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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섬과 춘천 여행 - 4.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모두 놓치다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남이섬과 춘천 여행 - 4.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모두 놓치다

건방진방랑자 2019. 10. 2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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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까지 왕십리역에서 모이기로 했다. 경춘선이 출발하는 상봉역에서 모이면 훨씬 편하지만, 아직 지하철을 타는데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이 있어서 그나마 편하게 모일 수 있는 왕십리역에서 모이기로 한 것이다.

 

 

  한파가 찾아온 개학여행 때 왕십리역에서 아이들을 찾아다녔다. 

 

 

 

특명: 왕십리역 중앙선 승차장에서 모두 모두 모여라

 

그런데 왕십리역은 무려 네 개의 노선이 지나가다 보니 엄청 복잡하다. ‘청량리 방향으로 가는 중앙선 승차장에서 모이기로 정했지만, 잘 찾아오는 아이들도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헤매게 마련이다. 실제로 개학여행으로 강촌스키장에 갔을 때도 왕십리역에서 모이기로 했는데, 각자 오는 방법이 다르다 보니 아이들을 찾아 한참을 돌아다녀야 했다. 그때 경험을 해봤으니, 이번에는 그나마 좀 더 잘 찾아오지 않을까.

나의 경우 천호역에서 940분에 출발하는 전철을 타고 가면 되니, 마음이 여유롭다. 평소처럼 750분에 집에서 나오니, 무려 1시간 30분이나 시간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늘어난 시간만큼 맘이 여유롭다기보다 한껏 긴장되어 조급함을 느끼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여유로운 아침 속에 분주한 나

 

그 당시엔 한참 동섭쌤의 트위스트 교육학이란 강의를 들을 때였고, 그걸 단순히 듣는 정도만이 아닌 강의 내용을 모조리 후기로 남기겠다는 포부로 강의 후기를 맹렬히 쓰던 때였다. 그래도 처음에 시작할 때만 해도, ‘많이 쓴다 해도 한 강의 당 3편 정도의 후기가 써지겠지라고 만만하게 보고 도전장을 내밀었는데, 막상 쓰다 보니 기본 7편에서 많게는 12편까지도 써지더라. 상황이 그렇게 되고 보니, 초반의 호기로운 태도는 순식간에 사라졌고 늘 시간에 쫓기며 마음의 여유는 사라졌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지 모른다고 깜량도 안 되는 사람이 무작정 달려들었다가 보기 좋게 KO가 된 상황이라 할 수 있겠다. 그렇게 시간에 쫓기다 보니, ‘이렇게 여유로운 아침에 조금이라도 마무리를 짓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여유를 부릴 새도 없이 분주해지기만 했다.

그래서 이날 아침에 여행을 떠나기 전에 4강 첫 번째 후기는 쓰고 가자라는 목표로 6시에 일어나 무려 3시간동안이나 컴퓨터를 붙잡고 있었지만 잘 써지지 않더라. 어떻게 써야겠다는 흐름이 세워졌지만, 막상 써지는 내용은 썩 맘에 들지 않았다. 그러니 한 줄 쓰고 몇 분 쉬고, 또 한 줄 쓰고 몇 분 쉬고를 반복하며 골머리만 썩히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시간을 버티어내니 운 좋게도 어느 정도 완성이 되었고 이쯤에서 만족하고 그냥 업로드 할까, 급하게 마무리 짓지 말고 여행을 다녀와서 다듬어볼까?’하는 고민에 빠져들었다. 결국 그렇게 급하게 마무리 짓고 후회하게 될 바에야 여행을 다녀온 후에 여유로운 마음으로 다듬어서 올려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돌의 문제가 아니라, 배치의 문제다. 그처럼 어떻게 시간을 배치하고 보내냐가 문제다. 이날 아침엔 그걸 잘 하지 못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환상이 낳은 비극

 

이로써 글을 쓰고 가려던 계획도 지키지 못했고, 모처럼 여유로운 아침을 누릴 수 있던 기회도 날렸다. 차라리 욕심을 내지 말고 그냥 아침의 한적함을 즐길 생각이었다면, 일찍 일어날 이유도 없었고 느긋하게 밥을 먹으며 그 시간을 오롯이 즐겼을 것이다. 그랬으면 여행을 떠나면서 이렇게 마음 무겁게 떠날 이유도, 피곤에 절은 모습으로 떠날 이유도 없었으리라. 이렇게 본다면, 과한 욕심은 현재의 순간도 망가뜨리고, 앞으로 닥쳐올 순간도 무너뜨린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겪고 보니, 불현듯 방지가 떠오르더라. 방지는 올해 초에 갑자기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수학문제집을 풀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학교에서 하는 활동들은 시간 낭비라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작년까지만 해도 공부를 하긴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라는 말을 하던 녀석이니, 올해 그 말을 한 것 자체는 엄청난 발전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나처럼 욕심만 앞서다 보니, 제대로 공부를 하는 것도, 일상적으로 학교생활을 하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래도 작년까지만 해도 학교에 결석하지 않고 다니며, 시간에 맞추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는데, 그렇게 조급해지는 순간부터 결석하는 횟수는 늘어났고 수업 시간에도 당연하다는 듯이 빠지게 되었다. 공부에 대한 불안이 어찌나 높은지, 밤엔 불면증에 시달리며 자지 못해 학교에 나와서는 비몽사몽인 상태로 있다가 가기도 했다.

 

 

우리끼리 프로젝트는 학생들이 수업을 만든다. 이땐 정밀화를 그리는 것으로 꾸몄다. 지훈인 이 수업에 거의 나오지 않게 됐다.

 

 

이건 정확히 이 날 아침에 내가 빠졌던 어리석은 모습과 똑같았다. 욕심이 생기고 그에 따라 조바심이 생겨서 그날 아침을 누리지 못했듯이 방지도 지금 당장 자신이 잘 해나가던 것들도 할 수 없게 되었고, 후기도 마무리 짓지 못했듯이 방지도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없게 되었다. 방지도 나도 똑같은 실수를 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러니 지금껏 그 한계를 여실히 느꼈다면, 이제부턴 마음을 다잡고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조바심을 낼 것도 없으니, 그저 주워진 현실 속에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을 열심히 해나가면 된다. 앞서는 마음은 진정시키고, 조바심은 억누르며 이 순간을 살아내는 것이다. 그러면 그 과정을 통해 현실을 미래의 희생물로 바치거나, 조바심에 모든 것을 빼앗기는 어리석은 모습은 보이지 않을 것이다.

어찌 되었든 나도 앞서는 마음을 방치한 탓에 몸은 천근만근 무겁기만 하다. 과연 이번 여행을 맘껏 즐기다 올 수 있을까?

 

 

역시 제 시간에 오는 아이들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다. 나머지 아이들도 얼른 모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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