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건빵이랑 놀자

남이섬과 춘천 여행 - 2. 단재학교에서 전체여행이 중요한 이유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남이섬과 춘천 여행 - 2. 단재학교에서 전체여행이 중요한 이유

건방진방랑자 2019. 10. 21. 17:48
728x90
반응형

이런 이야기를 듣고 보면, 정말로 맞는 말처럼 들린다. 제도권 학교의 문제점 때문에 대안교육 운동이 일어났으니, 그런 문제점을 면밀히 파악하여 고치기만 해도 좋은 학교가 될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린 돈을 주고 교육 상품을 산다고 생각한다.

 

 

 

학생 맞춤형 학교가 아닌 함께 살아가는 학교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와 같은 생각의 기저엔 소비자와 공급자 마인드가 깊이 개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소비자가 원하는 교육상품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건 곧 내 아이에 맞춤식 교육활동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요구한다. 이런 얘기는 학교에서 학부모를 상담하다 보면 어렵지 않게 듣게 되는 말이다. 그 분들은 한결 같이 일반학교와 다른 대안학교의 특성을 내 아이 개인에게 맞춰서 커리큘럼도 만들 수 있고, 그 감정도 받아줄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하여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하지만 교육을 상품으로 생각하는 마인드가 당연시되고, 그런 생각으로 교육의 틀을 만들려 하면 할수록 교육은 황폐화되고,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우치다 타츠루의 말을 들어보도록 하자.

 

 

제가 알고 있기로 교육 서비스는 최근에 우리 어휘 세계에 들어온 말이자, 교육을 비즈니스 모델로 생각하는 사람이 처음 사용한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모델에서는 교육활동의 콘텐츠는 교육상품이고 교사는 그 상품의 공급자, 보호자와 학생은 고객의 입장이 됩니다. 교육자라면 이런 모델 안에서 교육을 논하는 말은 절대로 입 밖에 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을 상품거래에 비유해서 말하는 것은 교육의 자살 행위입니다.

교사를 춤추게 하라, 우치다 타츠루 저, 박동섭 역, 민들레출판사, pp 63

 

 

교육이란 비즈니스와 달리 지금 당장 투자했다고 해서 결과가 곧바로 나타나지 않는다. 언제 그 결과가 나타날지는 아무도 모르며, 심지어 기대와는 달리 완벽하게 다른 형태의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그러니 교육은 비즈니스와는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하며, 그런 교육활동을 펼쳐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교육이란 이름의 폭력만 자행되니 말이다.

우치다쌤의 위의 말에 충분히 공감하기에 단재학교는 완전히 학생만을 위한 학교도 아니며, 개개인의 모든 요구 사항에 맞춰주는 학교도 아니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그저 제도권 학교에 비해 학생 수가 적기 때문에 아이들과 긴밀하게 관계를 맺고, 좀 더 자연스럽게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학교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유토피아는 아니기에 갈등도 있고 상처도 입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갈등이 빚어진 이후의 모습이 다르다. 제도권 학교는 학생 수도 많고 나가야할 진도도 있기에 그런 갈등은 자질구레한 것으로 여겨 묻어두고 넘어가려는 반면, 단재학교는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함께 갖고 이해하고 해결해나가려 노력하려 한다. 늘 시간에 쫓겨 즉각적인 해결책을 바라는 것과는 달리 시간을 넉넉히 주고 그 과정을 소중히 여긴다.

 

 

학생 회의를 하며 갈등이 생긴 문제에 대해 함께 얘기를 나누는 아이들. 

 

 

 

단재학교에서 여행을 가고, 발표회를 하는 이유?

 

저번에 트위스트 교육학 강의를 들었는데, 그때 동섭쌤은 학교의 목표를 성숙한 인간을 길러내는 것이라 정의하며, ‘성숙이란 어떤 하나의 잣대로 평가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이전엔 절대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는 방식으로 세상을 생각하게 되는 것이 바로 성숙입니다라고 정의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그건 교육의 목표임과 동시에 단재학교의 목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교육의 성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성숙한 인간이 되는 길은 이전까지 도무지 알 수 없고, 전혀 들리지 않던 말이 들리고 이해될 정도로, 자신의 지적도량형이 커지는 일이니 말이다. 그럴 때에 자신이 현재 얼마나 아는 것이 없으며, 자신이 안다고 자부하던 게 얼마나 볼품없는지 깨닫게 되고, 그만큼 배우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자신의 도량형을 키우기 위해 우린 도전하고 배우고, 여행하고, 발표한다.

 

 

그렇다면 결국 우린 어떤 상황에서 나의 지적도량형이 작다는 것을 느끼게 될까? 그건 뭐니 뭐니 해도 삶이란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놓였을 때, 인간관계가 틀어졌을 때 절감하게 된다. 그럴 때 지금껏 자부해왔던 안다는 인식, 계획대로 된다는 생각이 얼마나 볼품없고 부질없는 것이란 걸 알게 된다. 바로 이런 상황을 몸으로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활동이 여행과 학습발표회라 감히 말할 수 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계획을 세우지만, 여행을 하는 내내 계획은 수시로 어그러지고, 사람관계는 상황에 따라 둘도 없이 친해졌다가 원수처럼 미워졌다가를 반복하며 나를 긴장하게 만든다. 어쩌면 여행이란 틀어진 상황 속에서 내가 어떻게 대처할 수 있나 시험하는 장인지도 모른다.

학습발표회 또한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연습하고 준비하지만, 현장의 긴장감은 그런 준비를 무용지물로 만든다. 무대에 올라 앞도 분간할 수 없이 쏟아져 내리는 조명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지금 내가 뭐 하는 것인가?’, ‘잘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나를 뒤흔드니 말이다. 결국 학습발표회의 가장 큰 적은 잘해야 한다는 기대감이고, ‘돋보여야 한다는 자기우월감이며, ‘실수해서 쪽팔리면 어쩌지하는 긴장감이라 할 수 있다. 사람은 감정이 있기에 아무리 반복적으로 완벽하게 연습했다 할지라도 상황에 따라, 순간에 따라 어느 부분에서 어떻게 실수할지 아무도 모른다.

이런 이유로 여행을 하고 나면, ‘내가 고수해왔던 가치관, 안다는 의식이 모두 쓸모없구나라고 느끼게 되고, 학습발표회를 마치고 나면 실수 또한 포용할 수 있을 때, 오히려 더 편하게 공연할 수 있구나라고 느끼게 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단재학교는 이런 두 활동을 가장 중요한 행사로 늘 진행해왔던 것이다.

그래서 전체여행은 한 학기에 한 번 이상은 가려하며, 학습발표회는 일 년에 한 번은 하려한다. 그런데 2016학년도 1학기 전체여행은 예년과는 다르게 5월 중순에 떠나게 됐다. 보통은 개학과 동시에 떠나거나, 검정고시가 끝난 직후에 떠나는 식이었는데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이제 남이섬으로 고고씽

 

 

인용

목차

사진

여행기

 

728x90
반응형
그리드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