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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교육과 자식교육 - 8. 자식과의 관계에서 수신자가 되는 방법 본문

연재/배움과 삶

대안교육과 자식교육 - 8. 자식과의 관계에서 수신자가 되는 방법

건방진방랑자 2019. 10. 22.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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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자식과의 관계에서 수신자가 되는 방법

 

 

두 번째로 마이크를 받으신 분은 삼형제를 모두 대안초등학교에 보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세 명의 아이들을 모두 대안학교에 보내다니, 그 결단이 남다르게 느껴졌다. 그러려면 자식에 대한 애정과 함께, 대안학교에 대한 믿음이 동시에 있어야 하니 말이다.

그렇게 결단 있는 행동을 하셨음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 배려도 배우고 함께 무언가를 한다는 것도 배우며, 일반학교에서는 하지 못하는 여러 경험을 하는 건 좋지만, 그러다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 적응을 하지 못하거나 돈벌이를 하지 못할까 하는 걱정이 있습니다라고 대안학교 학부모로서 느낄만한 걱정을 얘기하셨다. 이건 대안학교 내부의 흐름과 사회 곳곳에 엄연한 흐름 사이의 괴리를 감당하기 힘들다는 말이라 할 수 있다.

이 말을 들으니 스산한 기분이 들며 마음 한 구석이 아려왔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주류적인 담론이 있고, 주류적인 담론에서 벗어나는 것은 낙오이자, 부적응으로 보는 시각이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고, 마음을 단단히 먹고 벗어났을지라도 수시로 갈등이 심하게 밀려온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곳에 모인 분들도 같은 고민과 걱정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의 길을 가지만, 그게 때론 불안할 때도 있다.

 

 

 

아이의 힘을 믿으시나요?

 

학부모님의 이런 생각엔 그래도 일반적으론 일반학교를 나와야 사회적으로 안정될 수 있으며 밥벌이도 할 수 있다는 신화가 작용하고 있다. 지금껏 일반학교를 떠나 다른 삶을 살아본 적이 없으니, 그것이 기본 조건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던 거다. 하지만 현실은 학교를 떠나는 학생 수가 계속해서 늘고 있으며, 학교 공부를 통해 계층상승이나 자기실현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거짓말로 밝혀져, 일반학교에 다니든 대안학교 다니든 그건 과정의 차이만 있을 뿐 큰 차이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언제고 남이 가는 길이 아닌, 새로운 길을 가는 사람은 수많은 갈등과 번민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준규쌤은 태엽 자동차 이야기를 해줬다. 아이는 아주 어렸을 땐 대상영속성Object permanence이 없기에 눈에 보이던 물건을 등 뒤로 감추면 자지러지게 운단다. 그건 그 대상 자체가 사라졌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상영속성이 생기면 더 이상 물건을 감추더라도, ‘그 물체는 눈에만 보이지 않을 뿐 어딘 가엔 있다를 알기 때문에 울지 않는다는 것이다. 태엽 자동차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태엽을 감아 자동차를 땅에 놓으면 자동차는 달린다. 그때 터널을 만들면 그 터널에 들어간 시간 동안은 눈에 자동차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차는 터널을 통과하여 나오게 되어 있다. 그때 터널에 들어간 속도에 따라 터널을 빠져 나오는 시간은 차이가 나는데, 6개월이 된 아이는 이러한 속도 차이를 알 수 있을까? 준규쌤은 여러 시험 결과 6개월 정도가 되면 속도에 따라 터널을 빠져 나오는 시간을 안다고 말했다. 그건 곧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아이는 생득적으로 그와 같은 것을 판단을 할 줄 안다는 거다.

아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아무 것도 판단을 못하지도, 아무 것도 못하지도 않는 존재라는 것이다. 가만히 놔둬도 살아갈 방법을 배우며 어떤 상황 가운데서 자연스럽게 판단할 수 있는 존재라는 얘기다. 그러니 부모의 입장에선 이 녀석이 이래서 무엇이 될까? 앞으로 잘 살아갈까?’라고 걱정이 될 테지만, 그렇게 생각할 필요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까지 이야기가 진전되자 질문을 던진 학부모님은 아이들이 커가면서 놀라운 경험들을 해 나가고 있긴 해요. 무언지 딱 집어서 말하기는 뭣하지만,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뭔가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말했다.

 

 

6개월이 된 아이는 자동차 속도에 따라 터널을 언제 나올지 안다.

 

 

 

수신자가 되는 방법, 게임의 장에서 패턴 찾기

 

질의응답이 시작되자 앞 쪽에서부터 마이크를 차례로 돌리며 질문도 하고 자신의 얘기도 하는 시간을 갖고 있었는데, 갑자기 뒤쪽에서 누군가 손을 번쩍 들었다. 그건 곧 숨겨왔던 나의 수줍은 모든 질문 내게 줄게~~’였던 것이다.

그 분은 수신자가 된다는 건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요? 아무리 부모들이 수신자가 되려 해도, 무의식적인 발신을 많이 하게 마련이거든요. 그러면서도 난 수신도 잘하고 발신도 억압적이지 않게 잘한다고 착각합니다. 그러니 구체적인 방법을 알고 싶습니다라고 아나운서 뺨칠 정도의 또렷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아마도 그 질문은 모든 사람들이 던지고 싶었던 질문이었을 것이다.

내가 이런 질문을 받았다면 한껏 긴장했겠지. ‘난 서술을 얘기했으니, 각자 자신의 상황에 따라 서술하며 처방하면 될 텐데라고, ‘지금 하고 있는 질의응답이 바로 수신자가 된다는 게 뭔지를 보여주는 행위예술(?)이에요.’라는 말로 중언부언했을 것이다.

하지만 준규쌤은 긴장한 기색 하나 없이 마이크를 잡으시더니, 말을 풀어놓기 시작한다. 우치다쌤이 쓴 스승은 있다라는 책의 내용을 통해 대답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언어는 이미 성립되어 있어, 그의 탄생은 언어보다 절대적으로 늦을 수밖에 없습니다. 바꿔 말하면, 이미 게임은 시작되었고, 아이는 규칙을 모른 채 강제로 게임에 참가한 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머지않아 사람들이 주고받는 말의 의미를 하나씩하나씩 발견해갑니다. 그것은 어른들이 말에 의미가 있다는 것을 가르쳐줬기 때문이 아닙니다. 아이는 음성이 어떤 것을 기호로 대리 표상한다는 말의 규칙을 모른 채 말 속에 던져지기 때문에 알아갑니다.

이 프로세스의 경이로움은 규칙을 모르고 게임을 하는 중에 규칙을 발견한다는 역설에 있습니다. 아이가 사람들의 음성이 의미를 전달하는 기호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뜻도 모를 음성을 듣고 이것은 뭔가를 전하려는 게 아닐까?”하고 물음을 던졌기 때문입니다. 수수께끼처럼 보이는 음성에 메시지가 있는 게 아닐까? 이러한 기호 배열에는 어떤 규칙성이 있는 게 아닐까? 이것이 바로 모든 배움의 근원에 있는 질문 던지기입니다. 배움의 모든 여정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우치다 타츠루, 스승은 있다, 민들레 출판사, 2012, 148~149pp

 

 

이와 같은 우치다쌤의 말을 준규쌤은 배워서 아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아이는 규칙을 찾으려 애쓰고 이게 어떤 규칙일까 고민했을 때 말하게 됩니다. 어른들이 의미 있는 발신을 할 때 그 의미가 아이에게 그대로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아이는 그 발신 속에서도 스스로 패턴을 찾으려고 노력한 후 발신을 할 때만이 배울 수 있는 것입니다라고 정리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부모든 자식이든 뜻하지 않게 게임에 휘말렸다는 사실이다. 그 게임에는 당연히 어떤 규칙과 법칙이 있는지 모른다. 물론 각자의 말하고자 하는 의도는 있겠지만, 그걸 상대방이 이해하고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그러니 모두 안테나 감도만 최대치로 높인 상태로 수신하려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그 때 비로소 대화에 어떤 규칙(패턴)이 있는지 알게 되며 발신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런 내용은 소위 자기개발서에 나오는 첫째, 둘째, 셋째하는 식으로 딱딱 일목요연하게 방법을 알려주는 게 아니기에, 황당할 수도 있고 와 닿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안테나의 감도를 높이고 패턴을 찾아내는 것에 해당되기에 수신자의 자세라고 할 수 있다.

 

 

카오스 속에 코스모스를 발견하려 아이는 발신하고, 발견하여 알게 될 때 또 발신한다.

 

 

 

수신자가 되는 방법, 자녀 교육으로 해방되기

 

이때 준규쌤은 한 걸음 더 나가며 수신자가 된다는 건 말해봐라고 말하도록 이끄는 게 아니라 아이와 상관없는 발신을 하는 것이고, 그 속에서 아이는 패턴을 찾고 어떤 말이든 하게 되는 것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어찌 보면 수신자가 되어라라는 말이 자식만을 바라보고 자식의 말만을 귀 기울이라는 말처럼 오해받을 소지가 있기에 그런 말을 하신 것이다.

부모 교육의 맹점은 모든 관심과 포커스를 자식에게만 맞춰야 한다고 은연중에 강요한다는 점이다. 그러니 부모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잠시나마 아이들에게 너무 소홀히 대했어. 이젠 좀 더 관심을 가져야지라는 반성을 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준규쌤의 논법은 지금의 관심으로도 충분하니, 오히려 관심을 더 줄이세요라는 것이다. 단지 부모의 발신은 자식을 향해 있는 것이 아니라, 부모 자신의 일상을 향해 있으면 된다. 그 때 부모가 발신한 말을 아이가 안테나의 감도를 최대로 높인 상태로의미 있는 말로 받아들이고 패턴을 찾게 된다. 그러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어떤 말이든 발신하게 된다.

이런 얘기는 삶의 비의秘意를 담고 있다거나, 엄청나게 색다른 얘기이지 않다. 그저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 속에 자연히 녹아들어 있는, 그래서 과거부터 살아왔던 삶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삶의 과정에서 말은 엇나간 듯, 마주친 듯 섞이고 흩어지는 가운데 수신자는 발신자가 되고, 발신자는 수신자가 되는 역동적인 배움의 장이 펼쳐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는 자녀를 위한 삶을 살지 말고, 자신을 위한 삶을 살기만 하면 된다.

 

 

자식에 대해 말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말할 때, 자식도 비로소 발신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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