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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미천하여도 영달하여도 모두 좋다
7a-9. 맹자께서 송구천(宋句踐)【성이 송(宋)이고 명이 구천(句踐)이다. 당시에 이름있었던 유세가의 한 사람인 것 같은데 여기 외에는 전국문헌에서 그 이름을 찾아볼 수 없다. 조기는 ‘도덕(道德)을 가지고서 유세하기를 좋아했고 그 도를 실현시키고자 노력한 사람이었다[好以道德遊, 欲行其道者]’라고 말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도가계열의 유세객인 듯한데, 맹자는 도가의 논리를 유가적 맥락에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에게 충고하여 말씀하시었다: “선생은 참 각국의 군주를 찾아다니며 유세하시기를 좋아하시는군요. 내가 그대에게 유세의 핵심에 관해 말해주겠소. 사람이 날 인정해주어도 효효(囂囂)【‘효효(囂囂, xiāo-xiāo)’는 시끄럽게 떠든다는 의미가 있으나 여기서는 조기의 풀이대로 ‘자득무욕지모(自得無欲之貌)’로 보는 것이 옳다. 자득하여 욕심이 없는 모습이다】한 듯이 하고, 사람이 날 인정해주지 않아도 효효(‘효효(囂囂, xiāo-xiāo)’는 시끄럽게 떠든다는 의미가 있으나 여기서는 조기의 풀이대로 ‘자득무욕지모(自得無欲之貌)’로 보는 것이 옳다. 자득하여 욕심이 없는 모습이다)한 듯하시구려. 그것이 핵심이라오.” 孟子謂宋句踐曰: “子好遊乎? 吾語子遊. 人知之, 亦囂囂; 人不知, 亦囂囂.” 구천이 말했다: “아~ 그건 좋은데, 과연 어떻게 해야 동요없이 효 효(囂囂)한 모습을 유지할 수 있겠나이까?” 曰: “何如斯可以囂囂矣?”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덕을 숭상할 줄 알고, 의로움을 즐길 줄 알면 사람이 효효(囂囂)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선비는 알아주지 않아 곤궁하게 되어도 의를 잃지 않고, 알아주어 영달의 길을 걸어도 정도를 벗어나는 일이 없습니다. 곤궁해도 의를 잃지 않으므로 선비는 자기를 온전하게 지킬 수 있으며【조기가 ‘득기지본성(得己之本性)’이라 한 것은 좀 과한 해석이다. 주희는 ‘자기를 잃지 않는다’라고 했다】, 영달하여도 정도를 벗어나지 않으므로 백성들이 그에 대한 기대를 잃어버리지 않습니다【우리가 보통 쓰는 ‘실망(失望)’이라는 단어가 쓰였다】. 예로부터 훌륭한 선비는 뜻을 얻어 세상에 나가게 되면 그 은택이 골고루 넓게 인민에게 미쳤고, 뜻을 얻지 못해 세상에 나아가지 않더라도 홀로 그 몸을 닦아 고덕(高德)의 위인(偉人)으로서 그 모습이 자연스럽게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곤궁하면 홀로 그 몸을 닦아 아름답게 만들고, 영달하면 천하 사람들과 같이 하면서 천하를 아름답게 만들지요.” 曰: “尊德樂義, 則可以囂囂矣. 故士窮不失義, 達不離道. 窮不失義, 故士得己焉; 達不離道, 故民不失望焉. 古之人, 得志, 澤加於民; 不得志, 脩身見於世. 窮則獨善其身, 達則兼善天下.” |
맹자는 도가계열의 사람들이 내세우는 은둔의 철학과는 좀 성격이 다른 은둔을 말하고 있다. 그것이 결코 노자의 논리처럼 인간세의 도덕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세의 도덕을 깊게 긍정하는 데서 우러나오는 삶의 한 리듬일 뿐이라는 것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논어(論語)』(7-10) 에도 공자가 안화를 향해 하는 말 중에 ‘용지즉행(用之則行) 사장즉장(舍之則藏)’이라는 구절이 있다. ‘방유도(邦有道)ㆍ방무도(邦無道)’(5-1, 5-20, 8-13, 14-1, 14-4, 15-6)의 관용구적 용례는 전통유가사상의 핵을 이루는 것이다. 그러나 맹자는 그 양면의 논리를 뛰어넘는 ‘효효(囂囂)’(무위자득無爲自得)의 가치를 제시함으로써 유교의 논리를 한층 더 심화시키고, ‘여민동락(與民同樂)’의 가치를 확인하고 있다. 선이라는 가치의 궁극은 ‘겸선천하(兼善天下)’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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