결하고 고매한 상류에서 놀아야 한다.
주희가 자공의 논리가 또 자신들의 도덕주의를 해칠까 무서워 ‘주왕이 본래 죄가 없는데 공연히 악명을 입었다고 말한 것은 아니다[非謂紂本無罪而處被惡名也].’ 운운한 것은 매우 옹졸하고 치사한 송유들의 심보를 나타낸 발언이다.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을 말한 것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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