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속 당에서 병이 나서
산당병기(山堂病起)
이언적(李彦迪)
平生志業在窮經 不是區區爲利名
達而濟世憑忠義 窮且還山養性靈
豈料屈蟠多不快 夜深推枕倚前楹 『晦齋先生集』 卷之一
해석
平生志業在窮經 평생지업재궁경 |
평생 업에 뜻을 둔 것은 경서 궁리하는 데 있어 |
不是區區爲利名 불시구구위리명 |
구차스럽게 이익과 명예를 위했던 건 아니네. |
明善誠身希孔孟 명선성신희공맹 |
선을 밝히는 것과 몸을 성실히 하는 건 공자와 맹자를 바랐고 |
治心存道慕朱程 치심존도모주정 |
마음을 다스리고 도를 보존하긴 주희와 이정(二程)을 사모했지. |
達而濟世憑忠義 달이제세빙충의 |
현달해선 세상을 구제함에 충성스런 뜻에 의지했고 |
窮且還山養性靈 궁차환산양성령 |
곤궁해선 산에 돌아와 성령을 길렀네. |
豈料屈蟠多不快 기료굴반다불쾌 |
어찌 구불구불 구부러지게 하여[屈蟠] 많은 불쾌함을 헤아리겠는가? |
夜深推枕倚前楹 야심추침의전영 |
밤이 깊었지만 베개 밀어내고 앞 기둥에 기대네. 『晦齋先生集』 卷之一 |
해설
이 시는 과거 급제 후 24세에 산에 있는 집에서 병이 들어 일어나 지은 것으로, 이언적의 포부가 잘 드러난 시이다.
한평생의 포부와 일은 오직 경전(經典)을 궁구하는 것이니, 구차스럽게 명예나 이익을 구하지는 않겠다. 공자(孔子)와 맹자(孟子)에게서는 명선(明善)과 성신(誠身)을 배우고, 정자(程子)와 주자(朱子)에게서는 치심(治心)과 존도(存道)를 배운다. 이러한 것을 배우고 벼슬길에 나아가면 세상을 구제함으로써 충의(忠義)를 실현하고, 여의치 않아 물러나면 산으로 돌아와 성정(性情)을 기르겠다. 이러한 길에서 험하고 어려움을 어찌 걱정하겠는가? 병이 들어 잠 못 드는 깊은 밤에 베개를 밀치고 일어나 앞에 있는 난간에 기대어 본다.
『해동잡록』에 그의 출처(出處)에 대한 간략한 내용이 다음과 같이 실려 있다.
“본관은 여주로 자는 복고이고 호는 회재이며, 또 하나의 호는 자계옹(紫溪翁)이다. 초명(初名)은 적(迪)이었으나, 정덕(正德) 갑술년에 등제하였을 때 중종의 명령으로 언(彦) 자를 가하였다. 경인년에 사간(司諫)으로 벼슬을 그만두고 전리(田里)에 돌아갔는데 7년 만에 김안로(金安老)가 패사(敗死)하게 되자, 다시 부름을 받아 관직을 역임하고 이조판서가 되었다. 인종(仁宗) 초에 특별히 좌찬성을 배수하고, 화(禍)가 일어나자 강계(江界)로 귀양 갔다가 귀양 간 곳에서 죽었다. 사람됨이 충효(忠孝)가 천성으로 뛰어났으며, 학문이 정심(精深)하였다. 저서로는 『봉선잡의(奉先雜儀)』, 『대학장구보유(大學章句補遺)』, 『중용구경연의(中庸九經衍義)』등의 책이 있다. 뒤에 명에 의하여 영의정에 추증되었으며, 시호는 문원(文元)이다. 문집이 세상에 전한다[驪州人字復古 號晦齋 又號紫溪翁 初名迪 正德甲戌登第 我中廟命加彥字 庚寅以司諫罷歸田里 凡七年 及金安老敗死 復召累遷至吏曹判書 仁廟初 特拜左贊成 及禍作 謫江界 卒于謫所 爲人忠孝出天 學問精深 所著有奉先雜儀大學章句補遺中庸九經衍義等書 後命贈領議政 謚文元 有集行于世].”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년, 267~268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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