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조정에서 추방된 정도전에게 추방된 이유를 묻는 시골농부
정도전(鄭道傳)
조정에서 추방된 내가 농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寓舍卑側隘陋, 心志鬱陶.
一日出遊於野, 見一田父, 厖眉皓首, 泥塗霑背, 手鋤而耘. 予立其側曰: “父勞矣.”
田父久而後視之, 置鋤田中, 行原以上, 兩手據膝而坐, 頤予而進之. 予以其老也, 趨進拱立, 田父問曰: “子何如人也? 子之服雖敝, 長裾博袖, 行止徐徐, 其儒者歟? 手足不胼胝, 豐頰皤腹, 其朝士歟? 何故至於斯?
吾老人, 生於此老於此, 荒絶之野, 窮僻瘴癘之鄕, 魑魅之與處, 魚鰕之與居, 朝士非得罪放逐者不至, 子其負罪者歟?” 曰: “然.”
탐욕 때문에 추방 당했나? 아첨 떨다 추방 당했나?
曰: “何罪也? 豈以口腹之奉, 妻子之養, 車馬宮室之故, 不顧不義, 貪欲無厭以得罪歟?
抑銳意仕進, 無由自致, 近權附勢, 奔走於車塵馬足之間, 仰哺於殘杯冷炙之餘, 聳肩諂笑, 苟容取悅, 一資或得, 衆皆含怒, 一朝勢去, 竟以此得罪歟?” 曰: “否.”
직위만 차지한 채 허송세월하다가 시대가 바뀌어 추방 당했나?
“然則豈端言正色, 外示謙(一本作廉), 退, 盜竊虛名, 昏夜奔走, 作飛鳥依人之態, 乞哀求憐, 曲邀橫結, 釣取祿位, 或有官守, 或居言責, 徒食其祿, 不思其職, 視國家之安危, 生民之休戚, 時政之得失, 風俗之美惡, 漠然不以爲意, 如秦人視越人之肥瘠, 以全軀保妻子之計, 偸延歲月, 如見忠義之士不顧身慮, 以赴公家之急, 守職敢言, 直道取禍, 則內忌其名, 外幸其敗, 誹謗侮笑, 自以爲得計, 然公論諠騰, 天道顯明, 詐窮罪覺以至此乎?” 曰: “否.”
해석
조정에서 추방된 내가 농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寓舍卑側隘陋, 心志鬱陶.
살고 있는 집이 낮고 기울어졌으며 좁고 볼품없어 마음과 뜻이 울적했다.
一日出遊於野, 見一田父,
하루는 들판에 나가 거니는데 한 농부가 보였는데
厖眉皓首, 泥塗霑背,
숯검댕이 눈썹에 흰 머리, 진흙이 등에 묻은 채
手鋤而耘.
손에 호미 쥐고 김매고 있었다.
予立其側曰: “父勞矣.”
내가 곁에 서서 “할배여 고생 많으십니다.”라고 말했다.
田父久而後視之, 置鋤田中,
시골 농부는 오래 지난 후에 보더니 호미를 밭 가운데 놓고
行原以上, 兩手據膝而坐,
언덕으로 올라와선 두손으로 무릎에 기댄 채 앉아서는
頤予而進之.
나에게 뺨으로 나오라 했다.
予以其老也, 趨進拱立,
나는 그가 늙었다고 여겨 빨리 가서 팔짱을 끼고 서 있으니,
田父問曰: “子何如人也?
시골 농부가 물었다. “자네는 어떤 사람인가?
子之服雖敝, 長裾博袖,
자네의 옷은 비록 해졌지만 긴 옷깃에 넓은 소매로
行止徐徐, 其儒者歟?
행동거지는 느릿느릿하니 유학자인가?
手足不胼胝, 豐頰皤腹,
손과 발이 트지 않고 뺨이 불록하고 배엔 살이 쪘으니,
其朝士歟? 何故至於斯?
조정의 선비인가? 어떤 이유로 여기에 왔는가?
吾老人, 生於此老於此,
나는 노친네라 여기에서 나서 여기에서 늙었는데
荒絶之野, 窮僻瘴癘之鄕,
거칠고 끊어진 시골과 궁벽하여 역병에 시달리는 고향에서
魑魅之與處, 魚鰕之與居,
도깨비와 함께 살고 물고기와 새우와 함께 사는데
朝士非得罪放逐者不至,
조정의 선비가 죄를 지어 추방된 사람이 아니면 이르지 않으니,
子其負罪者歟?”
그대는 죄를 진 사람인가?”
曰: “然.”
내가 “맞습니다.”라고 말했다.
탐욕 때문에 추방 당했나? 아첨 떨다 추방 당했나?
曰: “何罪也?
시골 농부가 말했다. “어떠한 죄인가?
豈以口腹之奉, 妻子之養,
아마도 입과 배의 봉양과 처자식의 봉양함과
車馬宮室之故, 不顧不義,
수레와 말과 궁실의 연고로 불의한 데도 돌아보지 않아
貪欲無厭以得罪歟?
탐욕스러움으로 만족함이 없어서 죄를 지은 것인가?
抑銳意仕進, 無由自致,
아니면 뜻을 예리하게 하여 벼슬 나가야 하지만 스스로 성취할 능력이 없어
近權附勢, 奔走於車塵馬足之間,
권력자에 가까이하고 권세가에 아부하여 수레의 먼지와 말의 발 사이에서 분주하게
仰哺於殘杯冷炙之餘,
남은 술과 차가운 고기의 나머지를 마시고 먹으며
聳肩諂笑, 苟容取悅,
어깨를 실룩대며 아첨하고 웃고 구차하게 용납하며 즐거움을 취하다가
一資或得, 衆皆含怒,
한 자리를 혹 얻었지만 뭇 사람들이 모두 분노를 하여
一朝勢去, 竟以此得罪歟?”
하루 아침에 권세가 떠나 마침내 이 때문에 죄를 진 것인가?”
曰: “否.”
내가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직위만 차지한 채 허송세월하다가 시대가 바뀌어 추방 당했나?
“然則豈端言正色,
시골 농부가 말했다. “그렇다면 아마도 단정한 말과 정돈된 얼굴색으로
外示謙(一本作廉),
외면으론 겸손함(한 판본에선 ‘청렴’이라 써 있다)을 드러냈지만
退, 盜竊虛名, 昏夜奔走,
퇴정하여선 헛된 명성을 도적질 하고 밤에 분주하게
作飛鳥依人之態, 乞哀求憐,
나는 새가 사람을 의지하는 자태를 지어 애걸하게 불쌍히 여겨줌을 구하고
曲邀橫結, 釣取祿位,
정성으로 만나고 횡으로 관계를 맺어 봉녹과 지위를 낚아채어
或有官守, 或居言責,
혹은 관리의 직책이 있거나 혹은 언책에 있거나
徒食其祿, 不思其職,
다만 녹봉만 먹고 직분을 생각하지 않으며
視國家之安危, 生民之休戚,
국가의 안위와 생민의 기쁨과 슬픔과
時政之得失, 風俗之美惡,
당시 정치의 득실과 풍속의 아름답고 악함을 보고선
漠然不以爲意,
막연하게 생각을 하지도 않은 채
如秦人視越人之肥瘠,
진나라 사람이 월나라 사람의 살찌고 야윈 걸 보듯이 하다가
以全軀保妻子之計, 偸延歲月,
자신의 몸만 보전하고 처자를 보호할 계책으로 구차하게 세월만 보내지만
如見忠義之士不顧身慮,
만약 충의로운 선비가 몸과 생각을 돌보지 않고
以赴公家之急,
공적 업무의 위급함에 달려가
守職敢言, 直道取禍,
직분을 지키면서도 감히 말하고 곧은 도로 재앙을 취하는 것을 보면
則內忌其名, 外幸其敗,
내심으론 이름을 꺼리고 밖으론 패한 것을 다행으로 여겨
誹謗侮笑, 自以爲得計,
비방함과 모욕함과 비웃음으로 스스로 계책을 얻었다고 여겼지만
然公論諠騰, 天道顯明,
공론이 시끄럽게 일어나 천도가 드러나 밝아져서
詐窮罪覺以至此乎?”
속임이 궁벽해지고 죄가 발각되어 여기에 이르렀는가?”
曰: “否.”
내가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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