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재학교는 ‘성숙한 인간을 길러내는 것’을 목표로 전체여행과 학습발표회를 매학기 꾸준히 진행해오고 있다.
▲ 2011 학습발표회 ▲ 2012 1학기 학습발표회 ▲ 2012 2학기 학습발표회 ▲ 2013 학습발표회 ▲ 2014 학습발표회 ▲ 2015 1학기 작은 전시회 ▲ 2015 2학기 학습발표회
▲ 단재학교는 시험을 보지 않는다. 그 대신에 시험만큼 중요한 학습발표회를 한다.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 글로 링크됨)
목표에 따라 커리큘럼이 구성되어야 하나?
하지만 어떤 활동이든 목표가 정해져 있다고 해서 꼭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활동으로만 커리큘럼이 짜여야 하는 건 아니다. 이를 테면 ‘수학 영재 육성’이란 목표를 이루기 위해 모든 과목을 수학 한 과목으로 도배하여 1교시엔 집합을 배우고, 2교시엔 사칙연산을 배우며, 3교시엔 2차방정식을 배우고, 4교시엔 미적분을 배워야 하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과연 이런 커리큘럼으로 공부를 하면 수학 영재는 탄생할까? 그건 수학에 대해 흥미를 갖게 하고 깊이 있게 배우게 되기보다, 오히려 신물 나게 하고 물리게 하는 역효과만 있다. 즉, 수학을 전면에 배치하고 모든 수업과정을 편성하는 순간 수학을 죽기보다 싫어하는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다. 더욱이 수학능력이란 단순히 반복적인 문제풀이를 통해 길러지는 게 아니라, 다양한 경험과 대화,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길러진다. 그렇기 때문에 토론을 많이 해본 사람, 경험을 많이 해본 사람이 오히려 수학능력이 뛰어날 수밖에 없다.
▲ 2007년에 임용을 준비하며 계획표를 세웠다. 모든 시간을 한문으로 구성하지 않고 운동과 독서, 일본어를 넣었다.
해본 이후에야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이처럼 단재학교의 목표가 ‘성숙한 인간을 길러내는 것’이라 하여, 그 하나의 목표를 위해 커리큘럼이 구성되어 있지 않다. 단지 영화나 연극, 목공, 기타, 교과수업, 여행, 발표회와 같이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활동들을 하다보면 당사자도, 교사도 전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목표가 달성되는 것이다.
이러하기에 아이들은 “이런 씨잘데기 없는 짓을 뭐 하러 해요?”라고 의구심을 가지거나, “이런 활동들 말고 책상머리에 앉아서 하는 공부를 하고 싶어요”라며 불만을 표시하거나, “이런 건 모두 다 무의미해요. 세상에선 쓸모없으니까요”라며 못마땅해 한다. 지금 당장 그 의미를 알 수 없으며, 그 활동이 끝난다 해도 그 효과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나타날지도 아무도 모르니 그런 말이 나올 법하다.
그래서 동섭쌤은 이런 것을 ‘사후적 지성’이란 말로 표현했는데, 그것이야말로 배우려는 마음을 가진 이에게 가장 필요한 마음가짐이지 않을까 싶다. 어찌 보면 우린 다양한 활동을 하며 ‘결과를 알기 때문에 한다’는 당연한 명제를 무너뜨려야 하고, ‘모르기 때문에 한다’는 마음을 되새겨야 한다. 그럴 때 지금 당장 하는 활동들이 그저 시간을 때우는 것, 할 게 없어서 하는 것 정도로 치부되지 않고 하나하나의 톱니바퀴가 되어 의미를 만들어가는 소중한 계기가 되는 것이다.
▲ 장량은 신발을 떨어뜨리는 스승에게서 배웠다. 이 일화야말로 사후적 지성이 무언지를 알려준다.
5월에 전체여행을 가게 된 이유
지금껏 1학기 전체여행은 개학하자마자 가거나, 검정고시가 끝난 후에 갔었다. 2012년도엔 개학하자마자 강화도를 1박 2일 일정으로 걸어서 여행을 했고, 2013년엔 검정고시가 끝나고 유명산 펜션에서 1박 2일 동안 맘껏 놀다왔으며, 2014년엔 정식학기가 시작되는 3월(2월엔 검정고시 준비기간이었음)에 석모도에 가서 아이들이 직접 계획한 게임을 함께 했고, 2015년엔 검정고시가 끝나고 전주와 임실에 여행을 가서 치즈 만들기 체험과 한옥마을 여행을 했다. 지금까지의 선례를 봤을 때, 방학 동안에 무너진 신체리듬을 학교 시간표에 맞추기 위한 워밍업 차원으로 개학과 동시에 가거나, 시험공부를 하며 쌓인 스트레스를 풀고 오자는 의미로 검정고시가 끝난 후에 가거나 했던 것이다.
하지만 올핸 지금까지와는 다른 날에 전체여행을 가게 되었다. 5월 중순에 전체여행을 가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니, 여기엔 사정이 있을 수밖에 없다.
▲ 매년 두 학기에 한 번씩 전체여행을 간다.
올핸 예년과 달리 1월 마지막 주에 개학을 했다. 그러면서 개학과 동시에 2박 3일 동안 스키여행을 떠나며 한 학기의 문을 활짝 연 것이다. 그 여행을 통해 우린 한 달 만에 다시 만난 회포를 풀 수 있었고, 싱그러운 기분으로 새 학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이처럼 1월 마지막 주에 전체여행을 간 것이니, 얼마 지나지 않은 3월에 전체여행을 가는 건 아무래도 너무 빠르다는 인상이 있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4월에 검정고시가 끝나고 떠나는 것으로 미뤄졌던 것이다.
하지만 원래 여행의 컨셉으로 잡았던 ‘지리산 둘레길에서 요리 만들어 대접하고 어르신들 일손 돕기’가 여러 의견 충돌로 무산되면서 여행은 늦춰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여행의 컨셉도 ‘공포특집’으로 바뀌었고, 5월에 단기방학이 끝나자마자 떠나는 것으로 일정도 바뀌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단재학교 사상 최초로 5월에 전체여행을 떠나는 특이한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 5월에 떠나는 여행. 봄을 만끽하며 떠날 수 있으니 좋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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