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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박지원 - 답홍덕보서答洪德保書(一) 본문

산문놀이터/조선

박지원 - 답홍덕보서答洪德保書(一)

건방진방랑자 2019. 5. 4.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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答洪德保書

 

3년 동안 만나지 못한 그대에게 온 편지

千里傳書 如朗亭汶軒之爲 獲此於氷崖雪壑之中者 寧不慰踴欣躍 反有勝於乍接淸儀 旋惹別緖也 况審至寒侍餘政履神相 令胤無恙 吾輩爲別 倐已三載 顔容髭髮 憑我準他

 

객기와 정기의 관계

第未知自檢精力志氣衰旺何似 聖人千語 使人消除客氣 客氣與正氣 如陰陽消長 譬如大冶鎔鍛 客氣纔除一分 則正氣自立 而正氣無形可摸 惟俯仰無怍處 可以尋覔 聖人治其一己 何苦如大盜巨姦 而猛下一克字 克之爲言 如百道攻城 刻日必勝 故牧野之誓曰 戎商必克 易曰 高宗伐鬼方 三年克之 所謂漢賊不兩立

 

객기마저 사라지자 완전한 노인네 형상이 되었다는 연암

弟之平生 常以客氣爲病 所以克治之工 旣無九容之閑衛 四勿之兵甲 則耳目口鼻 無非羣盜之淵藪 志意言動 俱是客氣之城社 比年以來 平生病源 不攻自除 倂與所謂正氣 而消落無餘 譬如窮寇恃險 强梁自肆 及其兵散食盡 坐受困弊 志業反不如客氣用事時 不知如何涵養 如何集義 如何師資 如何友益 乃得復禮 禮非別事 乃吾固有之天常 常爲客氣所乘 客氣旣除 則事事當理 不患正氣之不立 而苶然疲憊 澌頓摩耗 情不內炎 澹泊相遭 非復舊日志氣 頹然成一老農夫 今承別幅垂勉 不覺愧汗被面 聊此云云

 

자신의 나른한 일상을 통해 덕보의 안부를 묻다

想必發凾一笑曰 是必枵落困窮者日甚耳 若能除得客氣 頂天立地 緣何澌苶乃爾 所以澌苶 乃是客氣云耳 葢吾平居 雖乏莊敬 日强之工亦有然者 人生學殖 隨氣衰旺 所以問兄精力志氣 自檢如何 幸賜詳覆 且錄切着數語 以爲開發振作之也 -燕巖集

 

 

해석

 

3년 동안 만나지 못한 그대에게 온 편지

 

千里傳書 如朗亭汶軒之爲[각주:1]

천리 밖에서 편지 전하기를 낭정(朗亭)과 문헌(汶軒)이 하듯이 하여,

 

獲此於氷崖雪壑之中者

얼어붙은 비탈, 눈 쌓인 골짝 속에서 이를 얻어보게 되니,

 

寧不慰踴欣躍

어찌 위로가 되고 기뻐서 펄쩍 뛰지 않으리오.

 

反有勝於乍接淸儀 旋惹別緖也

청수하신 모습을 잠깐 접했다가 곧 이별의 회포를 자아내는 것보다는 이 편이 도리어 낫겠지요.

 

况審至寒侍餘政履神相

더구나 심한 추위에 부모님을 모시면서 관직 생활도 신령의 가호에 힘입어 잘하고 계시며,

 

令胤無恙[각주:2]

아드님 또한 탈 없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말입니다.

 

吾輩爲別 倐已三載

우리들이 작별한 지도 어느덧 3년이 지났으니,

 

顔容髭髮 憑我準他

얼굴이며 수염과 모발이 어떻게 변했을지는 나를 미루어 짐작해 봅니다.

 

 

 

객기와 정기의 관계

 

第未知自檢精力志氣衰旺何似

다만 알지 못하겠는 것은, 스스로 점검하기에 정력과 기개가 쇠퇴하거나 왕성한 정도가 어떠하신지 하는 점입니다.

 

聖人千語 使人消除客氣

성인(聖人)의 수천 마디 말씀은 사람으로 하여금 객기(客氣)를 없애게 하려는 것입니다.

 

客氣與正氣 如陰陽消長

객기와 정기(正氣)는 마치 음()과 양()이 서로 반대로 줄었다 늘었다 하는 것과 같지요.

 

譬如大冶鎔鍛

비유하자면 큰 풀무에서 쇠를 녹여 두들기는 것과 같아서,

 

客氣纔除一分 則正氣自立

객기가 겨우 조금만 없어져도 정기가 저절로 서지요.

 

而正氣無形可摸

그러나 정기란 더듬어 볼 수 있는 형체가 없으며,

 

惟俯仰無怍處 可以尋覔

오직 하늘을 우러러보고 땅을 굽어보매 부끄럼이 없는 경지에서만 찾을 수 있지요.

 

聖人治其一己 何苦如大盜巨姦

성인이 제 한 몸을 다스릴 뿐인데, 얼마나 힘들었으면 큰 도적이나 큰 악당처럼 여겨서,

 

而猛下一克字 克之爲言

성급히 하나의 이길 ()’ 자를 썼겠습니까? ‘이라는 말은,

 

如百道攻城 刻日必勝

백방으로 성을 공격하여 날짜를 다그쳐서 기필코 이기려는 것과 같습니다.

 

故牧野之誓曰 戎商必克[각주:3]

그러므로 서경목서(牧誓)에는 상 나라를 치면 반드시 이길 것이다.戎商必克하였고,

 

易曰 高宗伐鬼方 三年克之[각주:4]

주역에는 고종(高宗)이 귀방(鬼方)을 정벌하여 3년 만에 이겼다.高宗伐鬼方 三年克之했으니,

 

所謂漢賊不兩立[각주:5]

이른바 ()과 적()은 양립하지 못한다.”는 것이지요.

 

 

 

객기마저 사라지자 완전한 노인네 형상이 되었다는 연암

 

弟之平生 常以客氣爲病

이 아우는 평소 늘 객기가 병통이 되어 왔는데,

 

所以克治之工 旣無九容之閑衛[각주:6] 四勿之兵甲

이를 이겨내고 다스리는 수단으로는 이미 구용(九容)의 방어도 없고 사물(四勿)의 무기도 없으니,

 

則耳目口鼻 無非羣盜之淵藪

귀며 눈이며 입이며 코가 도둑떼의 소굴이 아님이 없고,

 

志意言動 俱是客氣之城社[각주:7]

지의(志意)와 언동은 모두 객기의 성사(城社)가 되었습니다.

 

比年以來 平生病源 不攻自除

그런데 근년 이래로는 평소의 병의 근원이 다스리지 않아도 저절로 없어졌으나,

 

倂與所謂正氣 而消落無餘

이른바 정기(正氣)까지도 함께 사라져 하나도 남지 않았습니다.

 

譬如窮寇恃險 强梁自肆

비유하자면 궁지에 몰린 도적이 험한 지세를 믿고 스스로 방자하게 날뛰다가,

 

及其兵散食盡 坐受困弊

급기야 군사가 흩어지고 식량이 다 떨어지자 그대로 앉아서 곤욕을 받는 것과 흡사합니다.

 

志業反不如客氣用事時 不知如何涵養

그리하여 포부와 사업이 도리어 객기가 득세할 때만 못하니, 어떻게 정기를 함양하며,

 

如何集義 如何師資

어떻게 집의(集義)하며, 어떻게 스승으로 삼고 본받으며,

 

如何友益 乃得復禮

어떻게 유익한 벗을 사귀어야 마침내 예()를 회복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禮非別事 乃吾固有之天常 常爲客氣所乘

예란 특별한 일이 아니라 바로 내가 본래 지닌 천상(天常 천부적 윤리 )인데 노상 객기에 눌려 있었던 것이지요.

 

客氣旣除 則事事當理

그러니 객기가 이미 제거되면 모든 일이 다 이치에 들어맞아,

 

不患正氣之不立

정기가 서지 않는 것은 걱정할 것도 없을 것입니다.

 

而苶然疲憊 澌頓摩耗

그런데 나른하게 지쳐 버리고 스러지듯 까라지며 닳고 닳아 버린 탓에

 

情不內炎 澹泊相遭

감정이 속에서 뜨거워지지 않고 그저 담담하게 맞부닥치니,

 

非復舊日志氣 頹然成一老農夫

다시는 옛날의 기개를 찾아볼 길 없고 무기력한 일개 늙은 농부가 되고 말았습니다.

 

今承別幅垂勉 不覺愧汗被面 聊此云云

지금 격려해 주신 별지(別紙)를 받고 보니, 저도 모르게 부끄러워 땀이 얼굴을 뒤덮었으므로 잠시 이와 같이 늘어놓습니다.

 

 

 

자신의 나른한 일상을 통해 덕보의 안부를 묻다

 

想必發凾一笑曰 是必枵落困窮者日甚耳[각주:8]

아마도 반드시 이 편지를 보시고는 한 번 웃으며, “이는 필시 늙어가고 곤궁함이 날로 심해진 것뿐일세.

 

若能除得客氣 頂天立地[각주:9]

만약 객기를 제거할 수 있다면 하늘을 떠받치고 땅위에 우뚝 설 수 있을 텐데,

 

緣何澌苶乃爾

무엇 때문에 이렇게 나른하게 처져 있는 것인가?

 

所以澌苶 乃是客氣云耳

나른하게 처지도록 만든 것이야말로 객기일세.” 하실 테지요.

 

葢吾平居 雖乏莊敬

대개 제가 평소에 비록 장중하고 공손함이 부족하지만,

 

日强之工亦有然者[각주:10]

날로 더욱 노력하는 공부 역시 그와 같이 부족한 점이 있습니다.

 

人生學殖 隨氣衰旺

사람이 학문을 쌓아나가는 것도 기운에 따라 쇠퇴하거나 왕성한 법이지요.

 

所以問兄精力志氣 自檢如何

그래서 형의 정력과 기개가 스스로 점검하기에 어떠하신지를 물은 것입니다.

 

幸賜詳覆 且錄切着數語

바라옵건대 자세한 답을 주시고, 또 가슴에 절실히 와 닿는 몇 마디 말씀을 기록하여 주신다면,

 

以爲開發振作之也 -燕巖集

이 몸을 일깨워 주고 분발시켜 주시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인용

작가 이력 및 작품

答洪德保書: 1 / 2 / 3

 

 

 

  1. 낭정은 서광정(徐光庭)의 호이다. 서광정은 항주(杭州) 출신의 거인(擧人)으로, 홍대용과 결교한 반정균(潘庭筠)의 외사촌형이다. 북경의 매시가(煤市街)에서 점포를 열고 있었으므로, 홍대용은 그를 만나 본 적은 없으나 그에게 편지를 보내 반정균과의 서신 교류를 중개해 줄 것을 부탁했으며, 이를 계기로 홍대용과 서광정 사이에도 서신 교류가 있었다. 문헌은 등사민(鄧師閔 : 1731~?)의 호이다. 등사민은 산서(山西) 태원(太原) 출신의 거인(擧人)으로 삼하현(三河縣)에서 소금 장사를 하고 있었는데, 북경에서 귀환하던 홍대용과 만나 교분을 맺었다. 그 후 홍대용과 꾸준히 서신 교류를 했으며, 자신의 벗 곽집환(郭執桓)을 위해 연암 등 조선의 명사들에게 ‘담원 팔영(澹園八詠)’ 시를 지어주도록 주선하기도 했다. 《湛軒書 外集 卷1 杭傳尺牘》 [본문으로]
  2. 홍대용은 1780년(정조 4) 음력 1월 경상도 영천(榮川)의 군수로 부임하였다. [본문으로]
  3. 인용상 약간 착오가 있는 듯하다. 인용된 구절은 목서(牧誓)가 아니라 태서 중(泰誓中)에 나온다. 목서는 주(周) 나라 무왕(武王)이 은(殷) 나라 주왕(紂王)과 목야(牧野)에서 싸우기 전에 훈시한 내용이고, 태서는 역시 주 나라 무왕이 맹진(孟津)에서 훈시한 내용이다. [본문으로]
  4. 《주역》 기제괘(旣濟卦) 구삼(九三)의 효사(爻辭)에 나오는 내용이다. 고종(高宗)은 은 나라의 임금 무정(武丁)이고, 귀방(鬼方)은 지금의 귀주(貴州) 지역에 살았던 서융(西戎)의 하나이다. [본문으로]
  5. 제갈량(諸葛亮)의 후출사표(後出師表)에 나오는 말이다. 한(漢)은 촉(蜀)을 가리키고, 적(賊)은 조조(曹操)의 위(魏)를 가리킨다. [본문으로]
  6. 구용은 군자의 아홉 가지 자태로, “발은 무겁고 손은 공손하며, 눈은 단정하고 입은 다물며, 목소리는 조용하고 머리는 곧게 세우며, 기색은 엄숙하고 선 자세는 덕스러우며, 낯빛은 씩씩하여야 한다.〔足容重 手容恭 目容端 口容止 聲容靜 頭容直 氣容肅 立容德 色容莊〕”고 하였다. 《禮記 玉藻》 [본문으로]
  7. 안전한 은신처를 말한다. 성안의 여우나 사당의 쥐처럼 권세의 비호 아래 몰래 나쁜 짓을 하는 자를 성호사서(城狐社鼠)라 한다. [본문으로]
  8. 朽落: 나이가 늙어 이가 빠진다〔年朽齒落〕는 뜻이다. [본문으로]
  9. 頂天立地: 이는 대장부의 기개를 형용하는 말이다. [본문으로]
  10. 《예기》 표기(表記)에서 공자는 “군자가 장중하고 공손하면 날로 더욱 노력하게 되고 안일하고 방자하면 날로 구차해진다.〔君子莊敬日强 安肆日偸〕”고 하였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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