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씨의 정자에서 동생 무회를 그리며
신씨정 회무회보제(愼氏亭 懷無悔甫弟)
노수신(盧守愼)
路盡平丘驛 江深判事亭
로진평구역 강심판사정
登臨萬古豁 枕席五更淸
등림만고활 침석오갱청
露渚翻魚鳥 金波動月星
로저번어조 금파동월성
南鄕雙淚盡 北闕寸心明
남향쌍루진 북궐촌심명 『穌齋先生文集』 卷之五
해석
路盡平丘驛 江深判事亭 | 길은 평구역에서 끝나고 강은 판사정에서 깊어진다. |
登臨萬古豁 枕席五更淸 | 오르니 만고가 확 트여 잠자리는 한 밤 중에도 맑구나. |
露渚翻魚鳥 金波動月星 | 이슬 내린 강에서 물고기와 새가 노닐고 금빛 물결에 달과 별이 일렁이네. |
南鄕雙淚盡 北闕寸心明 | 남쪽 고향 생각에 두 눈물은 말랐지만 북쪽 궁궐의 일편단심은 분명쿠나. 『穌齋先生文集』 卷之五 |
해설
이 작품은 신씨의 정자에 올라 아우 무회를 그리워하며 지은 시이다.
말을 타고 평구역까지 왔다가 강을 건너기 위해 배를 타야 하기에 잠시 틈을 내어 판사정에 올랐다. 판사정에 올라 내려다보니 오랜 세월 앞이 탁 트였는데, 판사정에 딸린 방에서 자고 나니 새벽 풍경이 맑다. 서리가 하얗게 내린 물가에 물고기와 새가 노닐고 있고, 새벽달은 별빛과 함께 어우러져 빛을 일렁이고 있다. 이 아름다운 풍광을 바라보고 있자니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지만, 거듭 올린 상소에도 임금이 놓아주지 않아 고향으로 내려갈 수도 없다.
허균(許筠)의 『성소부부고(惺所覆瓿藁)』에서, “그러나 노 정승의 시인 ‘길은 평구역에서 끝나고, 강은 판사정에서 깊구나. ……’ 같은 구절은 또한 대단히 훌륭하다. 이것은 글귀 만드는 묘법에 있을 뿐이나 쇠로 금을 만들기에 무엇이 해로우랴?[然盧相詩, ‘路盡平丘驛, 江深判事亭. 柳暗靑坡晩, 天晴白嶽春.’ 亦殊好. 其在爐錘之妙而已, 何害點鐵成金乎]”라 극찬하고 있다. 아마 우리 지명(地名)을 절묘하게 사용한 것을 두고 평한 것 같다.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년, 337쪽
인용
'한시놀이터 > 조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정희 - 세한도발문(歲寒圖跋文) (0) | 2019.02.04 |
---|---|
이달 - 반죽원(斑竹怨) (0) | 2019.02.03 |
이행 - 제천마록후(題天磨錄後) (0) | 2019.01.30 |
허균 - 초하성중작(初夏省中作) (0) | 2019.01.29 |
이호민 - 용만행재 문하삼도병진공한성(龍灣行在 聞下三道兵進攻漢城) (0) | 2019.0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