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월대에서 옛날을 그리며
만월대회고(滿月臺懷古)
황진이(黃眞伊)
古寺蕭然傍御溝 夕陽喬木使人愁
煙霞冷落殘僧夢 歲月崢嶸破塔頭
黃鳳羽歸飛鳥雀 杜鵑花落牧羊牛
神松憶得繁華日 豈意如今春似秋 『韶濩堂文集』 定本卷九
해석
古寺蕭然傍御溝 고사소연방어구 | 옛 절은 쓸쓸하게 개천【어구(御溝): 대궐에서 흘러나오는 개천】 곁에서 흐리고 |
夕陽喬木使人愁 석양교목사인수 | 석양에 높은 나무는 사람을 근심스럽게 하네. |
煙霞冷落殘僧夢 연하랭락잔승몽 | 안개와 노을은 남은 스님의 꿈에 차갑게 내리고 |
歲月崢嶸破塔頭 세월쟁영파탑두 | 세월은 무너진 탑 머리에 아득하다네. |
黃鳳羽歸飛鳥雀 황봉우귀비조작 | 누런 봉황의 깃털을 되돌리자 참새만이 날며 |
杜鵑花落牧羊牛 두견화락목양우 | 두견꽃은 떨어지자 양과 소는 자란다네. |
神松憶得繁華日 신송억득번화일 | 신성한 송악산이 번화하던 때를 기억하니 |
豈意如今春似秋 기의여금춘사추 | 어찌 지금 봄이 가을 같을 줄 생각했으랴. 『韶濩堂文集』 定本卷九 |
해설
이 시는 개성(開城) 송악산 기슭에 있던 고려시대 궁궐터인 만월대를 돌아보고 느낀 감회를 노래한 것이다.
궁궐에서 흘러내리던 작은 도랑 옆에 오래된 절이 쓸쓸히 자리하고 있고, 만월대에서 석양이 지는 큰 나무를 보니 사람을 시름케 한다. 옛 절에 남은 스님의 꿈은 해질녘 차갑게 지는 연기와 놀과 같으며, 오랜 세월을 지난 탓으로 만월대에 서 있던 탑이 부서져 쓸쓸하다. 봉황새는 날지 않고 새와 참새만 날며, 진달래꽃이 진 자리에는 양과 소가 풀을 뜯고 있다(봉황새와 진달래꽃이 고려의 지조 있는 선비라면 새와 참새, 양과 소는 지조를 잃은 小人輩를 상징함). 송악산이 번화했던 날을 생각하니(고려의 번성을 의미), 어찌 봄인데 가을이라 느낄 수 있는가(계절은 진달래가 지는 봄이지만, 옛 절의 쓸쓸함으로 볼 때 가을처럼 느껴짐)?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년, 264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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